시 창작 - 안으로 나를 밀어넣고 / 김영교
2018.02.14 19:09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아침 산책은
햇볕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휘젓기 시작한다
호흡이 먼 데까지 데리고 가는 통에
답답이 훌러덩 옷 벗는다
발걸음마다
맑게 돌아가는 피톨들 조잘대는 냇물소리 낸다
너무 무성한 무관심 잎줄기들
내 마음의 바닥 흙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베어진다
조바심을 뚫고 목을 빼고 나온 알몸의 시선
싱싱한 초록 잎이 절정일 때를
기대에 차서 껴안는다
말을 아낀 침묵의 시간은 빛 가운데로 나를 밀어 넣고
으깬다, 무릎이 일어설 때까지
짙은 초록이 너풀대며 덮쳐온다
엽맥 저 아래서도 숨결 고와
빛이 일어서니 어둠은 가고
밤이 낮으로 흘러 건너오는 밝은 뻗음
목숨
무수히 꽃피고 또 피는 몸짓 한 가닥
내 안에.
2017 미주문학 겨울호-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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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2.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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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2.14 19:40
노을 이만구 선생님, 힘을 실어주시는 댓글, 고맙습니다.
바다가 가까운 우리 동네는 저녁 노을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건강관리를 잘 하시는 군요.
시작법에 대단한 열의가 있으시네요. 글 올라오는 것 보면 창작도 많으시네요.
예리한 통찰력에 되려 부끄러움이 확 돋습니다.
격려의 댓글, 열심히 시 가까이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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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15 00:12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들리는 쓸쓸한 바닷가에
나홀로 외로이 추억을 더듬네
그대 내곁을 떠나 멀리있다 하여도
내마음 속 깊이 떠나지 않는 꿈 서러워라
#아- 새소리만 바람타고 처량하게
들려오는 백사장이 고요해
파도소리 들리는 쓸쓸한 바닷가에
흘러간 옛날의 추억에 잠겨 나홀로 있네.. -
Chuck
2018.02.15 11:52
Ode to joy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하네 / 이어령 *
이미 살고 있음이이긴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 하네
삶은 슬픔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려주므로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므로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 하네
죽을 것 같던 사람이 간 자리에
또 소중한 사람이 오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 하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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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2.15 12:42
척척박사님 :
단짝 조카가 스위스 쥬리히에 살아요. 융프라우를 다녀온 기억을 되살려 주시네요.
제일 아름다운곳 알프스! 성당 뒷마당이 묘지 꽃밭, 주일마다 가족방문, 잊을수가 없드군요.
Edelweiss 야생화의 모습... 음악도 좋고 가슴이 트이는 눈덮힌 산정도 정감이 가요. 감사.
Phantom Thread 란 영화에 눈덮힌 알프스와 함박눈 훨훨 나리는 설경이 일품이었어요.
감명깊은 대가- 의상디자인 명인의 연기와 내공!
감명깊게 감상.
*안다성의 바닷가에서 가곡같아요. 미성이지요?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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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15 23:02
구정날 서울에서 보낸 메일보기..
늙고 죽음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늙고 죽음은, 그것이 내게 닥치는 것이라면 누구나 두렵다.
내가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의 경우라 하더라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없었으면 좋을 일이다.
'슬픔과 절망을 딛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행복이 온다.'는 메시지를 오랫동안 전해왔던 행복 전도사로 통한 작가이자 방송인이 건강이 악화하여 자기로서는 더 어찌할 수 없어 극단의 선택으로 자살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목사 평생 아프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로하고 안수 기도를 해주던 이도 막상 자기가 아프고 고통을 이기지 못하니 병실이 떠나가라고 욕설과 원망의 절규를 내뱉다가 돌아가셨다.'는 글이 나온다.
로마의 현인 키케로는 늙음이 비참해 보이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하며,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어쩔 수 없는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참한 사실은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성가신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로마 시대나 현대인의 삶이나 노화와 죽음은 이렇듯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키케로는 노년을 인생의 다른 부분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삶의 과정 일부로 받아들인다.
“인생이란 드라마의 다른 막들을 훌륭하게 구상했던 자연이 서투른 작가처럼 마지막을 소홀히 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떤 종결이 있어야만 했고, 그것은 마치 나무의 열매와 대지의 곡식이 제대로 익은 뒤에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선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농익은 과일이 저절로 떨어지듯이 노인들이 죽는 것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그는 반문한다.
키케로처럼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불행히(?) 우리들은 그러지 못한다.
더욱이 현대인들은 키케로 시절보다 훨씬 더 오래 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좀 더 각박하다.
활동할 수 없을 만큼 몸이 허약해져 고민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났고, 죽음에 대해서도 증가한 정보만큼 두려움은 더 커졌다.
세상은 또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
지식과 정보가 느린 속도로 변화하던 로마 때와는 달리 한창때 알았던 지식이 대부분 쓸모없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주위에 성가신 존재일 뿐이라는 자괴감 또한 노인들을 힘들게 한다.
게다가 현대 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노화의 과정과 죽음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이제는 교육을 받으며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데 30년, 일하는 데 30년, 은퇴 후 30년이다.
퇴직 후의 삶이 너무 길어지면서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30년을 전반전, 그 후의 30년을 후반전으로 보고 은퇴 후 30년을 슬기롭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하프타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기간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노후의 건강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한층 중요해졌다.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성가신 존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퇴 계층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데다 건강연령도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은퇴자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아파트 경비직이나 일용직도 이른 명퇴를 한 오십 대가 차지한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 모아 놓은 돈도 넉넉지 않은 현실에서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할 날은 까마득히 길고 돈벌이하기는 힘들고 가족들의 눈치는 보이고, 그야말로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다.
돈보다도 더 큰 문제는 갑자기 생긴 여유로운 시간이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무엇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사회와 가족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과연 아름다운 노년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건지?
늙은이의 고민이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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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18 03:11
혼자인 하루가이젠 익숙해진 걸까
남은 약속만 난 붙잡고
오질 않아도 난 널 기다려해가 지기 전에
어듭기전에여기
홀로 남아
널 위해서 난
기도해마지막 남긴 한마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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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18 09:54
♣내가 머문 자리는 아름답게♣ 새가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에는그 나뭇가지는
한동안 흔들리며
날아간 새를 한동안
기억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이와 같이 저마다 지나간 자리에는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남기고,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열매가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지나간 자리에는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남게 됩니다.또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물과 유적이 남아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위인으로 남고,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악인으로 남게 되듯이
이렇듯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분명한 자취가 남게 마련이다.
여러분께서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하십니까?
모든 자취의 흔적들은 정직하고
진실한 기록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서
때로는 자랑스런 모습으로
때로는 역겨운 모습으로 남게 됩니다.
위대한 작곡가는 오선지에
아름다운 명곡을 남기고,
철학가는 인생의 의미를 남기고,
성인은 사랑과 자비와 은혜를
또 위대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남기고,
훌륭한 부모는 자녀들을
가정에 사회에 국가에 인류에
든든한 대들보로 길러낼 때.
그들은 죽어간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 숨쉬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잠시 왔다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모름지기 만물의 영장으로서
나는 과연 어떤 자취를 남겨 왔고,
어떤 자취를 남기고 있으며,
어떤 자취를 남길 것인가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이 고찰해 봅시다.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많은 재산도 아니요
빈손도 아니요 이승에서
내가 지은 죄와 복의 단 두 가지만
가지고 떠나나니
많은 재산을 자손들에
물러주는 것보다
거룩하고 훌륭한 흔적을
자손들에게 물러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인간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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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19 00:04
[북한영상중 가장 리얼한 2018 최근영상]
[북한영상중 가장 리얼한 2018최근영상]
북한의 전역을 돌아본 어느 외국인이기록한
가장 최근 2017-18년
북한 평양 지방의 민낮의 생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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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2.19 14:08
척척박사님:
심각하게 천천히 지켜봤습니다. 느끼는 바가 뭉클, 살찐 젊은 얼굴이 떠오르는 이질감 ....
여전히 살아야겠기에 생이 터지고 있었습니다.
껍질 위아래, 아슬아슬한 괴리감...
주체사상 공유를 직시할 수있었던 자료, 평창 오림픽에서 자유로운 도전을 세계가 참여,
한 호흡 승리로 치닫는 오릶픽이란 경기를 그들도 지켜봤겠지요!
사람은 가엽고 사상은 무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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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1 00:11
♧ 정녕 봄은 오려는지 ♧
채송화/이정희
청계산 능선길에
소소리바람 파고 들어도
훈훈한 봄기운을 느낀다
진달래 나무가지를 자세히 보니
꽃눈이 어느새 도톰하다
정녕 봄은 오고 있는데
온전하게 봄을 맞으려는지
올봄은 유난히 초조한 날들에
자고 나면 연일 터지는 뉴스들
어느게 옳고 그른지
입에 담기조차 싫은 무서운 말들
아, 여느 때처럼
봄날을 안온하게 맞게 하소서
야산에 진달래 만발하고
윤중로에 벚꽃이 흐드러져서
나들이객들로 북적거리는 날
티도 흠도 없는 해맑은 아이들처럼
봄의 노래를 싫것 부르게 하소서
여전히 온누리에 봄빛이 푸르러
안식을 되찾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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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1 09:24
- 비워라 -많이 아는 것은 귀(貴)한 것이나
그 보다 더 귀한 것은 다 털어 버리는 것이다.
많이 갖는 것은 부(富)한 것이나,
그 보다 더 부한 것은 하나도 갖지 않는 것이다.
남을 이기는 것은 용기있는 것이나,
그 보다 더 큰 용기는 남에게 져주는 것이다.
가득찬 그릇에는 넘쳐 버리지만,
비어있는 그릇에는 담아지느리라.
넘쳐 버리는 곳에는 착오가 있으나,
비어있는 곳에는 정확함이 있는 것이다.
맑은 아침에 조용히 모든 상념(想念)에서
벗어나라.
마침내 시공(時空)을
넘어서 참 자기를 만나리라.
- 서암(西庵)스님 - -
Chuck
2018.02.21 09:43
애송시 1위 지키려면 (이영균)
‘사랑해.’ 이 구절은
40대 가장들의 애송시 중 1위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게
가족이라는 아저씨들
하지만 허구한 날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와
혀만 배배꼰다면 가장노릇 계속
할 수 있을까?
40대 가장 애송시 1위 지키려면
출렁출렁 술 바다에서 벗어나
가슴에 달 같은 마누라
입술 도장 박아야지
또 흥얼흥얼
저 흔해빠진 사랑타령..
Noeul : 2018.02.14 20:2 (이 만구 선생님, 맨 끝 자락에서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오늘 저녁 2017년 겨울호 시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항상 출근 전에 공원 두 바퀴를 사시사철 도는데, 그 섬세한 의식과 생명의 터치를 미쳐 감지하지 못 하였습니다. 독학으로 쓰는 저의 시같은 기승전결 정형시의 기틀을 깨시고, 자유로운 시의 흐름을 구사하시는 시인님의 경지가 마냥 부럽습니다. 훌륭한 시 보여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노을 이만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