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와 차 쿵 / 김영교
2018.02.26 16:04
흙수저와 차 쿵/ 김영교
두달 전이었다. 친구가 사는 지하 주차장에서 낸 큰 차사고로 나는 지금 많이 아프다. 아주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에 내 가슴은 덜컥 주저 앉았다. TM병원에서 MRI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환한 오전 의논 차 들린 구역권사 지하 주차장에서 내 두 눈 분명히 뜨고 낸 사고였다. 마무리 다 짓고 떠나려고 후진할 참이었는데 이게 왠일인가~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지.....
급발진이란 것인가? 후진할 때 속력이 붙어 차쿵! 그 넓은 지하 주차장의 heavy wire fence 들이박고 그 반동으로 전진, 앞에 있는 둥근 시멘트 버팀기둥을 오른쪽이 가서 박아버렸다. 주차해 놓은 옆차를 치고 차는 멎었다. 핸들이 가슴을 치고 심장 쿵, 그것도 저 아래로 아득하게....아찔! 순간이었다. 아, 죽는 게 이런 거구나!
모든 리포트를 오후 늦게서야 끝냈다. 놀라 후들거리면서 간신히 난간을 짚으며 상을 당한 친구를 찾아갔다. 나의 놀람과 아픔은 그 친구의 슬픔에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나보다 더 넋이 나간 친구였다. 기를 쓰고 들려보기를 잘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쁜 숨을 내쉬며 위로의 문상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기적같은 일이었고 참아 준 가슴과 하반신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남편이 그토록 좋아하는 하이부리드 에스유비(SUV)는 어이없이 그렇게 폐차되었다. 저는 골격이 박살이 나면서까지 나를 지켜주느라 의식이 있는 차라면 오죽 놀라고 아팠을까 싶다. 지금 가슴은 숨쉬기를 힘들어하고 있지만 느낌은 있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도 하고 어수선한 내 꼬라지가 울밑에 선 봉선화다. 놀란 관절과 마디 마디 뼉다구는 그 사이의 피가 역류했는지 시간이 갈수록 안 아픈데 가 없다. 쿵 아찔 쿵, 자다가도 꿈을 꾼다. 차쿵, 심쿵, 벽쿵, 쿵 쿵을 겪은 대 사고, 이제는 운전이 무섭다. 외출 삼가하고 방콕, 겨우 병원 출입만 그것도 환한 대낮에만 한다. 범위를 늘려 지금은 지압 데라피며 한방 침과 뜸, 온열 맛사지, 사우나 등 통원치료 중에 있다. 조심조심 또 조심, 쪽지에 써 가훈으로 벽에 걸어놨다.
집밥이 그리운 요즈음이다. 식당에서 식사주문 시 2인분을 시켜 하나는 집에 가지고 온다.
식사 양이 줄었고 식욕도 별로라서 그렇다. 많이 누워있거나 앉고 덜 움직이니깐 식욕도 물러섰다. 이웃 아들네서 저녁식사 후 집에 돌아온 그날, 그라지 앞에 큼직한 가방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따끈했다. 그날 셀폰은 충전 중이었고 나중에 연락이 가능했던 루시아 시인의 집밥 배달 직송이었다. 전에도 그녀의 텃밭과 건강식 식단을 맛본 경험이 기억을 새롭게 해 주었다.
집밥은 흙수저다. 흙을 먹고 자란 신토불이, 이슬과 땀이 녹아있는 귀한 흙이 배경이다. 손수 키운 텃밭가족 반찬들....친환경적이지 않는가. 집밥은 정성이 주성분이다. 사랑으로 버무러진 집밥은 보양식이다. 얼마 전에는 손아래 이웃 문우 오사부가 건강냄비 한솥, 기름을 다 뺀 돼지갈비찜, 실어다 놓고 달아난 적이 있었다. 무우랑 버섯이랑 양념이 뭉클어 녹아든 찜이었다. 환자방문에 건강음식 한 솥은 최상의 선물 아닌가. 그날은 마침 청소하는 칼멘이 집안을 뒤집어 대 청소 중이어서 어지러운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그냥 돌아간 문우, 남편도 나도 눈을 동그랗게 뜬 칼멘도 예상치 못한 따끈한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고기살점 속속들이 배어있는 정과 수고와 들어부운 시간을 먹었다.
집밥이란 게 귀한 요즈음 아닌가! 손수 키운 텃밭음식에 호박죽, 미역국등 식을까 속달로 배달까지 해준 손아래 시인의 마음을 가늠해본다. 바뿐 일과를 나는 다 알기 때문에 더 감동이 솟는다. 말없이 그리고 온 정성이 녹아있어 놀라웁다. 그리고 퍽 따스하다. 문학단체 동승의 기쁨도 크다. 이들 문우의 시, 역시 아름답다. 집밥으로 시를 쓰고 흙수저로 상을 차리는 시심이 더 귀하게 번져든다.
요즈음 병원 출입이 빈번하다. 부엌에 있는 빈 그릇과 냄비에 붙어있는 모든 눈들은 측은지심, 힘들게 서있는 내가 보기 딱한 모양이다. 우리집 부엌은 어슬픈 나의 집밥보다 편리한 외식도 괜찮다고 부추긴다. 시간이 가면서 외식이 일상화 된 우리집 식생활이 건강과 직결 돼있다는 것 쯤 알고 있기는 하다. 직선적으로 달려오는 허기는 늘 성급하다. 편리함을 앞세워 눈감아달라고 한다. 그나마 건강식 식당을 골라서 간다. 메뉴중에 채소, 견과류, 좋은 단백질 쪽으로 살피고 선택한다. You are what you eat! 혀끝보다 피 속을 위한 쪽으로 식단개선의 바람이 분다. 바로 집밥 흙 수저 배달이 터닝 포인트였다. 차 쿵이 놀래킨 온 몸의 세포가 엄지를 세우며 '부라보' 외친다.
*2-26-2018 동창 일선 작품 Song Kol 호수 healing! 자연을 바라만 보아도...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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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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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7 00:39
+ 아내의 거울나는 지금 떠나려고 구무럭거리는데
아내는 거울 앞을 언제 떠나려는 것일까
시집 왔을 때처럼
70이 넘은 나이에도
거울 앞에 앉아 있으니
내가 떠난 뒤에도
아내는 거울 앞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내의 화장은
나 때문이 아닌 것을
(이생진·시인, 1929-) -
오연희
2018.02.27 05:40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오사부...그만 하시라니깡요. ㅋ
정말 그만하길 다행이죠...
불행중 다행이라는 말....실감하며 살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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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8 05:14
오세영 시인 초청- 24일 LA작가의 집.
겨울 ,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데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금은
온데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릴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한 없이 적막하고 쓸쓸한 겨울이 내려앉는다. 시인은 그 사이에 난을 치고, 물소리도 듣는다. 아마 차를 끓이는가보다. 겨우내 자신을 비우고 있는 시인의 산방이 부러운데 빈 하늘, 빈 가지에 한 점 홍시도 없는 엘 에이 겨울에는 청설모 두어마리가 부산할 뿐이다.
오세영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세상에 나왔고,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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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2.28 16:41
척척박사님:
이생진 시인의 아내의 거울에서 닮은 여인을 만납니다.
역시 지평이 넓어요. 오세영 시인의 겨울, 이 시는 처음 마음여겨 봅니다.'
놀람투성이 나의 겨울을 내일 3.1절 99주년 독립기념일을 절정으로 제자리로 돌려 보냅니다.
팔벌려 봄을 마시고 높은 저 하늘에 시선을 듬뿍 주렵니다. 음악도 좋고요. 당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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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2.28 23:58
봄마중그리움 깊어
노란 빈혈을 앓는
산수유꽃을 지났더니
봉분처럼 치장한
진달래 꽃무덤
못 다한 사랑얘기
속살거리고
솜털옷 벗는 백목련,
웃을 때 살짝 보이는
그 사람 송곳니 같아서
볼 때마다 눈이 부셔
실눈을 하게 되고
아이참,
(최원정·시인, 1958-)
하트가 왼쪽으로 돈다고 생각하면 왼쪽으로 돌고
하트가 오른쪽으로 돈다고 생각하면 오른쪽으로 돕니다.
집중해서 생각만 바꾸면 달리보이는 저 위의 돌아가는 그림처럼,
이 세상도 마찬가지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 보이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한 것이 아닐까요?
위의 사진처럼 집중해서 원하는 바에 대해 염원한다고 그렇게 마음먹으면 세상은 그렇게 보일 것이며...
결국 그렇게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 입니다..
좋은 생각..바른 행동..매사 발전적인 좋은 방향으로 생각 하시어
나, 자신만의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보세요.
지금 나, 자신의 모습은..나,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내일 다른 위치에 있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다"는 의미이다.
원효 대사가 의상 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어느 무덤 근처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찾아 마셨는데 그 맛이 참으로 꿀맛 같았다.
하지만 아침에 깨어 마신 물이 해골에 고인 물이었음을 알고 구역질이 났다.
그때 그는 같은 물을 마시고도 이렇게 다르다는 생각에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어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