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서 독거인
2018.04.10 10:26
혼자 살아서 독거인 - 김영교
혼술, 혼밥이 뜨고있다. 그렇다면 혼사일까, 혼자사는 사람, 독거인 말이다.
독거인이 된 친구의 남편
그의 홈피에 올라오는 빛나는 외로움
<하늘에 쓰는 편지>를 펴내고 겨울나무잎은 떨고있다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빈 집에
들어가기 너무 싫어
밤마다
방마다
있는 대로 불을 밝히고
씻고 잠들고 깨어나서 외출하고 더운 국밥을 먹어도 춥구나
'눈 오는 날에 생각나는'
'지나가는 푸념'을 섞어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을 때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아
'홀로서기를 하면서'
'눈물겨운 사연'이 어디 한 두 가지랴
'지난날의 바보 같은 짓'도 마음에 걸리고...
책 안에 있는 절절한 제목들이다. 절절하구나!
한 때 한 나라의 경제통, 동창들과 어울러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치면서
끈질기게 달라붙어 목을 죄는 그 놈을
외면하기도 더러는 직면하기도 아직 때려잡지 못하고 있다
하늘나라 소망, 창조주의 위로와 평강을 간구하지만
외투 주머니 가득
휑한 빈 집 가득
덕지덕지 아내 흔적이 젖은 외로움을 더 무겁게 해
털어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 그 질긴 놈
그 놈은 친구남편만 급습한 것일까?
너와 나, 앞뒤 서열 순서 없이
우리 모두 혼사*아닌가
대답 않는 화초는 짝사랑 관계
돕는 배필의 부재는
세상에서 제일 큰 불편이라 활짝 핀 입으로 종알댄다.
친구 남편은 아내 대학 친구들의 배려를 타고
장지의 크리스마스트리에 꽃등을 밝힌다
애틋한 사랑편지를 쓴다.
혼사의 고독이 트리에 매달려 하얗게 반짝인다.
문득 떠오르는 책속의 기억하나.
아내는‘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린다. 허리 디스크 수술 때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투여한 혈관 조염제 ‘리피오돌’의 부작용 때문에 발병한 것이다. 이때부터 남편은 모든 공적인 활동을 접고 아내 곁에 머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내를 보면서 그는 "우리 둘은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믿고 싶었는데 당신만 혼자 그런 고통을 겪고 있었구려” 라며 안타까워한다. 2006년 아내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두 사람은 동반 자살을 감행한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이들은 죽는 날까지 서로에게 공명하는 세기의 젊은 연인이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도파민과 프로락틴, 아드레날린, 그리고 옥시토신. 몇 가지 호르몬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랑학이 당연시되는 요즘. 두 사람이 남기고 간 질기고도 절절한 사랑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초연해 보인다.
친구 부부의 미국여행 도중 들이닥친 7시간의 뇌수술과 3주 동안의 코마상태, 가족과 이곳 동창들의 그 절절한 기도의 효험도 없이 미아가 된 듯한 친구남편의 휘청거림이 너무 안쓰러웠다. 시신을 서울로 옮겨 장례를 치룰 때 이해인 수녀, 장영희교수, 그리고 화가 김점선이 있었다. 유별나게 뇌파가 통한 친구들이었다. 남편을 위로해주던 친구들이 철새가 되어 떠나갔다. 장영희가 그 다음해에, 김점선이 <졈선전>을 남기고 훌훌 떠났다. 친구남편은 지금 그 공백과 상실을 용케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넽을 통해 스스로 바빠지고 세상과 소통하게 되어 그가 보내오는 이멜이 살아있는 인기척 같아 무지 반갑다.
사랑을 죽음으로 승화시킨 책의 내용이 아무리 아름답고 숭고하다해도 자살은, 더군다나 동반자살은 생명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죄악시 한다. 죽은 내 친구는 남편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살아남아야 한다고 소리 지르는 것 같다. 자기 몫의 시간이 다 진(盡)하지 않았기에 남은 생을 누려야 한다고 말이다. 꽃동네를 도우며 많은 선행을 한 생전의 친구처럼 나누고 베푸는 기쁨을 친구의 남편은 이어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모양으로든 고독의 폭풍우가 들이닥치는 게 인생여정이고 보면 사별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흔들리지만 잘 견디는 친구남편에게 침묵의 박수를 보낸다.
*혼사- 혼자 사는 사람
*<하늘에 쓰는 편지> 김광모 저
‘삶과 꿈’ 출판사
*4-7-2018
댓글 9
-
Chuck
2018.04.11 06:21
-
Chuck
2018.04.11 09:18
비바람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상처를
받으며 자라나는 꽃 과 같습니다.
비바람을 맞지않고 자라나는 나무는 없습니다.
우리의 살아가는 길에 수 많은 비와 바람이 다가 옵니다.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꺽어지듯이 아파 할때도 있습니다.
아픔으로 인해 더 나무는 더 단단해짐을 압니다.
내가 가진 한때의 아픔으로 인생은 깊어지고 단단하게 됩니다.
비와 바람은 멈추게 됩니다. 인생은 매번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비와 바람은 지나가는 한때 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와 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아름답습니다.
사는게 매번 아픈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 또 하루 지나 갑니다.사는게 상처를 위해 사는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아픔은 나를 더 깊고 아름다운 삶의 꽃이 되게 하는 과정입니다.
하루를 소중히 사는 사람은 내일의 기약을 믿고 삽니다.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살아 가게될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나로 인해 상처 주기보다는 나로인해 기쁨을 줄수있고
나로 인해
모든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삶이란
어쩌면 행복과 불행...
그리고 기쁨과 슬픔 행운과 고난의 연속 드라마이지만.....
좋은 생각하면 좋은일이 생깁니다
나쁜 일을 생각하면 분명 나쁜일이 생깁니다
늘 긍정적이고! 감사하고! 웃으면! 삶면 행복이 옵니다.
우리는 항상 좋은 생각으로
날마다 좋은일 가득했으면 합니다.
-
Chuck
2018.04.11 11:06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다고 합니다.
기쁨이 없다는 이야기는??
결국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움켜쥘 수 있고,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 !!!
네잎 클로버는 행운 ?
행복하면 되지
행운을 바란다면 욕심이지요. -
Chuck
2018.04.11 11:28
이렇게 좋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4월 10일 강남역 풍경입니다. 보도블록에 붙은 껌을 연마기로 제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나요?
미세 먼지 때문에 도로를 스프링쿨러로 물세척합니다.클린로드를 보신적 계시죠?
살수차로 초미세먼지 제거를...
3월 말 경 논현동 풍경. 이게 뭔지 아십니까? 보도 블록에 붙은 철제 雨水溝입니다.
도심이 모두 아스팔트,보도블록으로 우수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해 지하수가 고갈 되어 이를 막기 위해! 이런 나라가 또 있습니니까?
지하철 역에 안전을 위해 스크린 도아를 설치한 나라가?
지하철의 전철이 어디에 오고 있는지...
버스 정류장은 더 기가 막힙니다.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뿐만 아니라 버스 안의 좌석이 여유가 있는지 복잡한지도 알려줍니다.
탈 때 100명이 '찍'하고 내릴 때 90명이 '찍'하면 남은 손님은 10명.."여유'라는 정보가...
어느날 남산 1호터널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타일 벽면이 청소를 하여 매연은 커녕 윤이 반질반질 합니다.
1천만 시민이 사는 서울에서 정전으로 촛불을 켠 적이 있습니까?
양초 장사는 촛불데모 때문에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단수 때문에 휘발유 반값하는 생수를 마십니까?
정전,단수 없는 나라가 몇이나 됩니까?
이런 문화 주택같은 파출소가 또 어디 있나요? 광화문 파출소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든 세대를 적폐라고 청산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습니까?
이 어마어마한 무대 장치 보세요. 돈이 얼나나 들었는지? 누구 돈인지?
무대 뿐이고 집회참여자는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익단체 의 초라한 무대.그나마 시민들의 코뭍은 돈으로...
우익 단체 무대장치:43사건 좌파 문화제 무대장치 규모=1:100
우익 단체 집회 참여자:43사건 좌파 문화제 집회 참여자=100:1
이런 나라 또 세계에 어디 있나요?
보수단체 부추연의 윤용 전 고려대학교 상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대사관 앞에서 영어로 원고 없는 연설을 한다.
한미동맹 강화하라고, 우리말로 '젊은이들이여! 집으로 돌아가라!'고..
4.3.사건 남로당 폭동을 미국이 주동했다는 ...
이런 나라를 문재인 정권은 어디로 끌고 가는가?
김동길 교수는 외친다.
우리 모두 44번 버스의 승객이 되어 방관자로 다같이 추락할 것인지?
-
Chuck
2018.04.12 00:25
Good morning to you out there !
-
Chuck
2018.04.12 23:55
시냇물 흘러서 가면 넓은 바닷물이 되듯이
세월이 흘러 익어간 사랑 가슴속에 메워 있었네
그토록 믿어온 사람 내마음에 믿어온 사람
지금은 모두 어리석은데 이제 너를 떠나간다네
저녁노을 나를 두고 가려마 어서 가려마 내모습 감추게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이야기 들려줄거야
시냇물 흘러서 가면 내사랑 찾아오겟지
모두 다 잊고 떠나가야지 보금자리 찾아가야지
저녁노을 나를 두고 가려마 어서 가려마 내모습 감추게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이야기 들려줄거야 -
Chuck
2018.04.13 10:05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이은봉
맵디매운 두부두루치기 백반을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리어카에서 파는 헐값의 검정 비닐구두 잘도 어울리던, 반주로 마신 몇 잔의 소주에도 쉽게 취하던, 마침내 암소를 끌고 가 썩은 사과를 바꿔 와도 좋다던, 맨몸으로도 좋다던 여자가 있었다. 한때는 자랑스럽게 고문진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여자,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장독대 같은 여자
두부두루치기 같은 여자
맵고 짠 여자
가 있었다 어쩌다 내 품에 안기면 푸드득 잠들던 여자가 있었다.
신살구를 잘도 먹어치우던, 지금은 된장찌개 곧잘 끓이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여자…
- 시선집『알뿌리를 키우며』(현대시세계, 2007)
기왓장 같고 장독대 같은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깊이 있고 속 좋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데다가 아무거나 걸치면 척 어울리는 맵시 있는 여자. 한때는 ‘고문진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닐’ 정도로 먹물깨나 먹었고 살림 또한 맵고 짜게 잘하는 여자. 가만 읽어가다 보면 시인의 자기 안 사람 자랑이 분명하다. 아내는 시인 남편으로부터 헌정 받은 이 시를 두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물론 까탈을 부릴 하등의 이유는 없겠으나 당신 만나 이렇게 푹 망가지며 산다고 한번쯤 눈을 흘길지는 모르겠다. 그럴 때 또 시인은 품에 안으면 그만이다.
이은봉 시인의 정신적 지향은 대체로 올곧고 때로는 서늘한 결기가 느껴지지만, 시인은 이웃에 다정다감하고 둘레에 겸손한 사람이다. 또 그다지 날리거나 겉치레에 익숙해 뵈지도 않는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들 부부의 금슬 또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으리라. 끊임없이 밖으로 나대려고 하는 일반적인 남정네들의 원심력과는 달리 시인은 오랫동안 가정이란 구심을 향해 안으로 오며드는 구심력을 발휘해 왔다. 오랜 기간 교사인 부인과 가족을 서울에 두고 자신은 직장인 광주대학교가 있는 광주에 머물며 주말부부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세상 모든 남성들의 시선을 안으로 돌려 힘겨운 여건 가운데서도 꿋꿋이 가정을 지켜오고 있는'기왓장'같고 '장독대' 같은 우리들의 아내와 어머니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연스레 ‘사람이 먼저인 세상’과 가족이 우선인 세상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에게 지어 갖다 바치는 시라 해도 어색할 것 같지 않다. 기실 부부금슬을 기반으로 하는 가정의 화목과 평화는 모든 것에 우선하리라.
미국 공화당의 ‘골든 보이’로 불리던 40대 기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정치인생을 떠나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삶에 보다 충실하겠다는 게 이유다. 깊은 속사정이나 다른 내막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권력의 정점에서 평범한 가장이 되겠다는 그의 모습은 미국 사회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던지는 의미가 크다.
(권순진)
-
Chuck
2018.04.14 01:53
Have a blessed new day,
my dear friends!
Feel free to share!
-
Chuck
2018.04.15 02:44
Ode to joy
아침마다 바람이 답장을 두고 갔다
네가 숲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숲의 일부가 되고
네가 빗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쏟아지는 비의 일부가 되지.
네가 아침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아침의 일부가 되고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너는 내 일부가 돼.
해변의 카프카 中 / 무라카미 하루키
물통 속 번져가는 물감처럼
아주 서서히 아주 우아하게
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다시는 무채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넌 그렇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물감 / 김정수
마음과 마음 사이에
무지개 하나가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사랑 / 이정하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어야
당신과 나 사이로 바람이 분다
당신과 나 사이에 창문이 있어야
당신과 내가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어느 한쪽이 창밖에 서 있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나였으면
당신은 그저 다정한 불빛 아래서
행복해라
따뜻해라
거리 / 황경신
이별보다 더 큰 슬픔은
이별을 예감하는 순간이며
당신의 부재보다도 더 큰 슬픔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당신의 마음은
더 이상 여기 있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같이 있으면서도 늘 내 것이지 못했던 사람아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 박성철
너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
화분을 심었다
아침마다 바람이 답장을 두고 갔다.
편지 / 이훤
그대가 한밤에
초롱초롱 별이 되고 싶다면
나는 밤새도록
눈도 막고 귀도 막고
그대의 등 뒤에서
어둠이 되어 주겠습니다
어둠이 되어 / 안도현
모든 소망을 열람하였으나 꿈은 여태 싱싱한 상처를 낸다
나는 회전 목마를 탄 아이처럼 자꾸 뒤를 돌아본다.
너와 함께 행복해지는 법은 알지 못하나
너 없이 삶을 버티는 법도 배우지 못하였으니
순간은 파도로 몰아치고 봄은 꽃으로 뚝뚝 떨어진다.
언젠가 네 가까운 자리에 놓고 온 심장 자꾸만 뒤척이고 꿈틀거리는데
오월을 나는 어찌 견디나. 사랑, 너를 어찌 견디나.
오월에 나는 / 황경신
앞산에다 대고 큰소리로,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로
당신이 보고 싶다고 외칩니다.
그랬더니,
둥근 달이 떠올라 왔어요
달 / 김용택
혼밥..
'마침내 '삼식이'가 되다
은퇴을 앞두고 아내에게 나는 삼식이는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설사 집에서 세 끼를 먹더라도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까짓것, 내가 찾아 먹으면 될 거 아니여?
나는 아내에게 정말 제대로 얻어먹으며 살아왔다. 음식 솜씨가 좋기도 했지만
처자식 빌어 먹인다고 고단한 서방을 챙겨줄 사람이 자기밖에 더 있겠냐는 게
아내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가끔씩 아내에게 그동안 정말 잘 먹여주어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치하하는 이유다. 아내는 성심으로 나와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었던 것이다.
그런 아내에게 은퇴 뒤에 밉상을 대는 일은 마땅히 피해야 했다.
1년 후 우리 내외의 생활은 뒤바뀌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거의 대부분 집에서 지냈고, 아내의 사회생활은 예전과 다르지 않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주일에 하루 남짓 외출하는 데 그치는 데 비기면
아내는 집에 있는 날이 오히려 적었다.
혼자서 하는 식사, 흔히들 ‘혼밥’이라고 하지만 내게 그건 그리 서글픈 일은 아니다. 물론 아내가 정성 들여서 차려주는 밥상에 댈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때가 되면
비교적 무심하게 식사 준비를 하고 혼밥을 치러낸다.
차츰 아내의 외출이 뜸해졌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노화를 확인하기도 한다.
글쎄, 마뜩지는 않지만 나이 듦에 수반하는 몸의 변화를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나이 들더라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가능하면 오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남은 사람이 혼자서 끼니를 이어야 하는 때가 더디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