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안으로 나를 밀어넣고 / 김영교 5-23-2019 재
2018.03.02 12:20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아침 산책은
햇볕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휘젓기 시작한다
호흡이 먼 데까지 데리고 가는 통에
답답이 훌러덩 옷을 벗는다
발걸음마다
맑게 돌아가는 피톨들 조잘대는 냇물소리 낸다
너무 무성한 무관심 잎줄기들
내 마음의 바닥 흙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베어진다
조바심을 뚫고 목을 빼고 나온 알몸의 시선
싱싱한 초록 잎이 절정일 때를
기대에 차서 껴안는다
말을 아낀 침묵의 시간은 빛 가운데로 나를 밀어 넣고
으깬다, 무릎이 일어설 때까지
짙은 초록이 너풀대며 덮쳐온다
엽맥 저 아래서도 숨결 고와
빛이 일어서니 어둠은 가고
밤이 낮으로 흘러 건너오는 밝은 뻗음
목숨
무수히 꽃피고 또 피는 몸짓 한 가닥
내 안에.
2017 미주문학 겨울호-
동창 이문구작품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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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ul
2018.03.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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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3.04 15:29
노을님의 발길, 고맙습니다. 성원의 눈빛, 격려의 댓글 두루두루 감사!
척척박사의 댓글에 취해 늦었습니다. 선두댓글 주자를 몰라봤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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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2 21:24
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나의 손 누구의 손 서로 서로 잡아줄 수 있나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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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02:01
세벽 네 시 반 ( 김주대)
술에 취한 어제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오늘의 사람들이 첫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어제부터 마신 술이 끝나지 않은 나는 아직 어제인데
새벽 네 시 반
거리에는 오늘의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어제의 거리를 고주망태 걷고 있지만
사실은 나도 사랑하는 이가 누워 자는 그런 데로 가서
살며시 방문을 열고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부터는 일찍 들어올게,라고 맹세하고 싶다
지친 어제를 눕히고
코를 골며 잠들고 싶은 나는 아직 어제다
새벽 네 시 반은
어제로 간 사람들이 깊은 잠에 드는 시간
잠꼬대를 하며 한 쪽 다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말랑한 배 위에 올려놓는 시간
자다 깨어 시계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누워
서로 팔베개를 해주는 시간이다
어제는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으면 될까
새벽 네 시 반
우두커니 오늘이 밝아온다, 우리는 나는 아직 어제인데
하루가 끝나고 시작하는 시간을 자정이 아니고 새벽 4시 반으로 바꿔버린 시인은 불온하다. 신델렐라의 마술도 자정에 끝나버린 것을 4시간 반이나 더 연장시켜버린 것이다. 새벽 4시 반, 술잔을 내려놓고 오늘을 시작하도록 팔베개 해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대책 없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본다.
김주대 시인은 1991년 ‘창작과 비평’에 ‘천막유치원 졸업식’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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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02:46
나의 근황을 묻는 친구에게..
은퇴 전에는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하늘 볼 시간도 없었다.
은퇴후 자주 하늘을 보니 늘 그자리에서 있고
구름은 늘 새롭다. 길가에 피고지는 꽃도 살피지 못하고 산다면 덜 행복한 것이다.
지금은 고개를 돌려 꽃들을 둘러보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는 시간이 넘처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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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03:58
Talking at the night without 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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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08:25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시집 『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사, 1987)
...................................................
‘우순풍조 민안락(雨順風調 民安樂)’이란 말이 있다. 비가 순조롭게 내리고 바람이 조화롭게 불면 백성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뜻이다. 비 가운데서도 봄비는 생명이고 기다림이며 희망이다. ‘봄비는 쌀비’라는 말도 있다. 풍년농사를 예고하는 단비라는 의미다. 봄비로 말미암아 가문 대지의 숨결이 살아나고, 이 땅에 살아가는 뭇 생명의 생기도 살아날 것이다. 오늘 내리는 봄비가 땅의 기운을 쪼아 숨통을 틔워 낼 것이다. 생명을 잉태하는 초목뿐 아니라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도 이 봄비에 설렌다. 가슴을 쭉 펴고 비를 맞으며 걷고, 격조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며, 잉크가 말라가는 볼펜으로 뭔가 끼적이기도 한다.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실크의 촉감으로 온몸을 안마하듯 조곤조곤 밟고 지나가는 봄비는 이뻐라. 이럴 때 자기도 모르게 빗장 건 마음이 열려 탄성을 자아내며 봄을 찬양한다. 그리고 선명한 음색의 봄비는 모든 것을 씻겨주면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다. 봄비와 함께 떨리는 소식이 자분자분 걸어오고 있어 머지않아 좋은 일로 당도하리라 믿는다. 파랑새 한 마리 월계수 잎을 물고 저 봄비 속으로 넘실거리며 오고 있다. 고운이나 미운 이에게나 풀이나 나무나, 산이나 강이나 철조망이나 초원이나 두루 넘실대며 희망의 전령사로 오고 있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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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10:52
끝난 사람귀중한 것이 많이 나거나 간직되어 있는 곳을 보고(寶庫)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가장 많은 귀중품이 간직된 곳은 단연 인터넷이다.
아니 인터넷은 희귀하고 다양한 매장물(treasure trove)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그것을 알면 노다지를 캔다.
일반적으로 그것을 데이터라고 말한다.
최근 발견된 귀한 자료가 <끝난 사람>이라는
우치다테 마키코 (内館牧子)가 지은 책이다.
요즘 세상은 고령사회(Aged society)인 것을 알게 하고
그런 세상의 내일에 도전하게 한다.
고교 동창회에 몇십 년 만에 가보면 공부 잘했던 친구들은
그저 그렇게 월급쟁이나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말썽쟁이 친구들 중 몇몇은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술값을 도맡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나면
젊은 시절에 수재 소리를 들었든 못 들었든,
미인이었든 아니든, 일류 기업에 근무했든 아니든
은퇴 후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았다.
일렬횡대(一列橫隊)다” 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입사해 한동안 승승장구하다 임원 진급에 실패해
자회사로 좌천된 이후 정년을 맞이한 인물이다.
회사는 젊은 직원을 엘리트라고 한껏 띄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냉혹한 곳이다.
그에게 정년 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과 다름없다.
그는 은퇴 후 모두가 똑같아질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왜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은행에서 출세하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던가 후회한다.
누구의 말처럼
“떨어진 벚꽃, 남아 있는 벚꽃도 다 지는 벚꽃”인 세상이다.
그는 취미로 도자기를 굽는다든가, 수제 메밀국수를
만드는 일 따위로 허전함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끊임없이 일을 찾아 나선다.
삼시세끼 밥을 챙겨줘야 하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
문화센터에서 만난 여성과의 어설픈 로맨스,
대학원 공부, 젊은 벤처사업가의 뜻밖의 제안까지
좌충우돌하는 그의 삶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이 책은 일본의 50대 이상의 독자들로부터
“나 자신이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무섭고 리얼하다” 는
평을 받았다. 일본에서 2015년 출간돼 15만 부 이상이 팔린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소설은 ‘품격 있는 쇠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60대가 넘어 복싱 심판으로
일하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그 친구는 자신보다 학벌도, 직장도 좋지 못했지만
40대 중반부터 취미로 즐기던
복싱 심판 자격증을 땄던 것이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이 무척 길어진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미 젊은 한 때의 부귀공명을 위해 피투성이가 되는
반짝 인생보다 은퇴 이후의 삶이 훨신 길다.
그런데 그 은퇴라는 것이 시작하자마자
일렬횡대(一列橫隊)라는 말이다.
젊음이 다 털리고 옆으로 나란히 하여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이라는 말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 같은
은퇴(retire)가 아닌 새로운 재기의 은퇴
(re-tire, 바퀴를 갈아 끼우는)가 되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内館牧子는 1948년생으로 금년에 만70세이다.
NHK의 連続테레비 小説과 大河드라마를 담당하는 脚本家로서
活躍하는 内館牧子。일본相撲通으로도有名하여、2000年부터
女性으로는 唯一한 横綱(요코즈나)審議委員으로活動하고있다.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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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3 11:08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
산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남과 싸우고..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세계라는 무대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이는 인생을 농사에 비유한다.
어떤 이는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에 비유한다.
어떤 이는 인생을 책을 쓰는데 비유한다.
어떤 이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우리는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자기의 길을 가는 인생의 나그네다.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이 가는 길은 인도요,
자동차가 가는 길은 차도요,
배가 가는 길은 뱃길이요,
바닷길이다.
우주에도 길이 있다.
지구는 지구가 도는 길이 있고,
별은 별이 가는 길이 있다.
옳은 길을 가되 우리는 적절한 속도..
적절한 걸음걸이로 가야 한다.
군자는 인생의 큰 길,
옳은 길을 정정 당당히 간다.
마음에 추호도 부끄러움과 거리낌이 없는 사람만이
청천백일 하에 크고 넓은 길을 늠름하게 활보할 수 있다.
힘차고 당당하게 걷는걷는 걸음을 활보라고 한다.
광명정대의 정신을 가지고 인생을 바로 사는 사람만이
정정당당한 자세로 태연자약하게
인생의 정도와 대로를 힘차게 걸을 수 있다.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이다
>>안병욱 인생론에서<<댓글을 입력하세요. -
김영교
2018.03.03 12:28
척척박사님:
시발이 출생이지요? 길을 갑니다. 가기만 하고 어느 누구도 돌아온적이 없는 길을 떠나지요.
완료는 죽음, 일직선애 있는길이 아닌가요? 고령화, 몸은 그렇다 치고 사고나 의식까지 아니길 바라지요. 글을 쓰니깐 외계와 소통이 가능해서지요.
끝난사람, 실감이 갑니다. 세상을 가깝게 끌어당겨다 주시어 감사.
은퇴, 네, 저는 금퇴를 했네요. 아침마다 7시 30분에 열 다섯살 맡 손주와 데이트. 사립학교 등교 왕복 28마일 기사. 기를 받아요! 깎은 사과도 나누어 먹으며 대화!
누리며 감사하며.....What a wonderful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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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4 00:18
Have a Great Wonderful Sun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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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3.0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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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8.03.04 15:42
와우! 즐감했습니다. 귀가 행복했습니다. lyric도 duet도 또 다른 감흥입니다.
멀리멀리 퍼져나가 감성의 행보가 신선합니다. 흐느끼듯 감탄하듯 탄력있는 호소력
제 혼자만의 잠입이었나요? 자장가로 sweet Dream to me!
저는 어릴 때부터 바람을 참 좋아했답니다. 솔바람 앞에 서면 늘 숙연해지더군요. 참 아름다운 시 입니다. 더 이상 감사의 말을 잊었습니다. 노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