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나를 갉아먹는 미움의 감정 / 김영교
2018.02.24 06:12
숨어있는 것에 대하여
하루의 끝자리에서 부어 오른 발을 쓰다듬어 줄 때 가슴이 찡할 때가 많다. 따뜻한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저 밑바닥에서 온 몸의 무게를 감당해 주는 발은 불평하지 않는다. 양말에 싸여 또 신발에 갇혀 어둡고 답답해도 발 냄새마저도 껴안는 발은 넓은 가슴을 지녔음직하다. 몸 지체 중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주인의 의지에 따라 가고자 하는 곳에 어디든 앞서 간다. 더러운 것을 제일 먼저 그것도 기꺼이 밟는다. 두 발은 공평한 무게 분담을 사이좋게 한다. 다툼 없이 앞서고 뒤서는 화목 행진이 없다면 질서는 무너지고 건강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부부관계로 많이 야윈 후배는 남편이 몹시 밉다고 했다. 인내의 벼랑에 서 있으며 하루하루 견디기가 참으로 힘든 다 했다. 우리는 성경 반에서 만났고 두 남매를 최선을 다해 키우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이다. 창백한 안색에 미움이 짖게 드리워져 흐느낌이 눈물과 함께 온 몸을 파도치고 있었다. 후배의 아픔은 이곳 이민가정의 아픔이며 한 여자의 아픔이었다. 답답한 가슴은 식은 커피만 마셔 댔다.
건강 캠프에서 배운 지식을 나누었다. 미운 감정의 출발은 나에게서 나가서 나에게로 되돌아 온다. 3배로 확대 증폭되어 미운 대상을 해치기 전에 먼저 나를 해치는 어리석은 에너지라는 점을 얘기해주었다. 천사도 아닌 인간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사랑의 대상으로 빚은 인간이 증오심의 독충에 갉아 먹히어 생명이 오그라드는 것을 차마 못 보겠다는 하나님 차원의 애정 고백이다. 그것은 세상을 들었다 놓는 극치의 웅변임을 후배에게 말해 주었다. 미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좋은 마음은 10배로 본인에게로 되돌아 온다. 수리된 건강한 세포는 평안한 마음이 되어 몸을 이완시키는 숨어 있는 힘, 그 신비함을 들려주었다. 좋은 감정은 생명적 에너지며 미움은 사망적 에너지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려 했다.
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생의 거친 들판, 어두운 산길을 만날 때 발바닥의 마음이 되어 보면 쉽게 지나갈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낮아져서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다. 생명적 에너지 장(場)에 머물고 싶다고 다짐을 주고 떠나는 후배의 표정에 다소 생기가 보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존이 확실한 숨어있는 것들의 위대한 힘, 생명에 직결되어 있는 뿌리나 발바닥 같은 존재, 관계성에서 사계절이나 자연을 통해 창조질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학이란 숨어있는 것들을 들춰내어 눈앞에 펼쳐주는 체계화된 학문 아닌가. 용서하는 마음은 바로 이런 하늘마음에 참여하는 인간의 전파이다. 후배 가슴 가득 이 전파가 흐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빨리 오기를 바랐던 지난 주말이었다.
< 이 아침에...> 중앙일보 토 2/24/2018
댓글 12
-
Chuck
2018.02.24 06:44
-
Chuck
2018.02.24 07:07
어느 산악인의넋두리 (LO L)
Chuck
2018.02.24 07:31
어느 산악인의 넋두리...
△산은 언제나 나를 반겨주며 안아준다.
그러나 마누라는 안아주고 싶을 때만 안아준다.
△산은 내가 바빠서 찾아 주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려 준다.
그러나 마누라는 전화통이 불난다.
△산은 사계절 새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기다린다.
그러나 마누라는 사계절 몸뻬 입고 나를 기다린다.
△산은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마누라는 내가 만능 맥가이버가 되길 바란다.
△산은 꾸미지 않아도 이쁘다.
그러나 마누라는 화장 안 하면 무섭다.
△산은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노래가 있다.
그러나 마누라는 잔소리와 바가지가 전부다.
△산과는 말없이 조용히 대화한다.
그러나 마누라와의 대화는 부부싸움의 전초전이다.
△산은 땀과 함께 건강을 지켜준다.
그러나 마누라와는 엄청난 노동(?)이다.
△그래도 내가 산이 아니라 마누라하고 사는 이유는?
밥을 주기 때문이다~~~ㅍ
Chuck
2018.02.24 10:10
외로운 이마음을
쓸쓸한 내마음을
달랠길이 없어 뜨거운 눈물이
두뺨을 적셔 외로이 홀로 걸었네 세월은 흐르고 흐르다
봄은 돌아와도 한번간 내사랑
나를 찾아 오려나 나를 버리고
떠나간 그 시절 돌아올까
돌아오려나
잊을수 없는 세월
김영교
2018.02.24 14:49
척척박사님: 구정 잘 보내셨나요? 올림픽이 한창이네요.
보석 가곡들, 가슴이 엄청 좋아합니다. 연속재생 시간이 알곡입니다.
산을 타는 남자에게서 사람냄새가 나서 좋습니다. 밥, 혹시 오곡밥 아니면 이밥?
적중, 빙곱니다. reference로 자료함에 keep하지요.
Chuck
2018.02.25 04:01
마음이 마음에게 / 이해인
내가 너무 커버려서맑지 못한 것 밝지 못한 것 바르지 못한 것
누구보다 내 마음이 먼저 알고 나에게 충고하네요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다 욕심이에요 거룩한 소임에도 이기심을 버려야 순결해진답니다
마음은 보기보다 약하다구요 작은 먼지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구요
오래오래 눈을 맑게 지니려면 마음 단속부터 잘해야지요 작지만 옹졸하진 않게 평범하지만 우둔하진 않게마음을 다스려야 맑은 삶이 된다고 마음이 마음에게 말하네요
-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중에서-이상태
2018.02.25 11:03
줄감 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김영교
2018.02.25 14:19
상태후배 : 오랫만. 몸은 건강한가요? 한국? 미국?
좋은 시 많이 쓰고 바람시인! - 선배
김영교
2018.02.25 14:34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이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시리도록 청청한지, 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
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 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 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최영미 / 어느새)
*발랄한 서른잔치의 영미시인이 EN을 상대/ top news!
바다건너 늘 늦게 접수
통쾌한 바람 한 줄기....
Chuck
2018.02.26 01:25
Heal your heart Let the eyes of creation adore you Free your soul And be true to life And love Heal your heart Let the arms of creation embrace you Free your fear And let your soul and spirit fly To love Heal your heart Let the kiss of creation awaken you Feel your fire And let the lover in you love This life
Chuck
2018.02.26 05:44
이지연 - 바람아 멈추어다오
해가뜨면 찾아올까
바람불면 떠날사람인데
행여한번 돌아보면
그대역시 외면하고 있네
바람아 멈추어 다오
세월가면 잊혀질까
그렇지만 다시생각날껄
붙잡아도 소용없어
그대는 왜 멀어져가나
바람아 멈추어다오
난몰라 하하
바람아 아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이젠 모두 지난일이야
그리우면 난 어떻하나
부질없는 내마음에
바보같이 눈물만흐르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난몰라 하하
바람아 아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이젠 모두 지난일이야
그리우면 난 어떻하나
부질없는 내마음에
바보같이 눈물만 흐르네
바람아 멈추어다오Chuck
2018.02.26 08:28
새는 날아가고 (나희덕)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갔어
창밖은 고요해
그래도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접시를 앞에 두고
거기 놓인 사과를 베어 물었지
사과는 조금 전까지 붉게 두근거렸어
사과는 접시의 심장이었을까
사과 씨는 사과의 심장이었을까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담겼다 비워지지
심장을 잃어버린 것들의 박동을
너는 들어본 적 있니?
둘레로 퍼지는 침묵의 빛,
사과를 잃어버리고도
접시가 아직 깨지지 않은 것처럼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식탁과 접시는 말없이 둥글고
창밖은 고요해
괄호처럼 입을 벌리는 빈 접시,
새는 날아가고
나는 다른 심장들을 훔치고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지
이 시는 단 한마디도 사랑이 깨졌다거나 심장을 통째로 날릴만큼 상처를 입었다거나 그래서 짝퉁으로라도 그 아픔을 메꾸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거나… 하는 심히 친절한 단어들은 왕따 시켜버리고, 이별을 거리를 두고 cool 하게 표현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 접시에 담기 사과는 심장이 되고 산다는 것은늘 그렇듯이 만나면 헤어지는 거라고, 그 방법은 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가 버린 거라고… 마치 나희덕 보살님이 ‘반야심경’을 재해석 해주는 것만 같다. 오랫만에 어렵게, 여백이 사무치는 시 한 편 만난 기쁨이 크다
You did a good job in your own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