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홍승표 작품 모란 / 목단

180425 (0).JPG수필 창작 - 밥사는 목사님 / 김영교

 

목사와 경찰관, 그리고 선생이 밥 먹으러 식당에 갔다. 오래 서로 눈치 보며 밍기적 돈 낼 생각을 하지 않자 누가 밥값을 냈을까? 모두가 공짜 밥 선호족이란 얘기다.


목사님을 지극정성 대접하는 어머니를 보며 살아왔다. 일주일을 단위로 일생동안 사귐을 가진 영적 리더 목사, 그런 주의 종 대접에 부지런한 어머니는 정성을 다했다. 많은 사람들이 밥 살 때는 마음과 뜻을 다해 성의껏 모신다. 나 또한 대접하고 나면 기쁘다. 누구나 성의 있는 사귐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적 지도자, 목사와의 만남에는 늘 가슴 찡한 설렘이 인다. 감사할 일은 대접 받을 만한 은혜로운 영적 영향력을 끼치는 목사가 주위에 많다는 점이다. 그럴 때면 대접해드리고 싶은 성정의 발로는 자연스러운 성도의 마음 아닐까.


얼마 전 주말에 우리 집에 반가운 방문이 있었다. 그 발길은 여러 차례 문의해 와 이쪽 편한 시간을 살핀 게 바로 그 날이었다. 그는 엘에이 한인타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목사다. 섬기는 교회도 시내에 있다. 아파트 단지 텃밭이 키운 무공해 상추 그리고 과일 한 상자가 동행해 함께 왔다. 대접 받는 데에만 익숙한 목사가 주위에 많은 게 주지의 사실이다. 매일 이것 달라 저것 달라, ‘달라’에 익숙한 교인들도 문제 있다. 나도 그중의 하나인지 살펴본다. 골치가 많이 아프겠다, 코리안의 하나님은.... 그런 생각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침 이웃에 건강 식당이 있어 작은 예배 후 그날 우리 일행 여섯 명운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 나보다 앞서 지불카드를 계산대에 먼저 맡긴 그 목사님은 진지했다. 오늘 밥값을 성의껏 부담한 그 목사의 배품은 대화부터 울림이 있었다. 내 속마음은 놀라워했고 진정성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와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오늘 이렇게 '밥 사'목사를 만난 것은 의외의 사건이었다. 오랜 세월 고착된 나의 선입견, 그것은 수정을 거부하고 고성처럼 우뚝했다. '오늘 이런 목사도 있구나!' 비뚤어진 나의 중증 편견이 허물러지며 드디어 안목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부드럽게 물렁해진 뻣뻣했던 고정관념의 외투, 햇볕이 벗긴 것이었다.


그 후 기회 있을 때 마다 챙겨주는 목사님의 정겨운 코이노니아! 하늘마음이 아니고서야 기쁨으로 해 낼 수가 있을까 싶었다. 이웃에게 철따라 형편 따라 퍼주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그 목사가 하나님 말씀을 대언할 때 교인들은 분명 일심동체 영적 관계의 가족이라 여겨졌다.

기도할 때면 울고 때 쓰기가 나의 전문분야였다. 주님도 답답했을 것이다. 나의 고정관념이 이렇게 수리되고 나서 그토록 어처구니없이 생 때 쓰던 기도가 방향이 바뀌어졌다. 살다보면 약해지고 병도 든다. 어떤 형편에 있던지 살아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감사하는 눈에 보이는 주위의 아름다운 것 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해답은 식당 주인! 우시게 얘기 치곤 씁쓸한 뒷맛이 찌르는 데가 있다.


중앙일보 5월 24일 목 < 이 아침에 >


친구 홍승표작품 - 라일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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