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그림자/강민경
밤길을 가다가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내 크고 작은 두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아이 적에는 어려서 몰랐고
장성한 뒤에는 철이 들어서 안 보였던
크고 작은 가로등 불빛이 거미줄처럼 얽혀
길인 듯 나와 하나를 이루고
거리를 좁혔다 넓혔다 끝없이 따라옵니다
시를 짓듯 소설을 쓰듯……
그들의 문장을 읽으려고
내가 두 눈을 반짝이면 반짝일수록
작은 내 그림자는 또렷해지고
키 큰 내 그림자는
어느새 저만치 희미해집니다.
세상사
외줄 타듯 살아온 내 삶이 나도 모르게
두 그림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합니다
그림자도 덩달아 서성거립니다
그동안 오래 살았다고
이제는 한쪽을 선택할 때라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아직도
희미하게 사라지는 그림자가 더 크게 보이니
가로등 불빛 내 나이를 태우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