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걱정하지 말라/강민경
지는 해, 차마
마주할 수 없어서 등 돌리면
발밑 그림자
길 앞에서 점점 길어지다가 희미해지고
그러다가 사라지겠지만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낮 동안 뜨거움에 달뜬 햇볕 알갱이
아직 다 사르지 못한 잔상은
파도타기에 홀린 사람들의 뒷덜미
움켜쥐고 아쉬워 망설이는데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해지면 낮달
잠에서 깨어나고
밤 깊어가면
별들은 하늘에서 돋아나
어둠도 반짝이는 꽃밭이 되느니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사람 한평생 사는 것이
밤뿐이더냐
낮뿐이더냐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렇게 이어가다 보면 죽음도
영원일 수 있나니
세상아,
내 걱정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