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10월 계절을 앓으면서 여러 곳에서 모인 이들과 산장 기도원에 다녀왔습니다.
다정하게 담화하는 그들을 떠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아, 나를 기다리는 밤하늘의 별들.....!
도시에서는 공해와 염치없는 형광등으로 보이지 않던 별들.....
거기 인간을 위해 아직도 머물고 있는 원시적 자연, 본래의 창조의 모습이 얼핏 거렸습니다.
인간의 수없는 세월을 흘러오면서 으스러지고 부스러진 자연의 본래의 창세기의 청초함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이것은 내게 주어진 기특한 선물. 성경은 인간이 온전한 회복이 이루어질 때 자연도 그 완벽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인간이 앓듯, 자연도 신음하고 있다고......참으로 완벽한 사랑의 구도.....
나는 떨면서 돌아와 졸시 하나 더듬었지요. 내가 더듬는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완벽에서 먼 거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그의 눈과 손길에서 멀리 멀리 떠나 있는 그러나 사랑의 수납자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그와의 매듭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뚜렷한 우정의 관계.....
인간 모두는 본래 설정된 아름다운 그림에 얼마나 가야 끝 길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아니 도달 할 수나 있는지. 모두.... 그리고, 나.
지금 고국에선 통일이란 어휘가 낙엽처럼 흩어져 우리를 어지럽게 하고,
김규동 시인은 그의 시 ‘통일 연습’에서 통일이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결코 센티맨탈이즘이 아님을 조용 조용 그러나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지요.
<해방 이듬해/북녘 고향에서 /어머니는 담배질이 심한 아들 위해 /성냥 한 갑 배급 받는다고 / 반나절을/ 뙤약볕에 줄서 기다렸다/ 양곡 배급 탈 때는 /주는 대로 고맙게 받고 / 쌀 한 줌 더 받을 생각하지 않았다/ 죽을 끓였으나 /어머니는/ 욕심 부리는 일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잘 살고/ 어떤 사람은 아주 못사는/ 남한 사회에서/ 검소하게 사는 방법을/ 어머니의 지난 날에서 배운다> (‘통일 공부’ 김규동작)
다음은 우리 현대시사에 도도하고 명쾌한 그러나 여리고 여린 감성의 신선한 향기를 선사하는 시법으로 독자들과 문단에 유별한 사랑을 받는 황동규 시인의 시를 나누려 합니다.
<게처럼 꼭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발처럼 뚝 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서가 아니다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온길 갈길 잃고 서로 엉켜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내림줄 그으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뻥한 사랑 노래‘ 황동규)
10월의 한 밤 숲속에 서니 말을 잃어버린다
단물 진 시간이 멈춘 하늘은 다정하여
낮게 숲으로 내려오고
별들은 높이 떠 있다
별들이 이곳저곳 잔뿌리 내려
내 안에 흩어진 세포들
타 오르듯 말 듯 순해진 세포들
별 하나 아아 감탄사로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희고 붉은 염색체의 구슬을 더듬는다
목마름은 그리듯이 고요하다
세상의 온갖 소리들 부끄럽게 고개를 돌리고
뜨거운 가마솥의 물이 끓는 목마름
별의 눈동자로
작은 흰 들국화 한 송이
원시로 돌아가 행복한 듯
‘.....듯’ 듯으로 상상을 쌓아 올린다 (‘10월 숲속의 한밤’ 곽상희작)
말이 필요 없는, 별만이 총총 잠자듯 흐르는, 풀잎도 수목들도 서로를 위해 자리를 비키는 듯 그런 겸허의 시간의 한가운데 상기의 졸시 하나 어줍게 태어났다고,
2000년 1월 1일 캐나다에서 각국에서 온 세계최고 문인들은 인류역사가 있은 이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창세기 1장 1절을 만장일치로 선택했다고.
문학은 창조이면서 모방이라고, 그러나 결코 모방이 될 수 없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채 단풍이 들기 전 10월도 페이지를 덮으려 하네요.
참으로 황금 같은 10월을 값있고 아름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