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 성백군
어쩌다가
내 십 대의 일기장을 보았다
각종 사건과 온갖 정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지금 나는 웃고 있다
괴로웠던 일 즐거웠던 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들이 되살아나
나를 토막 치지만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이미 오십 년이 지난
흥미로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다
평생을
세상 무대 위에서 춤추는 나
연출자에 의해서 희로애락이 썩 바뀌니
그건 참 내가 아니라
조물주가 만들어 낸 가상공간의 나라는 생각,
관객으로서의 내가 배우로서의 나를 즐긴다
부와 권세와 명예, 가난과 고난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무대 위에 올려놓은 연출자의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나 밖에서 나를 바라보면 세상은 극적인 연극 무대,
조물주 어르신!
이왕이면 나를 사용해 감동적인 작품 한 편 만들어 주시오
다 같이 즐기며 나도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