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2 / 성백군
까맣다
파도 소리 없으면 바다인 줄 모르겠고
물거품 일지 않으면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 되는데
철석 철버덕, 왜?
누가 때리고 누가 맞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저희끼리 싸우는 파도
밀물과 썰물이 서로 억울하다고
거심을 부린다
밤새도록 싸워도
끝이 없고
이겨 보았자 그곳이 그 자리인 것을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는 팔자인 줄 알면서도
파도는 또 싸운다
사람들도 늘 싸운다
파도가 싸우는 밤바다에는
싸우고 쓰러지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싸우며
해답 없이, 빛 없이 살아가는
울고 웃는 사람 한평생이 다 들어있다.
하얗게 일어섰다가
흔적도 없이 까맣게 스러지는 물거품이
부질없는 세상사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