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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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존 이야기

2006.07.10 05:34

오연희 조회 수:879 추천:185

존의 부모는 이혼을 했다. 이혼한 부모를 가진다는 사실은 미국 젊은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그 결과가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나는 존을 통해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존은 그의 가정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에 대해 항상 화를 냈다. 어느 날 아침 난데없는 욕지거리에 잠을 깬 나는 존이 전화에다 대고 남이 아닌 자기 어머니에게 그렇게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무언지 몹시 화가 난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아무리 자기 어머니한테 저럴 수가 있나 싶어 나는 통 이해가 안 갔다.

후에 나는 존에게 물어 봤다. "존 너 어머니한테 어떻게 그렇게 몹쓸 말을 하니?" "나도 잘못인 줄은 알아." 나는 마음 속으로 '아마 미국이라서 그런가 보다' 라고 여겼다.

위의 내용은 필자가 읽은 세계명문대학 한국 유학생들의 캠퍼스 수기를 묶어 놓은 책 〈무서운 아이들>의 내용 중 일부이다.

필자는 부모의 이혼을 대하는 미국 자녀들의 마음가짐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줄 알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나 재혼으로 인한 새로운 가족관계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난 후 많은 사람이 겪는 아픔이라고 내 아픔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란 별로 대단한 관계가 되지 못한다고 여기는 이상 사랑이라는 감정도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하여 존의 경우처럼 부모를 막 대하거나 이성에 대한 욕망이 무절제한 경우가 생긴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 기가 막힌 일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이 쉽지 않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이혼한 경험을 가진 분이나 재혼한 커플들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어려움이 닥쳐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일반론을 가지고 정죄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혼 후 아빠 혹은 엄마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전 아내나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과 한 가정을 이루면서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재혼하는 경우도 많아진 요즈음에는 가족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굳이 밝힐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쉬할 수만도 없는 새로운 가족관계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한 부모를 가진 모든 자녀들이 존과 같은 생활방식과 사고를 가진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겪었던 외로움과 아픔을 교훈 삼아 자신의 어려움과 갈등을 인내와 사랑으로 이겨내고 결국 흔들림 없는 가정을 세워 갈수 있었다는 어느 분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혼란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존도 그런 사연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국인들보다 극복해야 할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사는 이민자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화목한 가정을 가꿔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무난하게 삶이 진행될 때는 모든 불행한 사건들이 남의 일로만 들린다.

그러나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한인사회를 온통 뒤흔들었던 가족참사의 주인공들도 한때는 서로에게 참으로 소중한 존재였으리라.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따스한 눈빛 주고받으며 살 줄 알았으리라. 쉬운 이혼 그냥 해 보는 재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사이가 흔들리면 부모 역할도 힘들어 지는 것이 수순 같다.

높아져 가는 이혼율과 재혼에 발 맞추어 정부차원의 유익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어 새로운 가족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가정들이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자녀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다. 부모 탓만 하다가 자기 인생 망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애씀이 중요할 것 같다.

부모님들의 굴곡의 삶은 그들의 고통만으로도 벅찬 것이니 흘러가게 하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까지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6.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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