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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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보통아이들

2007.06.26 09:24

오연희 조회 수:886 추천:200


한국의 전 대통령 중에 한 분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말 ‘보통사람’ 그 영향 때문인지 ‘보통사람’ 이라는 말을 들으면 약간 혼란스럽다. ‘보통사람’의 이미지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보통아이들’에 대한 기준도 가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똑똑한 자녀들에 대한 이런저런 기사를 접하다 보면 그 아이들이 미국 사는 한국아이들의 보통수준같이 느껴진다. 정말 그렇다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지극히 보통의 아이가 대단한 아이로 비춰지는 경우도 있다. 나의 딸이 한 중소도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음악을 하다 보니 무대에 서는 경우가 잦아졌고, 우연찮게 신문에 기사화가 되었다.  약력을 써 달라길래 간략하게 적어 보냈는데 그 중에 ‘아시안 클럽 회장’이라고 적은 내용이 ‘학생회장’으로 잘못 기사화 되는 바람에 음악도 공부도 리더쉽도 뛰어난 아이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게 기억되는 것은 불편하다. 보통에서 비범으로 격상시켜 놓았던 그 일로 인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의 편안함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자식의 평가에 무신경 하기란 쉽지 않다. 지나치면 비교의식이 발동하게 된다. 대부분의 불평은 우리 자녀보다 똑똑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뒤떨어진다는 기분에 한번 휩싸이게 되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진다.  실망스러운 한 순간 만으로 내 아이의 전체를 단정 지어 버린 적은 없었던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는데, 우리 부모들이 걸어왔던 길처럼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데 눈앞에 일로 감정을 세운 적은 없었던가.  보통의 자녀를 둔 보통 엄마로써 좀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일이 참 많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라는 ‘킴벌리 커버거’의 싯귀가 떠오른다. 사실 가슴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면 살아가는 것이 보통사람의 삶이 아닐까. 그때 알았더라면 자녀들에게 더 너그러울 수 있었는데, 좀더 훌륭한 생각을 심어줄 수 있었는데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며칠 전 한 친구와 대화하던 중 보통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애들도 그저 평범하게 그렇게 살면 좋겠어 라고 해놓고 이렇게 저렇게 말이야 라고 했더니…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앗따! 보통수준 엄청 높네…’ 한마디 던진다.  ‘보통’이라는 말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을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어떠하든 수많은 산과 강을 넘어오셨을 그분들의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쉽지 않은 길 정말 잘 넘어 오셨어요.’라며 환호라도 보내줘야 할 것 같다.  형태와 모양은 다르지만 건너야만 할 산과 강 앞에, 몸을 약간 구부리고 한발 앞으로 내민 우리 자녀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6월은 방학과 졸업의 계절이다.  더러는 ‘준비선’ 에서 자세를 고르고 있고, 또 더러는 ‘준비, 땅!’ 소리를 뒤로 하고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보통의 우리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말기를, 오히려 굳게 딛고 일어서서 결실의 열매가 가득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보통의 우리아이들에게 간절히 바라며 응원의 박수 온 마음을 다해 보낸다.  


ohyeonhee@hotmail.com
2007년 6월 25일 신문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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