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8
어제:
24
전체:
1,291,611

이달의 작가

자식농사 그 이론과 실제

2006.08.21 04:42

오연희 조회 수:923 추천:194

필자는 지극히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남매를 두고 있다. 평범의 기준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잠시 주춤하게 된다.

솔직히 마음에 차지 않는 구석이 많다. "욕심도…" 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내 말뜻을 알아차리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자녀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도 부족한 필자인지라 여전히 이리저리 부딪치며 엄마의 길을 가고 있다.

생활 속에서 오는 크고 작은 갈등은 계속 되고 있고 조바심. 노파심. 욕심덩어리가 말랑말랑해 지기까지는 또 얼마의 세월이 흐를지 모르겠다. 필자만 그럴까? 혹 교육자라면 성품이 느긋하다면 다를까?

여고시절 필자가 존경했던 실력과 인격이 잘 갖추어진 스승님이 한분 계셨다.

필자가 결혼한 후 갑자기 선생님 안부가 궁금해졌다. 어찌어찌 해서 연락이 닿아 편지를 드렸고 얼마 후 답장이 왔다. 필자가 보낸 편지를 스승님의 아들을 시켜 몇 번이나 큰소리로 읽게 했다며 너무도 감격해 하셨다.

스승으로서의 보람도 보람이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며 꼭 한번 집으로 찾아오라고 간곡히 말씀하셨다. 결국 찾아 뵙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 왔지만 지금도 그 스승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스해 진다.

그런데 답장 중에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있다. 대학진학에 여러 번 실패한 아들 때문에 정말 속상 하다는 스승님의 고백이다.

그처럼 훌륭한 선생님의 아들이 그럴 수가 있나 하며 의아해 했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 동에 피아노 선생님이 살았다. 저녁 5시쯤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예사 실력이 아니었다.

이웃 분들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 피아노 소리는 피아노 선생님의 아들이 치는 것 이라고 했다. 콩쿨이 얼마남지 않아 강 훈련에 돌입했으며 피아노를 얼마나 많이 쳤는지 손에 지문이 없어졌다고 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 선생님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지만 정작 선생님의 아들은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아 왔다고 했다.

자식에게는 욕심이 앞서 쉽게 화를 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가 힘든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평소 말소리나 행동이 차분했던 그 선생님의 결단력에 고개를 끄떡였던 기억이 있다.

미국교육이 한국보다 쉬울까?

영어를 못해도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는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아이들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점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어느 엄마는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다가 하도 속이 터져 손이 자꾸 올라가는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듣던 다른 이웃이 미국에서 초등학교 아이 공부 봐줄 실력 되는 1세 부모 얼마나 되겠냐며 부러움 섞인 핀잔 한마디 툭 던진다.

아이가 한 눈 팔 틈이 없도록 빽빽한 스케줄로 팽팽 돌려야 한다는 어느 엄마의 강경한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고생인 두 자녀를 데리고 유학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옆의 엄마가 공부만 잘하면 되는 한국 교육보다 좋은 대학으로 가는 길이 훨씬 험하다며 이런 저런 푸념을 늘어 놓는다.

아이들의 실력은 쑥쑥 오르는 것 같지 않고 점점 높아지고 있는 대입 경쟁률에 대한 기사를 보면 불난집 부채질 당하는 기분이다. 교육 관련 기사나 칼럼이 눈길을 붙잡고 교육세미나의 명 강의에 귀를 세우지만 정작 들어야 할 아이는 그 자리에 없거나 있어도 엄마처럼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 같지 않다.

부모 자녀간의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야 겠다는 생각은 굴뚝 같은데 훈계를 토론하듯이 이끌만한 대화법에 서툴어 정작 할말은 제대로 못하고 서로 마음만 상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적극 권하지만 지적 할 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교육자도 성품이 차분한 사람도 부모의 위치가 되면 이론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타고난 색깔이 다른 아이들에게 일률적인 교육방법을 적용한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될 일이다.

'사랑'은 나보다 잘돼도 배가 아프지 않는 아니 나보다 잘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존재라고 한다. 너무도 간절하기에 해주고 싶은 것과 들려주고 싶은 말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너무 귀한 우리의 자녀들.

부정적인 면에서 눈을 거두고 부족한 면보다 가진 면을 크게 바라보려는 노력과 내 아이의 현재에 감사하기로 작정하지 않고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6. 08. 2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의 글들은...♣ 오연희 2015.07.24 204
168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오연희 2007.07.09 1019
167 보통아이들 오연희 2007.06.26 886
166 따뜻한 가정 오연희 2007.05.21 912
165 돈을 주웠어요 오연희 2006.09.11 1021
164 고맙다 오연희 2007.03.19 1071
163 아침 편지 오연희 2007.04.30 978
162 '여전히 사랑합니다' 오연희 2007.02.12 933
161 책과 함께하는 인연 오연희 2007.01.08 1020
160 '딸이 좋다구요?' 오연희 2006.11.27 898
159 '자녀친구, 부모친구'-그 후의 이야기 오연희 2006.10.27 914
158 로또와 크레딧 오연희 2006.10.02 1001
» 자식농사 그 이론과 실제 오연희 2006.08.21 923
156 한국인 오연희 2006.05.22 1038
155 학교 다녀왔습니다 오연희 2006.04.24 875
154 또 하나의 출발점에 서다 오연희 2006.04.03 940
153 담배피는 여자에 대한 편견 오연희 2006.06.20 1252
152 존 이야기 오연희 2006.07.10 879
151 어떤 죽음 오연희 2006.03.13 980
150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면... 오연희 2006.02.13 1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