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11
전체:
1,291,266

이달의 작가

책과 함께하는 인연

2007.01.08 07:27

오연희 조회 수:1020 추천:193

워싱턴주 신호범 상원의원의 간증을 들은 일이 있다. 몇 해전 그 분의 저서 '공부 도둑놈 희망의 선생님'을 너무도 감명 깊게 읽은 기억 때문인지 참으로 뵙고 싶었다.

실력과 겸손을 겸비한 그분의 인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감격의 간증이었다.

자녀들을 위한 영어강의도 있었다. 참석치 못한 필자의 아이들에게 강의 장면이 실린 웹사이트 주소를 보내주었다.

지난해 5월에는 중앙일보에서 마련한 전혜성 박사 초청 학부모 세미나가 있었다.

역시 오래 전에 읽었던 '엘리트 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라는 그분의 자전적 수상록을 읽으며 느꼈던 뿌듯한 감격이 되 살아나 너무도 간절히 그분을 뵙고 싶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석하지 못할 부득이한 일이 생겼고 다음날 나온 세미나 관련 신문기사를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읽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 보면 공감이 가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 즐거움과 함께 작자의 인격을 사모하게 된다.

사모하고 있던 분이 오신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힘든 이민의 삶에 윤기를 더해준다.

평소 스쳐가던 내 생각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준 구절에서는 "그래 맞아" 환호를 하게 되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지혜와 지식의 내용에서는 작자의 생각의 깊이와 넓이에 푹 빠져 흠모의 마음을 품기도 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길을 늦게 발견했다는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이 된다. 돌아보니 내 아이들에게 책 읽는 분위기를 흡족하게 조성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 책이든 다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식과 지혜뿐 아니라 사람의 심성을 다듬어주는 데는 책이 참으로 큰 몫을 감당한다는 것을 늦게 깨달은 탓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누군가의 말에 희망의 끈을 바짝 당겨본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깨달은 그 시점이 적기일지 모른다. 책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새 힘이 돋게 한다. 책에서 받은 그 힘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도 역시 효과는 크다. 부모에게 자녀는 늘 '아이' 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구절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린다. 그러나 물이 다 빠져도 콩나물은 자라있듯이 깨달은 만큼 우리의 속 사람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필자는 책을 읽은 후 간략하게 독후감을 쓰고 마음에 와 닿은 구절들을 타이핑해서 보관하기도 한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읽어보아도 가슴을 치던 감동이 되 살아난다.

책을 사서 보는 것도 좋지만 이웃끼리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돈도 절약 할 수 있지만. 서로의 감동을 나누다 보면 다른 만남과는 차원이 다른 참으로 귀한 인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읽을 책이 밀려있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가지고 있으라' 며 책을 안겨주는 이웃 분이 계신다.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몇 번이나 연장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권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영어로 된 책을 권유 받기도 한다. '머리에 쥐 나는데…'은근히 거절해도 어려운 단어는 사전에서 찾아 놓았다며 건네준다.

저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길래 저렇게 간절히 권할까? 읽을 책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권유 받은 책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감동의 구절마다 이웃의 사랑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혼자 읽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워 주위에 권하기도 한다.

어떤 책은 열명 이상씩 돌려 본적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돌려줄 때는 책 속에서 찾아 낸 깨달음을 나누기도 한다.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나 자녀교육과 관계된 책을 읽은 후에는 말이 많아진다. 후회의 말들이다. 각오와 사랑의 눈빛들이다.

쉽지 않은 이민생활에 책을 읽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분노 슬픔 상처로 인한 마음의 병을 고쳐주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것 아니다' 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위안이 있다.

인간승리를 이루어낸 신호범 의원이나 훌륭한 자녀교육의 롤모델인 전혜성 박사의 책 속에는 두 손을 모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우리모두의 모습도 들어있다. 책과 함께 만나는 인연은 특별한 기쁨을 동반한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7. 01. 0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의 글들은...♣ 오연희 2015.07.24 204
168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오연희 2007.07.09 1019
167 보통아이들 오연희 2007.06.26 886
166 따뜻한 가정 오연희 2007.05.21 912
165 돈을 주웠어요 오연희 2006.09.11 1021
164 고맙다 오연희 2007.03.19 1071
163 아침 편지 오연희 2007.04.30 978
162 '여전히 사랑합니다' 오연희 2007.02.12 933
» 책과 함께하는 인연 오연희 2007.01.08 1020
160 '딸이 좋다구요?' 오연희 2006.11.27 898
159 '자녀친구, 부모친구'-그 후의 이야기 오연희 2006.10.27 914
158 로또와 크레딧 오연희 2006.10.02 1001
157 자식농사 그 이론과 실제 오연희 2006.08.21 923
156 한국인 오연희 2006.05.22 1038
155 학교 다녀왔습니다 오연희 2006.04.24 875
154 또 하나의 출발점에 서다 오연희 2006.04.03 940
153 담배피는 여자에 대한 편견 오연희 2006.06.20 1252
152 존 이야기 오연희 2006.07.10 879
151 어떤 죽음 오연희 2006.03.13 980
150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면... 오연희 2006.02.13 1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