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2 12:07
장미꽃은 지고 - 이만구(李滿九)
봄부터 가시 품고 돋아 난 연한 새순, 밤이슬 머금고 가슴속 멍, 망울이 지어 달빛 아래 진통 앓았었다
어둠의 바람에 흔들리다 조금씩 붉은 피 토해내어, 살포시 꽃잎 내밀고 온몸 떨면서 향기 뿜었다
오월의 태양은 눈 흘기고, 긴 기다림 속 은밀한 비밀 겹겹이 접어 맨살 헤집고 화려한 순간의 절정에 섰다
피어난 이유 묻지 않아도, 꽃은 한 빛을 내며 마냥 자유로웠다
져야 할 이유 묻지 않아도, 시간은 살포시 꽃잎 떨구었다
그 자리, 붉은 장미꽃은 지기 전에, 당신을 향한 오직 한 가지 사랑의 꿈만 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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