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2 14:05
낙산, 그 푸른 파도여! - 이만구(李滿九)
산 위에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르던 밤
여름캠프 봉사단원들 곤히 자고 있는
강원도 외딴 학교, 교실 창문에 어린
꿈속의 푸른 파도가 소리쳐 자꾸 깨웠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 잠이 안온 건
마지막 가시는 그날밤, 그 시각에
지는 별 하나, 그 상심 때문 아니었을까요
파도는 하얀 물거품 속에 사라져 가고
살려보겠다고 바둥대던 누이의 모습
그 안쓰런 세월을 다시 뒤돌아보며
스물한 살의 칠월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춘천 막국수 해산식으로 요기하고
상경하여 자취방에 들렀을 때 알았었지요
밤차로 찾아 내려간 고향의 그 자리
한여름 찌는 땡볕, 매미 울어대는
아무도 없는 숲 속 광대산 자락에는
가난한 사람의 황토 흙 봉분이 있었습니다
오 신이여! 왜 그런 고통을 주셨나이까?
나의 별은 갔지만, 마음속 별이 되어
거친 폭풍이 거슬러 가고 있던 까닭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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