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10:17
눈 오길 기다리며 - 이만구(李滿九)
주말 한 나절, 배낭 메고 겨울산을 오르던
잊을 수 없는 버몬트 눈길 걷던 시절 있었다
성이 '나'요, 동향사람이며 내 또래인
그 친구 덕분에 정성스럽게 장모님이 싸주신
도시락 두 개와 커피 보온병 챙기어 넣고
여름철에는 녹색터널로 우거진 육산 길을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절경의 단풍산을
금세 눈자국 지워져 갈 길이 분명치 않은
함박눈 펄펄 내리는 산길 따라 둘이 걸었다
그 후, 나는 콜로라도로 이사와 성당에서
눈 속에 짐승 발자국 있어 곰인 것 같다 하니
마산교구 채신부님, 곰은 겨울잠 자는데
그건, 거짓말이라 하시는데 정말이었다고
차마, 사제에게 반문하지 않은 적 있다
나를 닮은 둘째 딸 '희'가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덴버에서 오로라까지 버스 타고 다니며
어릴 적, 집 뒤뜰에다 만든 간이스키장을
기억한다며, 첫눈 내리면 사진 보낸다 한다
20년 전, 산속의 옛집에서 본 마지막 눈은
캘리포니아에서 잊고 살아온 그 눈발 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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