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안해 지는 시간들
2002.11.19 02:33
초대장을 받고 참석한다는 작은 RSVP (Re'pondez, sil vous platt(F) =Reply, lf you please) 카드를 반송하고 나서도 과연 이것이 당일까지 비밀로 부쳐 질까 싶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오십여 명이나 되는 친구와 가족들을 초대하여, 그것도 클럽 하우스를 빌려서 하는 생일파티였기에.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내면서 겪던 어려움이나 남편과 한바탕 벌린 입씨름, 시부모들과 갈등, 직장 상사들로부터 받게 되는 눈치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던 우리들. 각자 숨겨둘 법한 비밀까지 털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동료들이지만 이번만은 좀 달랐다. 초대받은 우리는 쉬쉬하며 그 날을 준비했다.
한 쌍 사모관대를 쓴 한국인형을 포장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적당한 구절로 생일카드를 썼다. 성장을 하고, 초대받은 장소에 시간을 맞춰갔다. 멀리 뉴욕에서, 텍사스, 헐리우드에서 와준 가족과 친구들. 완벽한 준비였다. 그녀는 정말 아무런 예고를 받지 못한 채,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그 장소에 나타났다.
“써프라이즈, 생일 축하해!!!” 현관을 들어서는 그녀에게 지른 우리들 고함. 너무 놀라 뒤로 한발 물러서며 어쩔 줄 몰라 발을 구르고 남편의 팔에 매달려 “Oh! My Gosh!!"를 연발했다. 손뼉을 치며 생일축하 노래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이며 파티장소로 들어왔다.
파티가 무르익자 그녀 50년을 돌아보는 <추억의 시간>이라는 비디오가 상영되었다.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했던 소녀적, 친구 같았던 자매들의 신나는 학창 시절, 남편을 만난 60년대 히피시절, 배가 남산만큼 부른 신혼, 그리고 생활에 점차 익숙해 가는 청, 장년의 시간들이 잘 묶여졌다. 시간이 흐르며 어리광스러움은 점차 사라지고 생활인이 되는 장면들. 사실, 그 자체를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첫 아이를 낳고 넷째 아이까지 낳으면서 성숙한 여인이 된 친구의 모습,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회상된 과거 속에는 큰딸의 죽음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비디오에서 밝히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면서 겪어야 했던 갈등, 한 순간 실수로 아이는 막다른 길이라 생각했겠지. 끝내 엄마의 가슴에 묻히고 만 아이.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즐거운 날이면 명치 끝 피멍으로 매달렸을 수밖에. 추억의 시간들이 눈물 범벅이 된다. 서로 쳐다보며 한동안 숙연해졌다.
이어, 생음악 연주로 파티 분위기는 바뀐다. 손뼉 장단 맞추며 마카로니를 추거나 라인댄스를 추는 시간도 지나고 커다란 생일 케익을 잘라 한 조각씩 나누며 파티는 막을 내린다.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을 뒤로하고 어두운 샛길로 들어선다. 달도 숲 저편에 걸렸다. 나이가 든 다는 것, 주름을 부끄러워하거나 흰 머리카락이 늘어가는 것, 생활의 어느 부분도 숨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참 편안한 일이리라. 놀랄만한 깜짝 파티를 준비했던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 밤, 그 편안한 시간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밤하늘엔 은하수가 곱게 뿌려져 있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내면서 겪던 어려움이나 남편과 한바탕 벌린 입씨름, 시부모들과 갈등, 직장 상사들로부터 받게 되는 눈치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던 우리들. 각자 숨겨둘 법한 비밀까지 털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동료들이지만 이번만은 좀 달랐다. 초대받은 우리는 쉬쉬하며 그 날을 준비했다.
한 쌍 사모관대를 쓴 한국인형을 포장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적당한 구절로 생일카드를 썼다. 성장을 하고, 초대받은 장소에 시간을 맞춰갔다. 멀리 뉴욕에서, 텍사스, 헐리우드에서 와준 가족과 친구들. 완벽한 준비였다. 그녀는 정말 아무런 예고를 받지 못한 채,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그 장소에 나타났다.
“써프라이즈, 생일 축하해!!!” 현관을 들어서는 그녀에게 지른 우리들 고함. 너무 놀라 뒤로 한발 물러서며 어쩔 줄 몰라 발을 구르고 남편의 팔에 매달려 “Oh! My Gosh!!"를 연발했다. 손뼉을 치며 생일축하 노래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이며 파티장소로 들어왔다.
파티가 무르익자 그녀 50년을 돌아보는 <추억의 시간>이라는 비디오가 상영되었다.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했던 소녀적, 친구 같았던 자매들의 신나는 학창 시절, 남편을 만난 60년대 히피시절, 배가 남산만큼 부른 신혼, 그리고 생활에 점차 익숙해 가는 청, 장년의 시간들이 잘 묶여졌다. 시간이 흐르며 어리광스러움은 점차 사라지고 생활인이 되는 장면들. 사실, 그 자체를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첫 아이를 낳고 넷째 아이까지 낳으면서 성숙한 여인이 된 친구의 모습,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회상된 과거 속에는 큰딸의 죽음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비디오에서 밝히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면서 겪어야 했던 갈등, 한 순간 실수로 아이는 막다른 길이라 생각했겠지. 끝내 엄마의 가슴에 묻히고 만 아이.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즐거운 날이면 명치 끝 피멍으로 매달렸을 수밖에. 추억의 시간들이 눈물 범벅이 된다. 서로 쳐다보며 한동안 숙연해졌다.
이어, 생음악 연주로 파티 분위기는 바뀐다. 손뼉 장단 맞추며 마카로니를 추거나 라인댄스를 추는 시간도 지나고 커다란 생일 케익을 잘라 한 조각씩 나누며 파티는 막을 내린다.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을 뒤로하고 어두운 샛길로 들어선다. 달도 숲 저편에 걸렸다. 나이가 든 다는 것, 주름을 부끄러워하거나 흰 머리카락이 늘어가는 것, 생활의 어느 부분도 숨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참 편안한 일이리라. 놀랄만한 깜짝 파티를 준비했던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 밤, 그 편안한 시간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밤하늘엔 은하수가 곱게 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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