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으로
이월란(10/01/03)
노을의 가죽을 벗겨 마름질한 명품은 짝퉁 인생을 닮아가고 있었다 똑딱이 마그넷을 벌리고 들어갔을 때 엉켜 있던 길들은 미지의 하늘을 이고 있었다 흔들리며 걸어가는 영원한 외출의 꿈, 불길한 계시는 한갓 미신이 낳은 망령된 신앙에 불과했다 골드 체인으로 묶인 허리가 어림잡아 반평생은 넘겠다 금빛 광택이 일별하듯 유혹하는 눈빛을 어둠이 내릴 때까지 따라갔다 침묵의 손으로 들고 나온 외출 중인 너와 나의 미래, 여자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처럼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머리털을 잘라버리고 미지의 유적을 탐지하는 탐험가의 걸음으로, 강간 당한 가방 속에는 매몰당한 꿈들이 산산이 부서져 모범 사례처럼 발굴을 기다리고 있었다 패총 같은 봉분이 마음의 짐을 꾸릴 때마다 시뻘건 흙을 토해내고 있었다 화간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