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장미
이월란(10/01/05)
가장 춥고 가장 어두운 시간
그는 내 안으로 들어와 향기를 딴다
지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
태양은 아드리아와 이오니아로 빠져버린지 오래다
오늘은 헬라어로 울까요 루마니아어로 울까요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오기 전에
반도의 향수꾼처럼 꽃가위는 날이 서 있다
밤이면 살이 시린 짐승이 되지 않고
향기를 좇는 그루누이*가 되어
배꼽 아래 향기들이 알을 슬고 있다는
후미진 신앙을 숭배하며
꿈틀대던 애벌레가 전신에 솜털로 돋으면
억만 개의 날개 사이로 한동안 날아오르는 어둠
발칸의 장미밭을 날아다니는
인간과 짐승 사이의 향기로
천사와 인간 사이의 향기로
원시의 체중 아래 목이 졸리는 밤은
반섬 가득 쏟아져내리는 장미별이 붉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