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길을 걸어도 기분 좋은 아침

2004.01.09 02:00

오정방 조회 수:763 추천:168

얼음길을 걸어도 기분좋은 아침

오정방




주인의 이민 보따리에
소중히 간직되어
태평양을 건넜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나무가지 끝에 바람스치듯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 몸엔 온통
기다림에 지친 녹 투성이
한 번도 주인은
나를 만나주지 않았다

빙곡이 아니라도 좋다
빙폭이 아니라도 상관않겠다
얼어붙은 호수위에라도 걷게해다오

아! 주인의 등산화에
짓밟히고 싶다
이를 악물고 싳다

내 이름은
외로운
녹슨 아이젠

2000. 1. 졸시‘녹슨 아이젠’전문


이것은 4년 전 1월에 쓴 졸작이다. 오늘 아침에 이 시를 다시 읽어보게
된데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년들어 첫날부터 내렸던 눈이 며칠사이에 녹는가 했더니 6일 새벽부터
다시 내린 다량의 눈으로 인하여 지금 포틀랜드지역에는 큰 교통난을
겪고 있다.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고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면서 눈이 조금씩 녹아서
길바닥이 얼어붙게되니까 걸어다니는데도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아예 등산복장을 하고 등산모에다 과일과 빵과
쨈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화 밑에 내가 미안하여
위와 같은 시를 썼던 그 아이젠을 채우고 걸어서 출근을 하였다.
어쩐 일인가? 집에서 등산화를 신는데 발이 왜 그렇게도 편해오는지.
사실 이 등산화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일본 북알프스(3,190m)를
올랐을 때에도 대만의 옥산(3,997m)을 올랐을 때에도 동행한 이 등산화를
나는 근35년 동안을 보관해 오고있지만 미국와서 제대로 산행할 기회가
없었던지라 신장에 보관만 해오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옛날들을 생각하면서 걸어나오는데 마음은 여간 가볍지 않았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2분 정도면 되고 보통 때 걸어올 때는 15분 정도면
족했는데 오늘은 7분 정도 더 걸려 22분만에 당도하였다. 예상외로 쏟아진
눈 덕분에 옛날 추억도 되새겨 보고, 아침 걷기운동도 제대로 해보고
녹슨 아이젠의 소원도 조금은 덜어주게 되어서 지금 내 기분은 요즘
아이들 말로 짱이다.

<200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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