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 놓고
2004.01.17 07:24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 놓고
-초/중 동창 이창우씨 부부 내방기
오정방
꿈 같은 3박 4일을 보냈다. 미국 샌디애고로 이민을 오게 된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인 이창우 씨 부부가 예정보다 1주일
뒤늦은 지난 26일(금) 저녁에 포틀랜드공항에 내렸다. 내가 27일
이민을 온지 16년이 되었으니까 적어도 그만한 기간동안 서로
얼굴을 못보고 지내온 절친한 친구이다. 서울 살 때 강남구 대치동
같은 단지에도 살았고 둘 다 결혼 전에는 안암동 로타리 부근에서
비슷한 시기에 살기도 하였다. 창우는 나와 초등학교 6학년 3반
반창이기도 하고 그의 부인과 집사람은 ‘47년 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그집 큰 아들은 우리 아들과 동갑 친구인데 서울에서도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기도 하였다. 다 기억하여 적기로는 시간이 너무없지만
한가지 특별한 기억은 25년 전 가을, 내가 결혼 10주년을 맞으며
제주도 기념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을 때 그도 마음이 동하여 부부가
따라 나섰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3커플도 동참하여 우리 부부를
포함, 모두 5커플이 생각지 않은 제주여행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고려대를 나와 서울은행에 입행, 나중에 지점장까지 지내고
은퇴하였으며 다른 한 친구 전병희 씨는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지금은 일본으로 건너 가 현재 동경 신주꾸 부근에서
호텔업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엊그제 통화하기도 하였다.
박승국 씨는 현재 한나라당 수석 부총무로 활동하는 현역국회의원
이요 다른 친구는 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재작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최두환 전의원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은 밤이 맞도록
그 때의 추억을 더듬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제 토요일은 워싱턴 주에 있는 Mt. St. Helen으로 안내하였다.
1980년 우리나라에서 광주 5. 18이 터진 그날에 폭발한 이 산을
몇차례 다녀 오면서 정말 자연 앞에 엄숙해 졌던 기억이 새롭거니와
그가 샌디애고에 가서는 전혀 볼 수 없을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선택된 명소였다.
포틀랜드에서 I-5 길을 따라 21번 Exit를 빠져 503년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가을경치를 보면서 산, 강, 호수를 두루 마음에 담아보며
3시간 반쯤 드라이브 끝에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 차를 세우고
산 꼭대기 분화구가 잘 보이는 앞쪽 언덕배기로 430개의 나무계단을
오르고 내렸더니 지금도 다리가 뻐근하다. 매일 자동차만 이용하다
보니 다리 운동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증거가 된 셈이다.
하산하면서는 계속 North로 차를 몰아 나도 전에 가보지 않았던
지방도로를 달려 다시 I-5길 68 Exit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39 Exit인
Kelso에 사는 딸아이 집에가서 미리 준비시켜둔 특식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던 것도 기록해 두기로 한다.
밤 8시 반에 딸네집을 떠나 포틀랜드 우리집으로 오는 1시간 동안
우리는 밤길을 달려오는 자동차 안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50년 전 동심으로 돌아가 40여곡의 동요를 함께 부르면서 한없이
우정을 확인했고 또 향수를 달래었다.
제목인지 첫 소절인지 잘 확인도 되지 않았지만 더러는 2절까지
어떤 것은 가사를 띄엄띄엄 더듬으면서 그렇게 목청을 높여 불렀다.
산토끼, 햑교종, 송아지, 기차길 옆, 나비, 반달, 오빠생각, 옹달샘,
등대지기, 고향 땅이, 퐁당퐁당, 고기를 잡으러, 등등을 부르는데
머리 속에는 그 옛날 유년시절 티없이 뛰어 놀던 동무들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나중에는 앞에 앉은 나와 친구가 한 곡을 부르면 뒤에 앉은 와이프
들이 다른 곡을 부르는 게임까지 하였고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곧잘 부르는 것으로 기억되는 원숭이 X구멍은 빨게,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백두산,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를 부르면서
우리는 까르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장시간 자동차에 시달려 피곤하였지만 아랑곳 없이
밤 12시까지 얘기 꽃을 피웠다.
어제 주일엔 우리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린 뒤에 계속 이어지는
좋은 날씨 속에 근교의 Women’s Park, Crown Point, Multnomah
Fall, Bonnevill Dam 등 컬럼비아 강변 주위의 경관들을 둘러보고
시내로 들어와 Rose Garden을 둘러 본 다음 아들녀석이 초대한 Todai
일식 뷔페식당에서 별미인 회와 게를 얼마나 마음놓고 먹었던지
당분간은 그런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아도 좋을듯하다.
이 친구 덕분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 박영일, 박정치, 장상한 주재인,
주대하, 추길광 씨 등과 일본에 있는 전병희 씨와 전화선으로나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웠다.
오늘, 29일 아침에 저들을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였는데 친구란 정말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동창 창우가 미국에 잘 정착하기를 기원해 본다.
<2003. 9. 29>
-초/중 동창 이창우씨 부부 내방기
오정방
꿈 같은 3박 4일을 보냈다. 미국 샌디애고로 이민을 오게 된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인 이창우 씨 부부가 예정보다 1주일
뒤늦은 지난 26일(금) 저녁에 포틀랜드공항에 내렸다. 내가 27일
이민을 온지 16년이 되었으니까 적어도 그만한 기간동안 서로
얼굴을 못보고 지내온 절친한 친구이다. 서울 살 때 강남구 대치동
같은 단지에도 살았고 둘 다 결혼 전에는 안암동 로타리 부근에서
비슷한 시기에 살기도 하였다. 창우는 나와 초등학교 6학년 3반
반창이기도 하고 그의 부인과 집사람은 ‘47년 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그집 큰 아들은 우리 아들과 동갑 친구인데 서울에서도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기도 하였다. 다 기억하여 적기로는 시간이 너무없지만
한가지 특별한 기억은 25년 전 가을, 내가 결혼 10주년을 맞으며
제주도 기념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을 때 그도 마음이 동하여 부부가
따라 나섰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3커플도 동참하여 우리 부부를
포함, 모두 5커플이 생각지 않은 제주여행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고려대를 나와 서울은행에 입행, 나중에 지점장까지 지내고
은퇴하였으며 다른 한 친구 전병희 씨는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지금은 일본으로 건너 가 현재 동경 신주꾸 부근에서
호텔업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엊그제 통화하기도 하였다.
박승국 씨는 현재 한나라당 수석 부총무로 활동하는 현역국회의원
이요 다른 친구는 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재작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최두환 전의원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은 밤이 맞도록
그 때의 추억을 더듬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제 토요일은 워싱턴 주에 있는 Mt. St. Helen으로 안내하였다.
1980년 우리나라에서 광주 5. 18이 터진 그날에 폭발한 이 산을
몇차례 다녀 오면서 정말 자연 앞에 엄숙해 졌던 기억이 새롭거니와
그가 샌디애고에 가서는 전혀 볼 수 없을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선택된 명소였다.
포틀랜드에서 I-5 길을 따라 21번 Exit를 빠져 503년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가을경치를 보면서 산, 강, 호수를 두루 마음에 담아보며
3시간 반쯤 드라이브 끝에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 차를 세우고
산 꼭대기 분화구가 잘 보이는 앞쪽 언덕배기로 430개의 나무계단을
오르고 내렸더니 지금도 다리가 뻐근하다. 매일 자동차만 이용하다
보니 다리 운동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증거가 된 셈이다.
하산하면서는 계속 North로 차를 몰아 나도 전에 가보지 않았던
지방도로를 달려 다시 I-5길 68 Exit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39 Exit인
Kelso에 사는 딸아이 집에가서 미리 준비시켜둔 특식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던 것도 기록해 두기로 한다.
밤 8시 반에 딸네집을 떠나 포틀랜드 우리집으로 오는 1시간 동안
우리는 밤길을 달려오는 자동차 안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50년 전 동심으로 돌아가 40여곡의 동요를 함께 부르면서 한없이
우정을 확인했고 또 향수를 달래었다.
제목인지 첫 소절인지 잘 확인도 되지 않았지만 더러는 2절까지
어떤 것은 가사를 띄엄띄엄 더듬으면서 그렇게 목청을 높여 불렀다.
산토끼, 햑교종, 송아지, 기차길 옆, 나비, 반달, 오빠생각, 옹달샘,
등대지기, 고향 땅이, 퐁당퐁당, 고기를 잡으러, 등등을 부르는데
머리 속에는 그 옛날 유년시절 티없이 뛰어 놀던 동무들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나중에는 앞에 앉은 나와 친구가 한 곡을 부르면 뒤에 앉은 와이프
들이 다른 곡을 부르는 게임까지 하였고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곧잘 부르는 것으로 기억되는 원숭이 X구멍은 빨게,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백두산,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를 부르면서
우리는 까르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장시간 자동차에 시달려 피곤하였지만 아랑곳 없이
밤 12시까지 얘기 꽃을 피웠다.
어제 주일엔 우리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린 뒤에 계속 이어지는
좋은 날씨 속에 근교의 Women’s Park, Crown Point, Multnomah
Fall, Bonnevill Dam 등 컬럼비아 강변 주위의 경관들을 둘러보고
시내로 들어와 Rose Garden을 둘러 본 다음 아들녀석이 초대한 Todai
일식 뷔페식당에서 별미인 회와 게를 얼마나 마음놓고 먹었던지
당분간은 그런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아도 좋을듯하다.
이 친구 덕분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 박영일, 박정치, 장상한 주재인,
주대하, 추길광 씨 등과 일본에 있는 전병희 씨와 전화선으로나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웠다.
오늘, 29일 아침에 저들을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였는데 친구란 정말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동창 창우가 미국에 잘 정착하기를 기원해 본다.
<2003. 9. 29>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 | 秀峯 明心寶鑑/수정 증보판/수봉 鄭用眞 | 秀峯 鄭用眞 | 2010.07.02 | 1175 |
18 | 노사모 동지들에게 박수를! | 오정방 | 2004.05.09 | 635 |
17 | 탈脫, 잡탕당? 그것이 알고 싶다 | 오정방 | 2004.05.09 | 645 |
16 | 10분의 1 | 오정방 | 2004.05.09 | 695 |
15 | (단상)부끄럽고, 참담하고, 서글프다 | 오정방 | 2004.03.14 | 881 |
14 | "Dokdo is not for sale, not even for an exchange.. | 오정방 | 2004.03.04 | 864 |
13 | Looking at the Picture of My Child Home | 오정방 | 2004.03.04 | 566 |
12 | 고유명절 설날은 다가 오는데... | 오정방 | 2004.01.19 | 690 |
» |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 놓고 | 오정방 | 2004.01.17 | 963 |
10 | 그 30초의 의미 | 오정방 | 2004.01.17 | 793 |
9 | 잊을 수 없는 은인, 노산 선생님 | 오정방 | 2004.01.17 | 860 |
8 | 동요 '산토끼' 작곡자와의 인연 | 오정방 | 2004.01.17 | 1266 |
7 | 폭설에 얽힌 옛이야기 한 토막 | 오정방 | 2004.01.17 | 895 |
6 | 물새 벌자국 | 오정방 | 2004.01.17 | 871 |
5 | 예술은 아름답다 | 오정방 | 2004.01.17 | 759 |
4 | 얼음길을 걸어도 기분 좋은 아침 | 오정방 | 2004.01.09 | 763 |
3 | 리타이어라도 하면 좀 덜 바쁘겠지? | 오정방 | 2004.01.09 | 612 |
2 | 고향의 바다는 지금도 푸르겠지? | 오정방 | 2004.01.09 | 788 |
1 | 아내와 김치 | 오정방 | 2004.01.09 | 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