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 벌자국

2004.01.17 07:14

오정방 조회 수:871 추천:169

물새 발자국

오정방


'해 저문 바닷가에
물새 발자국
지나가던 실바람이
어루만져요
그 발자국 예쁘다
어루만져요'
-작자미상

엊그제 졸시 '갈매기는...'를 올리고 나서 계속 이 노랫말이 입가로 번져
나오고 있다.
이 노랫말을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에 곡을 붙인 분은 연세대
음대 학장을 지내신 박태준 선생이시다. 선생께서는 찬송가 493장에 곡을
붙이기도 하셨고 우리가 자주 부르는 이은상 작시 '사우'(봄의 교향악이...)를
작곡하신 분이기도 하시다.
미국에 이민오기 전이니까 15년전의 일인데 어느 해 선생의 생신되던 날에
가족들이 남산의 희래등에서 만찬을 가졌을 적에 나도 처 고모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하여 참석하게 되었고 식사 후에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기억은
희미하나 내가 선생이 작곡하신 '사우'를 한 곡 부르게 되었다. 처조카 사위가
부르는 노래를 결코 잘 부르지도 못했는데 극구 칭찬하시던 모습이 새롭거니와
그 때 내가 선생에게 한 곡 노래를 요청하여 부르신 노래가 바로 이 '물새 발자국'
이었다. 젊은 날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지으셨다고 하였으니 매우 초기의
작품이라 할만한데 얼마나 시와 곡이 아름다운지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부르고 있다.
선생은 그 뒤 얼마후에 돌아가셔서 경기도 어느 공원묘지에 모시게 되었는데
아동문학가 윤석중님등 많은 조객들이 참석하여 함께 고인을 기린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처고모님이 되시는 사모님은 지금 연세가 94세 전후가 되시는데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보니 자주 문안도 못드리지만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하시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포틀랜드에서
<200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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