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부끄럽고, 참담하고, 서글프다

2004.03.14 23:14

오정방 조회 수:881 추천:173

부끄럽고, 참담하고, 서글프다
-노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고
오정방



노무현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어제, 한국시간으로 3월 12일 대한민국
국회로부터 총투표자 195명 가운데 193표의 찬성으로 탄핵표결이 되는
장면을 티비생중계로 지켜보았다. 국내는 물론이요 이곳 미국 CNN에서도
실황중계까지 하면서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한마디로 그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자체가 그저 부끄럽고, 참담하고 ,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실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56년만에 겪은 첫번 째의 일이다.
금년초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지원사격한 것이 탄핵의 사유가 된다는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발언이 나온지 56일만의 일이요, 탄핵국회가
탄액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 들어선지 56분만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장본인인 노무현 대통형은 지방행사에서 이 소식을
듣고 일정이 모두 끈난 뒤 같은날 오후 네시 56분에 청와대로 돌아
왔는데 청와대로 이사한이래 가장 무거운 발검음이 아니었겠나 싶다.
인간적인 면으로 보면 참으로 연민을 금할 수가 없다.

다시금 국회안 그림이 눈앞을 지나간다. 국회의원이란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진지는 오래지만 그래도 이나라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신성한 국회
안에서 보여준 추태는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하는 의심을
갖게하였다. 의사봉을 잡은 의장을 향해 서류를 팽개치며 신발을 벗어
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금새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당 등 3당이 공조가 되어 탄핵가결쪽으로 몰고
갔으며 그 반대로 노대통령이 지원하는 열린우리당은 개회자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안간 힘을 다 쏟았다. 당일 뿐만 아니라 투표 며칠 전
부터 의사당 안에서 철야농성을 하였다고 한다. 4월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이
탄핵소추안 상정 이전에 쏟아졌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기왕에 막지 못하여 의안이 상정되고 투표가 시작되었다면
당당히 투표에 임하여 반대표를 던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적지아니 남는다.

옛말에 절자비비종자비切者非非種者非란 말이 있다. ‘꺾는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심은자가 더 나쁘다’라는 말뜻이 아니겠는가. 처음에
탄핵이란 말이 나오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아닌 노대통령 자신
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선관위의 유권해석도 있었고 솔직히
사과할 시간도 한동안 주어졌고 당일 오전에 있은 대통령 긴급기자
회견 때에만 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한 뒤에
각당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난관을 풀어가는 해법을
썼더라면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 불안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지나간 얘기다. 지금 다시 하자 할 수도 없다. 그럼 이제라도
사과하겠다고해도 때는 늦었다. 탄핵소추 결의문은 헌법재판소로
넘겨졌고 노대통령은 모든 권한이 중지되었으며 그 막강한 권한은
헌법절차에 따라 국무총리에게 이미 넘어갔다. 그래서 노대통령은
헌재의 최대 180일의 기간 안에 최종결정을 기다리며 아무 권한도
없이 청와대 안에서 그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아무 행사할 권한도 없이 막연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검찰에서 이미 발표한 대선
자금 10분의 1 초과 발표도 있는 마당에 그 동안에 뱉은 수많은 말의
책임을 지고 깨끗이 사임을 발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더구나
헌재에서 9명중 6명이 찬성하면 가차없이 대통력직에서 파면이 되는
판인데, 그리고 부결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만의 하나 부결되면
두 번 죽는거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그 길을 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노대통령 자신만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곰곰히 곱씹어
볼 일이 아닐 수 없거니와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은, 더군다나 책임있는 공직자는 진퇴를 잘 결정해야 하는 법이다.
파면과 사임은 다같이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후세의 사가들이 어떻게 평할 것인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게된다. 최초의 탄핵 불명예 가운데서도 사임으로 뜻뜻이
명예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불명예로 남을 것인가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 헌재에서 부결되어서 복권이 되었다해도 나머지 임기동안
바람 잘날이 앖을 것 같이 보인다. 거기에 국민의 고민이 있다.

이 시간 이스라엘 사울왕이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저버린바 되었던
사건을 잠시 묵상하게 된다.
가슴이 답답하다. 푸른 하늘이나 쳐다보자. 그리고 상상해보자.
지금도 고국의 부산 앞바다 56도五六島에는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겠지? 아무런 제약도 없이….

<200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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