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아름답다

2004.01.17 07:12

오정방 조회 수:759 추천:173

예술은 아름답다
-시조<가고파> 발표 70주년을 기리며
오정방


오늘 8일은 가곡으로 널리 애창되는 <가고파>의 시조 10수가 세상에 발표된지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32년 1월 5일에 탈고되어서 사흘 뒤인 1월 8일에 동아일보 지상에 처음 발표된
이 시조는 노산 이은상 선생님(1903-1982)이 고향 마산을 그리며 지으신 것으로
이 시조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그 다음해인 '33년에 평양숭실전문
2년생인 당시 김동진 학생(작곡가/경희대 음대학장 역임)이 1-4수 까지에
아름다운 곡을 붙임으로 이것이 애창되면서 <가고파>는 더 큰 빛을 발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평양에서 바리톤 이용준이 처음 불렀는데 그 뒤로 평양에서 음악회가
열릴 때면 빠짐 없이 이 <가고파>를 성악가들이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때 금지곡이 되어 불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6. 25 이후 작곡자 김동진 선생이 서울에 내려와 보니 남한에서도 <가고파>가
애창되고 있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늘 부담이 되고 있었던 것은
10수 가운데 4수만곡을 붙였고 나머지는 숙제로 남겨 두었는데 어느 해, 마산
산호공원에 <가고파>시비가 세워져 준공할 때에 그 날 밤 마산에서 축하강연과
음악의 밤이 열리고 작곡자가 직접 <가고파>를 독창하였는데 끝난 다음 어떤
청중이 왜 끝까지 작곡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작곡자가
답변하기를 나머지를 다 완성하지 않고는 마산에 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답니다. 나중에 이 약속은 지키게 되었습니다만 <가고파>후편을
처음 발표한 것은 1973년 12월 10일의 일로 노산 선생님 고희 기념
음악회가 숙대강당에서 개최되었을 적에 숭의여고합창단과 테너 김화용씨의
독창으로 불려졌습니다. 정말 감격적이었습니다.
나도 그 현장에서 있었지만 전편과는 좀 색다른 리듬의 후편은 경쾌하면서도
어떤 큰 염원이 깃들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편(1-4수)이 평화스런 인간의 고향을 생각하며 작곡되었다 하면
후편(6-10수)은 작곡가를 포함한 실향민과 온 국민이 갖는 통일의 염원으로
작곡되어졌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 10수째는 인생이 마지막
가야하는 어떤 종교적인 고향을 염원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편이 작곡 발표된지 4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 그 때의 감정을 되살려가며
후편을 완성한 훌륭한 작품 속에 예술의 아름답고 위대함이 돋보였습니다.
미국에서 이민의 삶을 살면서 고국을 그리워 하며 자주 이 <가고파>를 부르게
됩니다만 오늘 따라 특별한 생각이 들어서 기억을 되살려 보았습니다.
서울 있을 때 노산 선생님의 그늘에 있었으며 그래서 김동진 선생님도 자주
뵈었는데 직접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부르며 작곡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는데 지금도 그 열 손가락이 굳어지지 않으셨으리라 믿어봅니다.
노산 선생님은 내년이 탄신 100주년이 되므로 꼭 고국을 방문하여
묘소(국립공원 국가유공자 묘역)를 참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금 <가고파>를 흥얼거려 봅니다.

2002. 1. 8
미국 포틀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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