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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시와 수필에 대하여
2016.12.09 10:24
<letter>
시와 수필에 대하여
"교수님께서 추천하셨던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을 읽고 있습니다. 아, 수필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몸으로 느끼며 보약처럼 하루에 2-3 편정도 읽어요. 시는 은유라는 시적 장치를 의지하여 쓸 수 있지만 수필은 아무것도 없어 마치 공중목욕탕에 들어서는 것 같지 않을까요. (자신의 삶에) 자신 있거나 용기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좋은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어느 시인이 나에게 보내온 글이다. 짤막하지만, 나에게 보내고 싶은 생각을 알뜰하게 걸러 보냈다. 이 시인의 말대로 시와 수필은 각각 그런 것이다. 시는 수필이 아니고 수필 또한 시가 아니다. 시는 은유라는 시적 장치를 의지하여 쓸 수 있지만, 수필은 아무것도 없어 마치 공중목욕탕에 들어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와 수필의 특성을 잘 가려낸 말이다. 공중목욕탕에 들어가는 사람은 가진 것 없이 몸만 들어가서 목욕을 마칠 수 있다. 수필도 그런 것이라고 동감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감동을 느끼도록 쓰고 싶은 대로 쓰면 그것이 바로 좋은 수필이다. 그러면 그 속에 인간의 냄새와 인생의 향기가 감돌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쓰려면 주제설정이 명징해야 하고 은유(상징)가 될 소재선택에 눈이 밝아야 한다. 따라서 시의 흐름에 기승전결의 가락이 형성되고 콧날이 씽하는 감동을 수반해야 한다. 수필도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주제와 구성, 언어선택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됨은 마찬가지이다.
모든 글이 다 그렇지만 특히 수필에는 다른 글보다 더욱 진한 향기로움이 감돌아야 멋있는 수필이 된다.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글이 수필'이라는 말 속에는 많은 향기를 모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있다. 마음대로 앉고 싶은 꽃에 앉아 꽃가루를 묻혀다가 꿀을 만드는 꿀벌과 같은 사람이 수필을 쓰는 사람이다. 꿀벌은 꽃가루가 많은 꽃잎을 잘 분별할 줄 안다. 그러므로 수필을 쓰는 사람은 풍부한 글감을 모아서 반드시 진한 향을 풍기는 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에게 "좋은 주말되시기 바랍니다"란 축복을 보내신 시인에게도 같은 축복을 전해 드리고 싶다. 10-2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