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최선호의 창작실 | 내가 읽은 좋은 책 | 독자창작터 | 비밀글쓰기 | 회원신간 | 추천도서 | 문학자료실 | 일반자료실 |
<평론> 미주 한인 시문학의 특색과 가치 - 박영호 시인, 문학평론가
2016.12.09 10:45
< 평론>
미주 한인 시문학의 특색과 가치
ㅡ미주 이민 시문학 어디까지 왔는가ㅡ
1) 출항하면서
미주에서 최초로 쓰여진 미주한인 시문학 작품은 일찍이 1905년에 하와이 마우이 섬으로 이주한 최용운(崔龍雲) 여사에 의해서 쓰여진 시(4연 8행의 시, 제목 미상)가 미주에서는 최초로 쓰여진 시인 듯 싶습니다. 육당 최남선씨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가 거의 같은 시기인 1908년에 발표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미주한인 시문학도 고국의 근대문학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국의 근대문학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된 미주한인 시문학은 백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의 강물 속에서 미주 한인 이민역사와 함께 그 맥을 같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그 동안의 변화되어 온 과정에 대한 연구나 기록이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많은 자료 등이 수집 정리되어 가고 있고, 연구 또한 활발한 편이나, 미주 한인들의 이민 생활의 구체적 삶의 모습이나 민족정서 등 정신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문학작품에 대한 연구발표는 아직 미진한 편입니다. 다만 일부 문학활동을 위주로 한 부분적인 해설이나 자료에 대한 소개 등, 단편적인 연구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부분적이고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발표가 이루어 지지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연구 정리는 미주한인 시문학의 보다 큰 발전을 위해서 보다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고, 다양한 방법에 의한 구체적인 연구 발표로 미주한인 시문학이 지니고 있는 특색과 가치가 밝혀져야 하리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스스로가 미주 한인 시문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우리 스스로 미주 시문학의 위상을 정립시켜 나가야 하리라 믿습니다.
2) 미주 시문학의 실상
1900년대 벽두부터 시작된 미주 한인 시문학은 초기에는 한정된 이민 인구와 함께 한정된 작품 발표 지면 때문에 별다른 큰 발전이 없이 그 활동이나 내용이 미미했으나, 미 케네디대통령의 뉴푸론티어 정책에 의한 개정이민법 (1965년 제정, 1968년 발효) 시행으로 1970년대 이후 한인 이민이 대량 유입되어 그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오늘날양적 질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지요. 특히 1980년대 들어서서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미주 시문학의 내용이 종전까지 주류를 이루어 오던 고국의 전통적인 순수 문학적인 시의 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 등, 고국의 모든 문학 형태가 그대로 다양 하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이민 시문학의 경우는 종전의 전통적인 모습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미주에는 약 150여명의 시인이 시작 활동을 하고 있고, 대도시를 중심으 로 20 여개의 년간, 계간 순수 문예지와 일간신문 지면등을 통해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작품활동의 구조적인 면을 살펴보면 생각보다는 꽤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음 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민 1세들을 위주로 모국어를 사용하는 ‘미주한인 문학’ (Korean Literature of America)과 이민 1.5세나 2, 3세를 위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 소수민족 문학의 하나인 ‘한인 아메리칸 문학’(Korean American)이 있어서 이중적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용 언어도 그렇지만 내용 또한 이민 1세 문학은 주로 고국 지향적인데 반해, 이민 2,3 세 문학은 현지 지향적인 점이 상반된 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하나의 특색 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민 1세들의 시작 경향은 대체적으로 고국의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흐름을 따라 고국의 유명 시인이나 고국 시작풍조나 경향을 그대로 지향해 가는 형태이고, 작품 발표 또한 이곳 한인이나 고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이민 2,3세의 경우는 결국 이곳 본토 영어시문학 형태를 그대로 닮아가는 경우이고, 발표 대상도 현지인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근원적으로 각기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서로가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민문학이지요. 다만 한인 1세를 위주로한 한인 이민문학은 과거인 고국에서 현재인 새로운 고향인 이국 문화를 찾아가는 것이고, 2.3세들의 이민 문학은 대체로 현재인 이국에서 과거인 조국을 찾아가는 경우이나, 여기에서 말하는 과거의 고향이나 새로운 고향은 모두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이민 문학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고, 주체성이나 정체성(正體性) 또한 모두 향수의 미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국을 찾아가는 길인 점에서는 결국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미주 한인 시문학의 특색과 가치
이처럼 미주 시문학의 구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민 사회의 복합적인 구조와 다름 없이 그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여, 이민 세대에 따라 다르고, 표현 언어에 따라 다르고, 작품 속의 문화에 따라 다르지요. 이처럼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구조가 미주 한인 시문학이 지니고 있는 하나의 특색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세대차나 표현 언어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두루 나타나고 있는 이민문학 이라고 하는 시문학의 세계가 바로 미주 시문학이 지니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며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민시가 미주 시문학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이민 시문학을 통해서 우리의 문학과 우리의 문화를 고국에 앞서 현지에 알리고, 아울러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도 앞장 설 수 있는 이민 시문학의 특별한 가치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캐시 송(Cathy Song)의 ‘사진신부’ (Picture Bride.1982) 라는 한편의 이민시나, 이창래의 ‘원주민의 소리’ (native Speaker,1995)라는 한편의 이민소설이 국내 어느 대가들의 작품에 앞서 이곳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소개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물론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 이민 1세들의 모국어 시문학이 미국문학에 접목되는 방법이 문제로 대두 되지만, 이것은 이차적인 문 제이고 또한 그 방법이 요원한 것만은 아닙니다. 자기 모국어로만 글을 쓴 노벨 수상자 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손쉽게 이해가 가겠지요.
아무튼 이러한 이민시문학의 구실이 바로 미주 시문학의 특색과 특별한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 이처럼 보다 손쉽게 우리 미주 시문학의 문학성을 높일 수 있는 이민시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를 중심으로 한 창작과 연구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겠고, 민족 이민 역사와 함께 국문학사적인 측면에서라도 바른 평가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제 오늘의 미주한인 시문학에 나타나고 있는 두개의 강물과도 같은 대표적인 두 갈래 의 유형 즉,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한국의 현대시와 고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민 시문 학의 시를 중심으로, 오늘의 미주 한인 전통시와 오늘의 미주 한인 이민시가 어떤 모습 으로 변해가고 있는가를 ‘미주문학 2003년 여름 호’를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하지요.
4) 철학적 사색과 서정의 조화
미주 한인 시문학에 나타나고 있는 한국시의 형태는 고국의 시문학의 축소판처럼 거의 모든 형태의 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형태는 한국의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순수 서정시의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시대에 따라서도 큰 변화없이 늘 큰 강물처럼 전해 내려오는 고국의 고전적인 서정시 형태가 이처럼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고국 지향적인 미주한인 1세 문학의 특색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추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유형의 시들 중에서 시의 본질적인 면에 충실한 시라고 여겨지는 고원 시인의 ‘별의 그림자’ 를 인용해 보았습니다.
별마다
그림자를 내림니다
죄많은 발이
그림자를 밟습니다
무섭네요
그런데도 즐겁습니다
고 윈 ‘별의 그림자’ (미주문학 2003년 여름호)
이 얼마나 간결한 표현입니까
단 열마디의 단어와 세연 여섯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산이나 바다보다 더 높고 크고 깊습니다. 자연과 인생, 그리고 신앙이라는 무겁고 깊은 철학적 사색을 손쉬운 단 몇 마디의 언어로 별빛처럼 밝고 아름답게 그리고 손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단조로운 시라고 하기엔 오늘날의 시가 시의 본질의 하나인 ‘상징과 생략’ 이라는 점에서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고 하겠고, 요사이 많이 쓰이고 있는 언어의 유희나 지나친 치장으로 시의 본질인 리듬을 잃어가는 난해한 장문의 시들에 대한 하나의 본보기 가 될 수도 있겠지요.
별의 가장 큰 의미는 상징성일 것입니다. 별처럼 많은 상징성을 지닌 어휘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의 모든 사물일 수도 있고, 무한한 수의 개념일 수도 있고, 각기 지니는 아름다움일 수도 있고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영원과 생명을 상징하는 빛과 신앙일 수도 있고, 그래서 시인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무튼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별이 내리는 그림자는 신의 섭리이고 자연이며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일 수도 있습 니다,
그래서 자연과 신에 대한 인간의 회한(悔恨)을 죄 많은 발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죄많은 발로 인해 자연과 신에 대한 외경(畏敬)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다시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새 생명의 발견에 대한 즐거움을 느낀다는, 자연과 신에 대한 외경스러움과 함께 새 가치의 발견에 대한 미학적 환희가 이 시의 주제로 나타나고 있지요, ‘별의 그림자’라는 전혀 꾸밈이 없는 표현으로 이처럼 무거운 자연과 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표현하기란 그렇게 손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원 시인의 많은 시가 이처럼 별이 중심 소재가 되고 있는 점을 참작하면 우리는 고원 시인의 시의 세계를 이 짧은 한편의 시를 통해서도 손쉽게 이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별의 시인’ 바로 그렇습니다. 평생 별빛을 찾아 우주를 떠도는 고원 시인이 바로 별의 시인입니다.
이정표가 없는 정거장을 떠난 고원 시인의 별을 향한 시의 세계가, 꿈과 새로운 고향을 찾아 무수한 별그림자 속을 떠돌다가, 결국은 다시 별의 고향으로 되돌아와, 별의 그림 자를 밟고 서서 회한과 경외의 심정으로, 다시 영원한 꿈과 생명을 향한 우주 정거장을 향해 궤도없는 여행을 꿈꾸는, 즐거운 동심의 세계가 바로 고원 시인의 별의 역정 (歷程) 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의 형식 또한 단순하고 손쉬운 구성으로 이원식 대치법에 의해 시의 내적 외적 리듬이 잘 정리된, 시의 구성원칙에도 충실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꾸 간결하고 단순해지려는 고원 시인의 시작 경향이나 의도가 단적으로 잘 나타나 있는 시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무언가 바르고 깊은 생각을 우리에게 아름다운 감동으로 바꿔줄 수 있는 것이 시의 구실의 하나라고 한다면, 이러한 구실에 충실한 ‘별의 그림자’ 같은 시가 결국 우리가 찾는 표본과 같은 좋은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이지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을 서정적 감동으로 조화시킨 유형의 시를 한편 더 살펴 보지요. 최선호 시인의 ‘가을 풀잎’ 입니다.
ㅡ 전략ㅡ
이제 남겨야 할말은
무엇이며
흔들고 싶은 마지막 깃발은
어디 있느냐
가을볕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너의 넋은
몇만 가슴 흐느껴야
이땅에 가득할
새싹으로 태어나느냐
빈들에
떼죽음 당하는 목숨들아
최 선호 ‘가을 풀잎’ 에서(미주문학 2003 여름호)
이 시 역시 자연을 통한 인생과 신앙에 대한 관조의 세계를 자연과의 상호 교감 (交感)에 의한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회한(悔恨)과 함께 참된 인간 사회와 가치있는 생명 에 대한 열망이 잘 나타나 있는 신앙적인 주제가 담긴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고원 시인의 시의 내용이 개인적이고 명상적인데 비해 최선호 시인의 시는 대중적이고 교화적 (敎化的) 이고 호소력있는 동적 리듬으로 구성된 시라고 할 수 있겠고, 두분의 시가 역시 비슷한 철학적 관념의 세계를, 별이나 풀잎 등 자연이라는 같은 매체를 통해서, 가벼운 서정으로 순화시킨 그 기법이나, 우리의 생명과 삶에 대한 가치를 자연과 종교를 통해 관조하며 반성을 통한 참된 생명의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는 이 두분의 시처럼 인간의 바른 가치나 바른 생각 등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주제가 정서적으로 잘 표현된 시가 비교적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리라 믿습니다.- 이하 생략 박영호(시인, 문학평론가), "문학세계"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