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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다시 한글을 생각하며[LA중앙일보]
최선호/문학평론가
기사입력: 09.25.09 18:57
우리 겨레정신 통일의 가장 뚜렷한 이정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들 수 있다. 당시 나라의 형편을 보면 겉보기의 통일은 번드르르하게 이루어진 듯하나 그 내면에는 정신적 분열이 심화된 상태였다. 이를 바로잡아 한겨레 정신의 확립을 얻으려 했던 것이 바로 훈민정음 창제의 기본 이념이었다.

훈민정음 머리말에도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하고는 서로 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이 하(무척)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은지라. 내가 이를 어여삐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지어내노니…"라고 했다.

이 속뜻을 살펴보면 독립국가의 자주성 음성언어의 주체성 문자언어상의 주체성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한겨레정신을 통일 확립하고자 하는 깨어있는 정신을 발견하게 된다.

훈민정음이 반포되자 반대파들의 극성 사대사상의 득세 유학 장려 등의 먹구름이 짙었고 임진왜란 당시 우리말 우리글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갑오경장에 이르러 겨우 각성의 싹이 트이다가 일제의 언어말살 정책에 목이 졸렸다. 게다가 6.25를 지나는 동안 체계 없이 밀려든 외국어의 범람과 일본어의 잔재 등으로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성가신 안타까움을 면치 못해 온 것이 우리말 우리글이다.

더구나 한 민족 한 정신으로 뭉쳐졌어야 할 언어도구가 남과 북으로 갈려 서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아픔을 어쩌겠는가? 날이 갈수록 남한 말과 북한 말 사이에 골이 깊어져 서로 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의 생활의 폭과 깊이에서 나오는 색깔이 점차로 달라져 가고 있음에랴!

언어는 그 민족의 얼이다. 언어를 잘 살려 쓰는 민족은 부강하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하는 법이다. 이스라엘 민족과 만주족의 역사에서 그 가르침이 끊임없이 울려나고 있지 않는가?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으면서도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 쓰기 위해 쓰라린 고통을 견뎌온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일제 때 소학교 아동들까지 일어를 안 쓴다하여 불려가고 쫓겨 다니고 차별대우를 받지 않았던가. 헌데 오늘날 우리 말 우리 글은 뒷전으로 미루고 우리 말을 써야 좋을 자리에서까지 제 잘났다는 식으로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풍조가 우리를 메스껍게 하고 있다.

어째서 제 나라 말과 제 나라 글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단 말인가? 어째서 외국어만 써야 잘난 사람이란 말인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외국어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외국어도 넉넉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한국어를 갈고 닦는 일보다 영어나 그 외 외국어 습득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언어가 약화되면 사상의 깊이도 넓이도 학문의 발달도 생활의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언어의 발달은 정책이나 이론보다도 언어를 사용하는 구성원 각자의 각성과 노력에서 비롯된다.

요즈음 미주한인사회만 하더라도 '우리글 우리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어 마음 든든한 바 자못 크다. 과거에는 민족이념을 심어주자는 관념적인 일에 그쳤으나 우리말 우리글의 실용성이 날로 커져 감으로 최근 그 가치발현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외국어를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제 언어를 갖지 못하면 제 민족정신을 갖기가 어렵다. 이민의 땅에서 언어장벽에 부딪히며 살지라도 우리말 우리글을 갈고 닦는 보배로운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한겨레정신 확립을 위한 지름길이 우리 앞에 환하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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