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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야 종소리의 의미

2016.12.25 15:20

최선호 조회 수:200

 

 

[시론] 제야 종소리의 의미[LA중앙일보]
최선호 / 문학평론가
영국의 작가 찰스 램은 작품 '제야'에서 "여러 종류의 온갖 음향 중에서도 가장 장엄하고 감명 깊은 것은 묵은 해를 울려 보내는 제야의 종소리다"고 했고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차 한 잔의 사상'에서 "제야라는 이 고별의 플랫폼에는 기적도 없고 흔드는 행커치이프도 없고 다시 돌아온다는 언약도 없다. 다만 그렇게 그것은 아쉬움과 서글픔을 남기고 묵묵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에 한 점이 찍혀지려고 한다. 역사의 작은 종지부 하나가 지금 찍혀지려고 한다"고 했다.

어떻든 또 한 해가 가려고 그토록 바쁘고 비통하게 휘저었던 날개를 접고 있다. 이제 저무는 태양의 치맛자락 사이로 어둠이 내리고 자정이 오면 제야의 종소리가 우리의 고막을 때릴 것이다. 그 종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가지각색의 의미를 싣고 울려 퍼질 것이다.

참으로 어렵게 견뎌온 2009년의 문이 닫힌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심지어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방황과 엇갈림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신과 혼돈 자살과 공포의 물살이 2009년을 흥건히 적셔 왔다. 특히 경제 불황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서늘케 하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서글픈 자락이 있으면 안 된다. 고통스러웠던 묵은 해를 보내는 용기와 새해를 맞는 지혜가 넘쳐야 한다. 비워진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일이다.

마침표를 찍기 전에 분명히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과거를 반성하는 일이다. 철저한 반성을 수반할 때 과거는 그만한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반성 없는 삶이야말로 세월을 낭비하는 삶이다.

미국이라는 풍부한 나라에서 왜 이렇게 착잡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왔는가. 그것은 돈 즉 경제 불황에서 연유된 까닭임에 틀림없다.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고 다달이 내야하는 부채만 늘어가고. 도대체 가족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 쌓여 매일을 우울하고 답답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매어 있을지라도 하늘을 바라보자. 들을 내다보자. 아니 바다에 나가 보자. 얼마나 아름다운 하늘과 땅이며 바다가 우리를 감싸고 있는가.

아침마다 태양이 떠올라 하루 종일 우리의 삶을 돕고 밤에는 편안히 안식할 수 있도록 천지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먹을 것 입을 것이 풍부하며 마음껏 꿈을 꾸며 희망을 향해 뛸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 누구에게나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은 아름다워야 하고 원대해야 한다. 약한 꿈을 꾸거나 꿈이 없는 사람은 곧잘 실의에 빠지기 쉽고 꿈이 없으므로 헤어나기가 어렵다. 우리 세대도 꿈을 갖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보다 보람된 꿈을 심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로 삼아야겠다.

꿈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애가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는 30년 40년 50년 60년 아니 70~80년을 살아오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에게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생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밤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눈보라를 날리는 겨울도 결국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따뜻하고 화창한 봄이 온다. 다시는 태양이 떠오를 것 같지 않는 밤이다가도 어느새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온다. 그러기에 이 밤에 울리는 종소리를 제야의 울음으로 듣지 말고 희망찬 새해의 계명성으로 들어야 할 일이다.

 
기사입력: 12.30.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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