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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긱하며> LA의 추석

2016.12.25 15:54

최선호 조회 수:54

 

 

[살며 생각하며] LA의 추석[LA중앙일보]
최선호/문학평론가
기사입력: 09.21.09 19:22
어느새 가을이 우리의 옷깃 속으로 스며든다. 낮게만 드리워진듯하던 하늘이 드높게 보이고 비취빛을 띄면서 더욱 영롱하게 우리들의 시야를 가득 채워주는가 하면 밤에는 초롱초롱한 별빛이 우리의 가슴을 맑고 환하게 비추어 준다. 그러고 보니 중추절 천중절 천중가절 가위 팔월 한가위 등으로 불리어온 추석명절이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섰구나!

팔월 한가위를 '추석'이라고 이름한 데는 '가을 저녁'이란 극히 낭만적 의미가 감도는 멋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날 저녁에 떠오르는 달에 얽힌 시구들도 여전히 조상들이 느꼈던 낭만 그대로를 읊어내고 있다.

우리 조상 때부터 달 모양의 둥근 떡을 만들어 이름을 '월병'이라 했다. 달월(月)자에 떡 병(餠)자를 쓴 이 음식은 보름에 해먹는 떡이다. 뿐만 아니라 깨끗한 솔잎을 넣어 떡을 쪄냈던 조상의 슬기를 알 수 있다.

떡과 떡 사이가 붙지 말라고 솔잎을 쓰기도 했지만 향긋하고 독특한 솔향기도 느낄 수 있고 또 손으로 송편을 빚었으니 손에 묻었던 불결한 것들을 소독하느라고 솔잎을 썼다고도 하니 조상의 슬기가 새삼 우러러 보인다.

더구나 추석이 오면 햇곡식과 햇과일로 맛있는 별식들을 만들어 일가친척이 한자리 모여 그간의 회포도 풀며 서로의 정을 다지기도 했으니 이 명절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키우고 정보를 나누고 단결을 더욱 굳게 하고 조상을 추모하는 예의도 갖게 된 좋은 점들이 많은 명절임에 틀림이 없다.

이 때만 되면 산으로 들로 밤 따러 갔던 추억 또 어머니께서 해콩을 넣은 누룽지를 주먹 만하게 뭉쳐 주시면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먹던 일 새 옷 입고 배불리 먹고 지냈으니 기쁘고 복된 날이 아닐 수 없다. 여북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늘 추석처럼 잘 먹고 잘 입고 걱정 없이 살았으면 하는 소원이 들어있는 말이 추석을 잊고 이민생활에 찌든 우리들의 귀에도 쟁쟁하게 울려오고 있다.

그 아름다운 자연 그 정서 가득한 가을의 해맑은 풍경과는 달리 잠시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아니면 라디오를 듣는 시간마다 우리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건들은 우리의 행복한 순간들을 여지없이 위축시키고 앞을 향한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파산선고 심지어 비참하게 일어나는 살인행위 등이 우리를 답답하고 슬픈 구석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가. 과연 인간 비극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를 바닥없는 함정으로 떨어지는 듯한 순간을 맞을 때가 하루에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인류역사가 열리는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죄가 있었고 그 죄성은 멈출 줄을 모르고 만연되어 왔기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듯싶다.

푸른 하늘 푸른 산과 푸른 바다 햇볕과 바람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오늘의 상황이 되기까지는 인류가 가는 길이 잘못된 방향으로만 줄달음쳐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어느 누구에게 몽땅 책임을 지울 수도 없는 현실인 줄 안다.

다만 우리가 새로 태어나는 아픔으로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 앞에 더욱 경건해질 수 있도록 담대한 마음을 가져야 겠다.

월병이나 송편이 없는 추석 조상의 산소에 성묘도 못 가는 추석이 될지라도 맑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 순수하고 착한 우리들의 마음을 되뇌어 본다면 한층 뜻깊은 한가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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