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 문정희·
2019.02.20 14:19
★ 부부 / 문정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공지 |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 박영숙영 | 2020.01.10 | 161 |
| 공지 | 우리나라 국경일 | 박영숙영 | 2015.07.06 | 388 |
| 공지 |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 박영숙영 | 2015.07.06 | 1775 |
| 공지 | 무궁화/ 단재 신채호 | 박영숙영 | 2015.06.16 | 334 |
| 공지 |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 박영숙영 | 2015.06.16 | 763 |
| 공지 |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 박영숙영 | 2014.10.19 | 489 |
| 공지 |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 박영숙영 | 2014.06.14 | 453 |
| 공지 |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 박영숙영 | 2014.05.28 | 420 |
| 공지 |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 박영숙영 | 2011.08.02 | 544 |
| 공지 |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 박영숙영 | 2014.02.08 | 249 |
| 230 |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 박영숙영 | 2020.12.19 | 71 |
| 229 |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펌글 | 박영숙영 | 2020.12.19 | 166 |
| 228 | 공전과 자전 /펌글/박영숙영 | 박영숙영 | 2020.12.13 | 71 |
| 227 | 씨줄과 날줄의 뜻 / 박영숙영 | 박영숙영 | 2020.12.13 | 8635 |
| 226 | 백선엽 장군 친일 역사외곡에 대하여 | 박영숙영 | 2020.07.15 | 60 |
| 225 | 내국망명자와 생활세계적 가능성의 지형/홍용희 | 박영숙영 | 2019.06.06 | 71 |
| 224 | 신작시조 10편에 대하여/ 홍용희 | 박영숙영 | 2019.06.06 | 130 |
| 223 | 조오현의 〈아득한 성자 | 박영숙영 | 2019.05.30 | 235 |
| 222 | 느티골의 여름나기 | 박영숙영 | 2019.02.20 | 90 |
| » | ★ 부부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9.02.20 | 154 |
| 220 | 완성 /나태주 ㅡ 접목接木복효근 | 박영숙영 | 2019.02.20 | 132 |
| 219 | 곡시哭詩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9.02.13 | 430 |
| 218 | 향수 / 정 지 용 | 박영숙영 | 2019.01.28 | 141 |
| 217 | 내가 하나의 나뭇잎일 때 / 손해일 | 박영숙영 | 2019.01.26 | 108 |
| 216 | 흐르면서 머물면서/손해일 | 박영숙영 | 2019.01.24 | 106 |
| 215 | 미국 어느 여객기 기장의 글 | 박영숙영 | 2016.07.02 | 151 |
| 214 | 38도선이 생긴 역사 | 박영숙영 | 2016.07.02 | 626 |
| 213 | ★ "진정한 영웅들" ★ | 박영숙영 | 2016.04.29 | 82 |
| 212 | 탈북자 김수진/백년이 뒤떨어진 곳에서 백년을 앞선 곳으로 | 박영숙영 | 2016.04.15 | 308 |
| 211 | 길 위에서/이해인 | 박영숙영 | 2015.12.12 | 13380 |
| 210 | 아리랑의 참뜻을 아시나요? | 박영숙영 | 2015.08.02 | 314 |
| 209 | 행복에 관한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5.07.17 | 11391 |
| 208 | 6월에 관한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5.07.17 | 5279 |
| 207 | 현충일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5.07.06 | 1622 |
| 206 | 부모는.기뻐서 울었고 | 박영숙영 | 2015.06.17 | 237 |
| 205 | 11월에 관한 시모음 | 박영숙영 | 2015.06.14 | 8305 |
| 204 | 11월에 관한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5.06.14 | 3073 |
| 203 | 창 포 - 신동엽- | 박영숙영 | 2015.06.14 | 122 |
| 202 |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 박영숙영 | 2015.06.14 | 129 |
| 201 | 찔 레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5.06.14 | 141 |
| 200 | 패랭이꽃 -류시화- | 박영숙영 | 2015.06.14 | 180 |
| 199 | 민들레/ 류시화 | 박영숙영 | 2015.06.14 | 169 |
| 198 | 들풀/ 류시화 | 박영숙영 | 2015.06.14 | 164 |
| 197 | 꽃 씨 / 서정윤 | 박영숙영 | 2015.06.14 | 120 |
| 196 | 꽃샘 바람/이해인 | 박영숙영 | 2015.06.14 | 170 |
| 195 | 꽃 멀미- 이해인 | 박영숙영 | 2015.06.14 | 243 |
| 194 | 사랑...조병화 | 박영숙영 | 2015.05.12 | 257 |
| 193 | Un Fiume Amaro (쓸쓸한 강) | 박영숙영 | 2015.05.12 | 256 |
| 192 | 무엇이 한국을 세계 頂上으로 만들었을까 | 박영숙영 | 2015.04.19 | 89 |
| 191 | [펌]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 박영숙영 | 2014.10.27 | 596 |
| 190 | 마음이 깨끗해 지는 법 | 박영숙영 | 2014.10.12 | 157 |
| 189 | '가 을' - 드라메어 | 박영숙영 | 2014.09.19 | 126 |
| 188 | '가 을' / 김현승 | 박영숙영 | 2014.09.19 | 149 |
| 187 | '가 을' 김용택 | 박영숙영 | 2014.09.19 | 110 |
| 186 | '가 을' 김광림 | 박영숙영 | 2014.09.19 | 114 |
| 185 | 가을 /강은교 | 박영숙영 | 2014.09.19 | 256 |
| 184 | 완경(完經) - 한선향 | 박영숙영 | 2014.08.14 | 223 |
| 183 | 폐경 / 최삼용 | 박영숙영 | 2014.08.14 | 265 |
| 182 | 내력 / 김선우 | 박영숙영 | 2014.08.14 | 214 |
| 181 | 완경(完經)/ 김선우 | 박영숙영 | 2014.08.14 | 178 |
| 180 | 우물에 관한 시 모음> 윤동주의 '자화상' 외 | 박영숙영 | 2014.08.03 | 1777 |
| 179 | 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 주나 | 박영숙영 | 2014.07.31 | 191 |
| 178 | 늑대/도종환 | 박영숙영 | 2014.07.16 | 191 |
| 177 | 죽음 뒤를 볼 수 없다 해도 / 죽음에 대한 ㅡ'시'와 명언 | 박영숙영 | 2014.07.02 | 10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