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 주나

2014.07.31 09:30

박영숙영 조회 수:167 추천:23

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 주나

글,장영희


사북* 에 오기전에
당신은 대대로 산비둘기처럼
가슴 비비고 살아온 산골마을 들풀이라 했지요

물길 따라 물 흐르고
인생길 따라 삶은 흐르고
흐르고 흘러 물 검고 나무 검고 흙도 검은
검은마을 여기에 짐 내려 발목 풀어
마음주려 애썼다 했지요

붉은 심장에 푸른 허파에
흑장미 꽃가루 쌓이는 줄 모르고
부질없는 낙엽 쓸어모아
무너지지않는 탑 쌓으려 했다지요

어느날은 사랑도 덜 끝난 새벽에
어느날은 붉은 태양 농탕질하는 대낮에
천 길 막장으로 빨려 들어 갔지요
그 때마다 섬뜩섬뜩 마지막이 아닐까
뛰는 가슴 억누르고 손 흔들었는데

계절처럼 돌아 와
그믐 밤 보다 더 까만 희망을 지고
게딱지 보금자리 잊지 않고 돌아 와
손톱 밑 검은 꽃가루 반짝이는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 쓰다듬어 주셨지요

이제 겨우 반백을 살고
당신 험한 세월앞에 쓰러지니
말을 잃고 생각도 멈추네요
살아서 검은 꽃가루 늘 가까이하신 당신
죽어서 흰 꽃가루 되어
방어진* 양지바른 언덕에 흩어지네요

바다를 난자하고 달려온 바람
성난 군사같이 달려 와
검은머리 헝클어 놓는데
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주나요

*[광부 아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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