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 최삼용

2014.08.14 08:11

박영숙영 조회 수:307 추천:20

폐경 / 최삼용(바브시인)


내 몸둥에 입혀진 사나운 피들을 다 쏟고
반골로 내몰릴 거룩한 수행앞에
이제는 꼽던 손가락 멈춰도 될 나날의 계산법

꽃비마저 멎어 황홀한 색깔은 바래져도
여분의 향기는 남았는데
씨방에 조아리던 나비의 경배는 끝났다

절명의 경지를 터득해
혈관을 통하지 않고 뿜어내던 숭고한 보혈은
은밀한 화두의  통찰같아

꽃은 아직 지지도 않았는데
어언 달문은 닫혔다
아,아. 쓸쓸한 적멸이다



반골[反骨]:권력이나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기개.
적멸[寂滅]:1) 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높은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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