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밤
2005.11.30 07:13
11월의 마지막 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박정순
나뭇잎이 가을 색으로 물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낙엽이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지금은 중년인 내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리게 하는 11월의 마지막 밤이다. 불어오는 찬바람이 아파트라는 거대한 구조물에 막혀 대지를 향해 곤두박질 치면서 아파트 화단과 공터에 쌓인 낙엽들을 마구 흩어지게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과는 달리 11월의 마지막 밤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벤트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다.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중년 남자 셋이 모여 새꼬시 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주를 마시며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었는데…….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애절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유행한 다음부터 시월의 마지막 밤에는 무언가 이벤트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벤트가 없으면 우리처럼 억지로 이벤트를 만들어 시늉이라도 내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시월의 마지막 밤이 특별해야 된다는 억지를 부리며 2차 3차 헤맸을 것이다. 그런데 밤 11시도 안되어 술자리를 파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호기조차 잃은 중년의 모습과 머리카락이 반백이라는 나이를 실감한 올해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쓸쓸함은 낭만과 풍요, 수확의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난다는 상실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확의 계절이니 결실의 계절이니 하는 가을은 풍성과 풍요로 연상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가을은 풍성하고 풍요로워야 되는 것 같은 고정관념이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인 허탈감을 갖게 하는 게 아닐까.
10월이라고 하면 풍요와 수확이 연상되지만 11월은 찬 서리와 낙엽과 발가벗은 나무가 연상되어 그 경계를 이루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낙엽과 고독의 11월마저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나가려는 마지막 밤이다. 11월이 다 가기 전에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야 될 것 같은 초조함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오늘 하루도 그 무언가 중요한 일을 시작도 못해보고 보낸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쌓여 11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무언가 준비하고 분주해야 되며 만족할 보람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잡지 못한 빈손이고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한 텅 빈 나날의 연속이다. 하루 하루가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살아가는 것 같은 아쉬움과 부대낌으로 살다보니 11월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시작될 12월에는 겨우살이준비를 하듯이 마음의 겨우살이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의도와 계획을 실천하는 생활로 12 월 한 달뿐만이 아니라 2005년을 잘 마무리하는 한 달이 되어야겠다. 가을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새봄을 준비하듯 그렇게 살아야겠다. 나무는 자신의 퇴색한 잎을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떼어내고, 수확이라는 이름으로 열매도 떨구며 겨우살이준비를 하지 않던가. 나무는 그렇게 시린 발을 땅 속에 깊이 묻고 발가벗은 채 새봄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겨울나무가 봄이면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우기 위하여 자기만의 방법으로 겨우살이준비를 하듯이 나도 나무의 슬기를 배워야겠다.
11월의 마지막 밤에 중년이 느껴야 하는 쓸쓸함과 허무함 그리고 그리움인지 고독인지 분간 못할 감정들을 마음의 겨우살이준비를 위한 에너지로 사용해야겠다. 그래야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로 상징되는 겨울마저도 봄이라는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라 여기며 12월의 첫날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박정순
나뭇잎이 가을 색으로 물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낙엽이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지금은 중년인 내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리게 하는 11월의 마지막 밤이다. 불어오는 찬바람이 아파트라는 거대한 구조물에 막혀 대지를 향해 곤두박질 치면서 아파트 화단과 공터에 쌓인 낙엽들을 마구 흩어지게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과는 달리 11월의 마지막 밤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벤트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다.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중년 남자 셋이 모여 새꼬시 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주를 마시며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었는데…….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애절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유행한 다음부터 시월의 마지막 밤에는 무언가 이벤트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벤트가 없으면 우리처럼 억지로 이벤트를 만들어 시늉이라도 내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시월의 마지막 밤이 특별해야 된다는 억지를 부리며 2차 3차 헤맸을 것이다. 그런데 밤 11시도 안되어 술자리를 파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호기조차 잃은 중년의 모습과 머리카락이 반백이라는 나이를 실감한 올해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쓸쓸함은 낭만과 풍요, 수확의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난다는 상실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확의 계절이니 결실의 계절이니 하는 가을은 풍성과 풍요로 연상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가을은 풍성하고 풍요로워야 되는 것 같은 고정관념이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인 허탈감을 갖게 하는 게 아닐까.
10월이라고 하면 풍요와 수확이 연상되지만 11월은 찬 서리와 낙엽과 발가벗은 나무가 연상되어 그 경계를 이루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낙엽과 고독의 11월마저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나가려는 마지막 밤이다. 11월이 다 가기 전에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야 될 것 같은 초조함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오늘 하루도 그 무언가 중요한 일을 시작도 못해보고 보낸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쌓여 11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무언가 준비하고 분주해야 되며 만족할 보람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잡지 못한 빈손이고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한 텅 빈 나날의 연속이다. 하루 하루가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살아가는 것 같은 아쉬움과 부대낌으로 살다보니 11월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시작될 12월에는 겨우살이준비를 하듯이 마음의 겨우살이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의도와 계획을 실천하는 생활로 12 월 한 달뿐만이 아니라 2005년을 잘 마무리하는 한 달이 되어야겠다. 가을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새봄을 준비하듯 그렇게 살아야겠다. 나무는 자신의 퇴색한 잎을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떼어내고, 수확이라는 이름으로 열매도 떨구며 겨우살이준비를 하지 않던가. 나무는 그렇게 시린 발을 땅 속에 깊이 묻고 발가벗은 채 새봄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겨울나무가 봄이면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우기 위하여 자기만의 방법으로 겨우살이준비를 하듯이 나도 나무의 슬기를 배워야겠다.
11월의 마지막 밤에 중년이 느껴야 하는 쓸쓸함과 허무함 그리고 그리움인지 고독인지 분간 못할 감정들을 마음의 겨우살이준비를 위한 에너지로 사용해야겠다. 그래야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로 상징되는 겨울마저도 봄이라는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라 여기며 12월의 첫날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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