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우리 집에서 뽑은 10가지 이야기
2005.12.08 20:45
2005년 우리 집에서 뽑은 10가지 이야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신영숙
*첫 번째 이야기, 꽃을 피운 우리 집 행운목
행운목이 꽃을 피웠다. 모두가 한번쯤 보기를 원하는 행운목이 5월의 훈풍을 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꽃을 온 가족이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수숫대처럼 가지가 뻗더니 거기에 좁쌀처럼 조롱조롱 꽃망울이 열렸다. 그 꽃망울들이 차례로 수줍게 미소짓더니 오후가 되면 활짝 피어 온 집안이 향내로 진동했다. 하얀 좁쌀 같은 꽃망울보다 향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꽃에서는 꿀이 흘러내려 벌들이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많은 꽃망울들이 피고지기를 거듭하며 꽤나 오랫동안 피어있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첫 돌 배기 외손자까지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 직장에 빼앗겼던 남편 되찾아
남편이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물러나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서 쉴새없이 매달렸던 직장에서 퇴직한 것이다.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요즘 남편은 오후시간을 체육관에서 나와 함께 보낸다. 아들딸만 결혼시키면 우리 내외의 노후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큰 실수 없이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이야기, 공무원이 된 아들
아들이 오랫동안 준비하더니 직장을 얻었다.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이 대신 출근하게 되어 고맙다. 부자가 임무교대를 한 셈이랄까. 서울시 공무원, 행자부 공무원, 전주시 공무원 등 3관 왕을 차지했던 아들이 결국 전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루빨리 좋은 짝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 번째 이야기, 유아원에 간 외손녀 현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고 태어난 아기라 귀여움을 독차지해서 그런지 응석받이로 처음에는 유아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썼는데 요즘은 곧잘 다니고 있다. 현서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집에서 선물공세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옷을 사오고, 과일을 사오고, 남자아이 부모들이 쉴새없이 드나들며 인사하기에 바쁘단다. 그런데도 현서는 다른 애가 좋다니…….
*다섯 번째 이야기, 첫돌 맞는 외손자 재혁
손녀가 태어난 것도 기쁨이었는데 손자까지 생겨서 정말 기쁘다. 이웃들은 애들이 오면 평화봉사단원들이 왔다고 놀린다. 딸아이가 공부한다고 해서 한 달간 우리 집에 와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말썽을 부린다. 아무거나 입에 넣으면 꺼내려고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가 물리기를 여러 번, 그래도 귀여워서 손으로는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는 건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정(情)의 원리인 것 같다.
*여섯 번째 이야기,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등록한 나
내가 드디어 지난 3월 봄학기에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입학했다. 마음속에서 꿈으로만 간직하던 걸 늦게라도 풀어보겠다고 평생교육원에 들어선 것이다. 모두가 낯설고 서먹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니 다정다감한 말벗이 되었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은 잘 안 된다.
*일곱 번째 이야기, 큰딸 공무원시험 도전 실패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다 결혼했던 큰딸이 아이가 생기지 않자 직장을 그만 두었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고 마침 특별 전형이라는 게 있어서 도전했었는데 준비기간이 짧아서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다시 기회가 오면 꼭 도전해서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여덟 번째 이야기, 오붓한 남편과의 여행
여름에는 남편과 남해안을 다녀왔다. 여수오동도, 흥국사. 향일암, 낙안읍성, 넉넉한 일정으로 편안한 여행이었다. 또 가을에 딸과 함께 다녀온 부산 여행도 즐거웠다. 대학 4학년말에 취업이 되어 늘 바쁜 시간이어서 함께 갈 시간이 없었는데 가까스로 시간을 내었다. 모녀 둘만의 기차여행이 자유스럽고 색다른 여행이어서 좋았다. 다음에는 해외 나들이도 해볼 생각이다.
*아홉 번째 이야기, 추억의 여고 동창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동창까지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동참했다. 충청북도 단양8경을 답사하고 중선암 숲 속에서 60여 명의 동창들과 함께 보낸 하룻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동창생들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열 번째 이야기, 송년 수필의 밤 첫 참석
송년 수필의 밤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해 홈페이지나 동인지 '행촌수필'에서 이름으로만 알던 선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즐거웠다. 내가 서툰 솜씨로 수필을 낭독한 것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건지산에서 수정같이 맑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달리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또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내년에도 같은 소원을 빌 것이다. 보내버린 세월이 아쉽지만 올 한해 온가족과 이웃 친지들이 건강하게 보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송구영신해야겠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신영숙
*첫 번째 이야기, 꽃을 피운 우리 집 행운목
행운목이 꽃을 피웠다. 모두가 한번쯤 보기를 원하는 행운목이 5월의 훈풍을 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꽃을 온 가족이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수숫대처럼 가지가 뻗더니 거기에 좁쌀처럼 조롱조롱 꽃망울이 열렸다. 그 꽃망울들이 차례로 수줍게 미소짓더니 오후가 되면 활짝 피어 온 집안이 향내로 진동했다. 하얀 좁쌀 같은 꽃망울보다 향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꽃에서는 꿀이 흘러내려 벌들이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많은 꽃망울들이 피고지기를 거듭하며 꽤나 오랫동안 피어있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첫 돌 배기 외손자까지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 직장에 빼앗겼던 남편 되찾아
남편이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물러나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서 쉴새없이 매달렸던 직장에서 퇴직한 것이다.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요즘 남편은 오후시간을 체육관에서 나와 함께 보낸다. 아들딸만 결혼시키면 우리 내외의 노후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큰 실수 없이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이야기, 공무원이 된 아들
아들이 오랫동안 준비하더니 직장을 얻었다.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이 대신 출근하게 되어 고맙다. 부자가 임무교대를 한 셈이랄까. 서울시 공무원, 행자부 공무원, 전주시 공무원 등 3관 왕을 차지했던 아들이 결국 전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루빨리 좋은 짝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 번째 이야기, 유아원에 간 외손녀 현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고 태어난 아기라 귀여움을 독차지해서 그런지 응석받이로 처음에는 유아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썼는데 요즘은 곧잘 다니고 있다. 현서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집에서 선물공세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옷을 사오고, 과일을 사오고, 남자아이 부모들이 쉴새없이 드나들며 인사하기에 바쁘단다. 그런데도 현서는 다른 애가 좋다니…….
*다섯 번째 이야기, 첫돌 맞는 외손자 재혁
손녀가 태어난 것도 기쁨이었는데 손자까지 생겨서 정말 기쁘다. 이웃들은 애들이 오면 평화봉사단원들이 왔다고 놀린다. 딸아이가 공부한다고 해서 한 달간 우리 집에 와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말썽을 부린다. 아무거나 입에 넣으면 꺼내려고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가 물리기를 여러 번, 그래도 귀여워서 손으로는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는 건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정(情)의 원리인 것 같다.
*여섯 번째 이야기,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등록한 나
내가 드디어 지난 3월 봄학기에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입학했다. 마음속에서 꿈으로만 간직하던 걸 늦게라도 풀어보겠다고 평생교육원에 들어선 것이다. 모두가 낯설고 서먹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니 다정다감한 말벗이 되었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은 잘 안 된다.
*일곱 번째 이야기, 큰딸 공무원시험 도전 실패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다 결혼했던 큰딸이 아이가 생기지 않자 직장을 그만 두었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고 마침 특별 전형이라는 게 있어서 도전했었는데 준비기간이 짧아서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다시 기회가 오면 꼭 도전해서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여덟 번째 이야기, 오붓한 남편과의 여행
여름에는 남편과 남해안을 다녀왔다. 여수오동도, 흥국사. 향일암, 낙안읍성, 넉넉한 일정으로 편안한 여행이었다. 또 가을에 딸과 함께 다녀온 부산 여행도 즐거웠다. 대학 4학년말에 취업이 되어 늘 바쁜 시간이어서 함께 갈 시간이 없었는데 가까스로 시간을 내었다. 모녀 둘만의 기차여행이 자유스럽고 색다른 여행이어서 좋았다. 다음에는 해외 나들이도 해볼 생각이다.
*아홉 번째 이야기, 추억의 여고 동창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동창까지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동참했다. 충청북도 단양8경을 답사하고 중선암 숲 속에서 60여 명의 동창들과 함께 보낸 하룻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동창생들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열 번째 이야기, 송년 수필의 밤 첫 참석
송년 수필의 밤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해 홈페이지나 동인지 '행촌수필'에서 이름으로만 알던 선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즐거웠다. 내가 서툰 솜씨로 수필을 낭독한 것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건지산에서 수정같이 맑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달리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또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내년에도 같은 소원을 빌 것이다. 보내버린 세월이 아쉽지만 올 한해 온가족과 이웃 친지들이 건강하게 보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송구영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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