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뜻은
2005.12.04 12:14
첫눈이 내린 뜻은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조 종 영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보니, 고샅길과 지붕이 모두 하얗다. 밤사이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나는 대전에 가려고 거처를 나섰다. 차가 지나가지 않는 길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렸다. 도시의 눈은 웬만큼 오면 쉬 녹고, 시야가 제한되니 눈이 내린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나는 익산 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어제저녁 행촌수필 송년의 밤 행사에서 받은 동인지 '행촌수필8호'를 꺼내 들었다. 책의 표지부터가 은은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행사의 정경이 하나하나 머리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과 관련되는 행사는 난생처음이라서, 문학하는 분들의 모임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지금 조용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뜻 깊은 모습과, 문학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행사의 내용이 잘 짜여지기도 했고, 서로가 도우며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주인이라는 바로 그런 자세들이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가운데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담겨있었고, 말이 없으면서도 폭포수 같은 문우간의 정이 쏟아졌다. 빛나는 축하 속에서 더 좋은 글을 쓰려는 자기다짐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신 임원들의 수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에 고마운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 야간반 문우들의 뒤풀이는 우리들만의 아주 즐거운 시간이어서 또 하나의 추억 만들기였다.
버스가 출발하고 시가지를 벗어나자, 산과 들과 마을의 모습이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다. 예년에는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려 쌓인 예가 별로 없었는데, 올 겨울 첫눈은 온 누리를 뒤덮어 버렸다.
KTX를 타고 가며 보이는 첫눈이 내린 산야의 정경은,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했다. 어제까지 낙엽이 떨어져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던 가을 산은, 흰눈으로 알몸을 가린 채 겨울 산이 되어 버렸다. 소나무,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반백의 머리가 되었고, 대나무는 눈의 무게가 힘겨워 온몸을 축 늘어뜨렸다. 여기 저기 누워 있던 무덤들은 봉분의 형체는 윤곽도 없고 묘비만 덜렁하게 드러나 보였다. 텅 빈 들판에 눈이 덮이면 삐죽하니 서있는 전봇대들이 더욱 썰렁해 보인다. 그리고 눈 덮인 마을의 지붕 밑에는, 따뜻한 아랫목보다 더 포근한 가족의 정이 숨쉬고 있으리라.
논산을 지나자 멀리 계룡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난 명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명산이나 뒷동산이나 모두가 공평하게 눈이 내렸다. 자연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다. 그래서 자연을 닮고자 하는 것일까.
눈 내린 차창을 보며 생각에 젖어 있다가, 하필이면 왜 어제 저녁 늦게 첫눈이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행촌수필문학회원들의 그 뜨거운 열정과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 하늘에 닿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뜻 깊은 행사는 바로 첫눈을 부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가. 간밤에 내린 첫눈의 뜻이, 분명 어젯밤의 행촌수필의 밤 행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에 내린 첫눈이 분명 우리 모두를 위한 서설(瑞雪)임을 믿고,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했다.
(2005. 12. 4)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조 종 영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보니, 고샅길과 지붕이 모두 하얗다. 밤사이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나는 대전에 가려고 거처를 나섰다. 차가 지나가지 않는 길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렸다. 도시의 눈은 웬만큼 오면 쉬 녹고, 시야가 제한되니 눈이 내린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나는 익산 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어제저녁 행촌수필 송년의 밤 행사에서 받은 동인지 '행촌수필8호'를 꺼내 들었다. 책의 표지부터가 은은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행사의 정경이 하나하나 머리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과 관련되는 행사는 난생처음이라서, 문학하는 분들의 모임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지금 조용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뜻 깊은 모습과, 문학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행사의 내용이 잘 짜여지기도 했고, 서로가 도우며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주인이라는 바로 그런 자세들이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가운데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담겨있었고, 말이 없으면서도 폭포수 같은 문우간의 정이 쏟아졌다. 빛나는 축하 속에서 더 좋은 글을 쓰려는 자기다짐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신 임원들의 수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에 고마운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 야간반 문우들의 뒤풀이는 우리들만의 아주 즐거운 시간이어서 또 하나의 추억 만들기였다.
버스가 출발하고 시가지를 벗어나자, 산과 들과 마을의 모습이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다. 예년에는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려 쌓인 예가 별로 없었는데, 올 겨울 첫눈은 온 누리를 뒤덮어 버렸다.
KTX를 타고 가며 보이는 첫눈이 내린 산야의 정경은,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했다. 어제까지 낙엽이 떨어져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던 가을 산은, 흰눈으로 알몸을 가린 채 겨울 산이 되어 버렸다. 소나무,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반백의 머리가 되었고, 대나무는 눈의 무게가 힘겨워 온몸을 축 늘어뜨렸다. 여기 저기 누워 있던 무덤들은 봉분의 형체는 윤곽도 없고 묘비만 덜렁하게 드러나 보였다. 텅 빈 들판에 눈이 덮이면 삐죽하니 서있는 전봇대들이 더욱 썰렁해 보인다. 그리고 눈 덮인 마을의 지붕 밑에는, 따뜻한 아랫목보다 더 포근한 가족의 정이 숨쉬고 있으리라.
논산을 지나자 멀리 계룡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난 명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명산이나 뒷동산이나 모두가 공평하게 눈이 내렸다. 자연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다. 그래서 자연을 닮고자 하는 것일까.
눈 내린 차창을 보며 생각에 젖어 있다가, 하필이면 왜 어제 저녁 늦게 첫눈이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행촌수필문학회원들의 그 뜨거운 열정과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 하늘에 닿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뜻 깊은 행사는 바로 첫눈을 부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가. 간밤에 내린 첫눈의 뜻이, 분명 어젯밤의 행촌수필의 밤 행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에 내린 첫눈이 분명 우리 모두를 위한 서설(瑞雪)임을 믿고,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했다.
(200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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