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우리 집 빅 뉴스
2005.12.02 17:52
격동의 2005년
-2005 우리 집 빅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정현창
경기도 양주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막내가 그곳엔 첫눈이 많이 내렸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퇴근길 라디오에선 냇킹콜의 크리스마스캐럴이 흐르고 있다. 그래 분명히 12월이 오긴 온 모양이다. 세밑을 상징하는 캐럴과 자선냄비가 등장했으니 연말분위기가 차츰 달아오르겠지. 예쁜 달력을 골라 벽에 걸면서 언제 이 달력이 다 떨어질까 했었는데 이제는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의 달력만 남았다.
결혼 25주년이었던 2005년을 되돌아본다. 올해는 우리 가정에 아내의 가계운영이 부진했을 뿐 그저 평탄한 한해였다. 4식구 모두 건강했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었다. 큰아들은 해병대를 제대한 뒤 복학하여 교환학생으로 부산대학교에 가서 공부하다보니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앞으로 살아갈 길을 다지는 아주 뜻 깊은 한해를 보낸 셈이다. 막내는 건강하게 군대생활을 하고 있고 이제 사병으로서는 최고 계급인 병장으로 진급하여 여유 있게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잔잔한 호수에 떠있는 백조를 보면 아주 우아하고 여유 있는 듯 보이지만 물 속에서 백조의 발은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 가정은 행복하고 평온한 한해를 보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한해였지 않나 생각된다. 아내는 어려운 가게를 유지하려고 힘든 싸움을 하였으며, 큰아들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 방학동안에도 집에 오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아무리 편하다고는 하여도 군대는 군대인지라 막내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안부전화를 해주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모두가 나의 복이려니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한해다.
나의 2005년은 무척이나 격동적(激動的)인 한해였다. 달리고 또 달려온 2005년은 내 일생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 매김을 한 해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하던 일에 안주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나도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지 한참을 지나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도전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들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하곤 한다. 특히 올해는 특히 많은 도전을 한 일년이었다.
몇 년 전부터 해오던 마라톤을 열심히 한 해였다. 3월 서울마라톤대회를 비롯하여 4월 함평마라톤대회, 10월 섬진강마라톤대회, 11월 중앙마라톤대회 등 42.195km를 4번이나 완주했다. 2월 전북일보하프마라톤대회 및 4월 새만금 하프마라톤대회 등 21.0975km도 2회를 완주하고, 10km 대회에도 2번이나 참가했었다. 또한 우연히 3월 전주에서 개최된 제1회 전주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여 15시간 안에 완주해야하는 100km를 14시간14분에 완주하였으며, 5월엔 포항에서 열린 ‘호미곳 월광소나타’란 100km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했었다. 2005년은 10km에서 100km대회까지 모든 종목을 완주한 해였다.
겁없는 도전은 계속되었다. 십여 년 동안 꾸준히 해온 수영과 마라톤을 같이 할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한 것이다. 수영장의 얕은 물에서만 하던 수영을 바닥이 보이지 않은 바다에서 1,500m를 헤엄치기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선수용 자전거가 없는 내가 일반자전거로 40km를 완주하기란 또한 어려웠다. 하지만 5월이 되자 수영 1,500m+자전거40km+마라톤10km를 3시간30분 안에 완주해야하는 통영트라이애슬론에 무작정 도전했으나 자전거의 펑크로 인하여 제한시간을 넘겨서 가까스로 완주했다. 그러나 6월에 여수트라이애슬론에서는 3시간12분이란 기록으로 여유 있게 완주했다. 2005년은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에 이어 트라이애슬론(철인삼종경기)에 도전해서 무사히 완주한 뜻 깊은 한해다.
기회는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다던가. 기회가 올 때 잡지 못하면 지나간 다음엔 결코 잡을 수 없는 법이다. 마라톤을 하다보니 기록에 신경이 쓰이고 무릎의 충격 때문에 많은 마라토너들이 다치는 걸 자주 보아왔다. 나도 이제는 마라톤을 줄이고 마라톤에 대체할 운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전주종합경기장을 지나고 있는데 전주생활체육협회에서 인라인교육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걸 보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록을 하였다. 10월 한 달을 열심히 배운 덕에 요즘은 경륜장이나 월드컵경기장에서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내년 봄엔 인라인스케이트대회에 참가하여 20km를 멋지게 완주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 내가 제일 용기를 낸 건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에 등록한 일이다. 그동안 어려운 삶의 무게 때문에 공부를 한다는 건 항상 뒷전에 밀려왔었다. 세월이 좀 더 흘러 배울 수 없게 되기 전에 하나라도 배우고 싶었으나 용기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하지 않던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또한 인생을 살면서 폭 넓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한 건강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배움을 시작하려면 지식향상보다 배우는 즐거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마술교실에 등록하였다.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 2학기 마술강좌가 폐강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여러 가지 강좌를 생각하다 학창시절 관심이 있었던 수필창작기초반 여름방학 특강에 등록했다.
내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는 줄 나도 정말 몰랐다. 6월 말 첫 습작을 쓴 뒤부터 계속 이어지는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계속 글을 쓰고 싶어 하루에 2편씩도 써서 6개월만에 근 100편을 쓰고 있다.
난 수필은 모른다. 그냥 쓰고 싶어서 글을 쓸 뿐이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을 때도 완주는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뛰어갔듯 지금은 그저 글을 한 편 한 편 쓸 뿐이다. 올해 하나님께서 준 최고의 선물은 나와 수필과의 만남이다. “처음은 미약했으니 그 끝은 창대하리라.”란 성경말씀을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온 2005년은 너무 행복한 한해였다. (2005. 12. 3)
-2005 우리 집 빅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정현창
경기도 양주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막내가 그곳엔 첫눈이 많이 내렸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퇴근길 라디오에선 냇킹콜의 크리스마스캐럴이 흐르고 있다. 그래 분명히 12월이 오긴 온 모양이다. 세밑을 상징하는 캐럴과 자선냄비가 등장했으니 연말분위기가 차츰 달아오르겠지. 예쁜 달력을 골라 벽에 걸면서 언제 이 달력이 다 떨어질까 했었는데 이제는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의 달력만 남았다.
결혼 25주년이었던 2005년을 되돌아본다. 올해는 우리 가정에 아내의 가계운영이 부진했을 뿐 그저 평탄한 한해였다. 4식구 모두 건강했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었다. 큰아들은 해병대를 제대한 뒤 복학하여 교환학생으로 부산대학교에 가서 공부하다보니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앞으로 살아갈 길을 다지는 아주 뜻 깊은 한해를 보낸 셈이다. 막내는 건강하게 군대생활을 하고 있고 이제 사병으로서는 최고 계급인 병장으로 진급하여 여유 있게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잔잔한 호수에 떠있는 백조를 보면 아주 우아하고 여유 있는 듯 보이지만 물 속에서 백조의 발은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 가정은 행복하고 평온한 한해를 보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한해였지 않나 생각된다. 아내는 어려운 가게를 유지하려고 힘든 싸움을 하였으며, 큰아들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 방학동안에도 집에 오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아무리 편하다고는 하여도 군대는 군대인지라 막내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안부전화를 해주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모두가 나의 복이려니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한해다.
나의 2005년은 무척이나 격동적(激動的)인 한해였다. 달리고 또 달려온 2005년은 내 일생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 매김을 한 해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하던 일에 안주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나도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지 한참을 지나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도전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들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하곤 한다. 특히 올해는 특히 많은 도전을 한 일년이었다.
몇 년 전부터 해오던 마라톤을 열심히 한 해였다. 3월 서울마라톤대회를 비롯하여 4월 함평마라톤대회, 10월 섬진강마라톤대회, 11월 중앙마라톤대회 등 42.195km를 4번이나 완주했다. 2월 전북일보하프마라톤대회 및 4월 새만금 하프마라톤대회 등 21.0975km도 2회를 완주하고, 10km 대회에도 2번이나 참가했었다. 또한 우연히 3월 전주에서 개최된 제1회 전주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여 15시간 안에 완주해야하는 100km를 14시간14분에 완주하였으며, 5월엔 포항에서 열린 ‘호미곳 월광소나타’란 100km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했었다. 2005년은 10km에서 100km대회까지 모든 종목을 완주한 해였다.
겁없는 도전은 계속되었다. 십여 년 동안 꾸준히 해온 수영과 마라톤을 같이 할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한 것이다. 수영장의 얕은 물에서만 하던 수영을 바닥이 보이지 않은 바다에서 1,500m를 헤엄치기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선수용 자전거가 없는 내가 일반자전거로 40km를 완주하기란 또한 어려웠다. 하지만 5월이 되자 수영 1,500m+자전거40km+마라톤10km를 3시간30분 안에 완주해야하는 통영트라이애슬론에 무작정 도전했으나 자전거의 펑크로 인하여 제한시간을 넘겨서 가까스로 완주했다. 그러나 6월에 여수트라이애슬론에서는 3시간12분이란 기록으로 여유 있게 완주했다. 2005년은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에 이어 트라이애슬론(철인삼종경기)에 도전해서 무사히 완주한 뜻 깊은 한해다.
기회는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다던가. 기회가 올 때 잡지 못하면 지나간 다음엔 결코 잡을 수 없는 법이다. 마라톤을 하다보니 기록에 신경이 쓰이고 무릎의 충격 때문에 많은 마라토너들이 다치는 걸 자주 보아왔다. 나도 이제는 마라톤을 줄이고 마라톤에 대체할 운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전주종합경기장을 지나고 있는데 전주생활체육협회에서 인라인교육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걸 보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록을 하였다. 10월 한 달을 열심히 배운 덕에 요즘은 경륜장이나 월드컵경기장에서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내년 봄엔 인라인스케이트대회에 참가하여 20km를 멋지게 완주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 내가 제일 용기를 낸 건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에 등록한 일이다. 그동안 어려운 삶의 무게 때문에 공부를 한다는 건 항상 뒷전에 밀려왔었다. 세월이 좀 더 흘러 배울 수 없게 되기 전에 하나라도 배우고 싶었으나 용기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하지 않던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또한 인생을 살면서 폭 넓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한 건강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배움을 시작하려면 지식향상보다 배우는 즐거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마술교실에 등록하였다.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 2학기 마술강좌가 폐강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여러 가지 강좌를 생각하다 학창시절 관심이 있었던 수필창작기초반 여름방학 특강에 등록했다.
내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는 줄 나도 정말 몰랐다. 6월 말 첫 습작을 쓴 뒤부터 계속 이어지는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계속 글을 쓰고 싶어 하루에 2편씩도 써서 6개월만에 근 100편을 쓰고 있다.
난 수필은 모른다. 그냥 쓰고 싶어서 글을 쓸 뿐이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을 때도 완주는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뛰어갔듯 지금은 그저 글을 한 편 한 편 쓸 뿐이다. 올해 하나님께서 준 최고의 선물은 나와 수필과의 만남이다. “처음은 미약했으니 그 끝은 창대하리라.”란 성경말씀을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온 2005년은 너무 행복한 한해였다. (200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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