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 이월란
얼룩을 지우는 일에 이력이 나고도 여자는
반점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았다
묻었거나 스며든 일상은 문신처럼 살이 되었다
젖었던 곳일수록 더욱 진했다
말라붙은 껌딱지에 문지르던 얼음조각을 문질러도 보았다
시린 곳이 차츰 얼어붙고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 돋아나는 소름
홑청처럼 뜯겨져
쪼그려 앉은 손빨래로 지워진 밤들은
허리쯤에 점점이 박혀 있다
고양이나 말이 되어 뛰쳐나가기도 하는 외계의 짐승
길들지 않는 야생의 흔적이다
생존본능에 눈이 감긴 떠도는 점들이 안착하기 좋은 곳은
어둠이 태어나는 깊고 깊은 자궁
숨기는 것들은 섬세한 얼룩으로 다시 태어나고
비명이 스며든 보호색 가득한 착시로
걸어온 길에는 자국이 아닌 얼룩이 새겨져 있었다
얼룩도 피어나면 꽃이 되는 길
진실을 더럽히는 거짓투성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거짓을 좇던
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얼룩을 중심으로 여백이 되어가는 아이
아이가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의 알몸을 비춰보지 못한 거울 속에서
엄마가 울고 있었다
나쁜 것은 모두 당신에게서 비롯되었지
엄마의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꼭 너 같은 딸을 낳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