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6
어제:
4,487
전체:
5,870,640

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07

클래스 바

조회 수 4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래스 바* / 이월란

 

 

 

늙은 아들이 칠순 노모를 모시고 왔다

젊을 때 발레를 하셨어요, 잘 따라 하실 거예요

 

아빠처럼 뒤돌아보는 시선과

어린 딸처럼 남겨진 시선이 무대를 가른다

흘끔거리던 조명이 눈을 깜빡이고

 

엉거주춤 휘말리다 일인용 바에 매달린 꿈

한때 발레리나를 꿈꾸었지

어린 딸에게 토슈즈를 신겨도 보았지

객석이 아닌 무대이고픈

 

보랏빛 레오타드가 앙상하다

한 번 넘어지면 결코 다신 일어나지 못해

아직 세상이 남아 있어요

외발로 쳐든 고통은 아직도 안전해요

 

무덤가로 날아간 튜튜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뱅그르르 협곡을 돌아 나오는 기나긴 꿈

아라비안 소녀처럼 아라베스크**

인중 아래 숨이 멎는다

 

슬퍼서 가엾다면 백조로 변하게 해 주세요

이미 뛰어내릴 절벽은 없어요

 

파르르르 파문이 퍼지면

혼돈의 호수에 빠진 백조의 꿈을 건지러

돌아온 아빠의 깃털이 어린 노모를 덮었다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요가, 모던 댄스를 접목한 운동
**발레 기교의 하나(한 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는 곧게 뒤로 뻗친 자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7 제4시집 우유베개 이월란 2025.05.17 480
1676 제4시집 그것 이월란 2025.05.17 451
1675 제4시집 다크 투어리즘 이월란 2025.05.17 470
1674 제4시집 미로아 이월란 2025.05.17 399
1673 제4시집 차오르는 방 이월란 2025.05.17 457
1672 제4시집 두 개의 공원 이월란 2025.05.17 458
1671 제4시집 조우 이월란 2025.05.17 450
1670 제4시집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25.05.17 464
1669 제4시집 그루밍 이월란 2025.05.17 479
1668 제4시집 물의 도시 이월란 2025.05.17 378
1667 제4시집 딱정벌레 도시 이월란 2025.05.17 470
1666 제4시집 멀고 먼 가방 이월란 2025.05.17 463
1665 제4시집 Don’t Judge Me 이월란 2025.05.17 452
1664 제4시집 아기 감옥 이월란 2025.05.17 395
1663 제4시집 피오르드를 건너는 시간 이월란 2025.05.17 454
1662 제4시집 악마학 개론 이월란 2025.05.17 416
1661 제4시집 혼자 수영하지 마시오 이월란 2025.05.17 470
» 제4시집 클래스 바 이월란 2025.05.17 497
1659 제4시집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5.05.17 486
1658 제4시집 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이월란 2025.05.17 48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