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아 / 이월란
잃어버린 아이가 있다
어딘가에 잃어버린 아이가 있다
그것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빈속에 공기를 불어 넣듯 팽팽해지다
갑자기 빠져나간 바람처럼 철퍼덕 주저앉는다
불안은 중립적이다
기울어지는 쪽에서 다시 자란다
더없이 좋은 날 끼어드는 완벽한 죽음처럼
햇살이 몰핀처럼 퍼질 때
혼수에서 깨어난 바람이 일어설 때
문이 열리면 전투가 시작되는 격납고의 적막
섬망에 걸린 관절에 마비가 시작된다
내가 엄마였을까
어제는 반찬을 눈앞에 둔 채 허술한 밥을 먹었다
수많은 어제는 미아들의 밥상
까맣게 잊은 것들이 텀블위드처럼 굴러다닌다
일기를 쓰다 보면 잃어버린 이목구비가 전단지처럼 날아다닌다
모니터 속 광고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습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습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한 신제품들로 어지럽다
잃어버린 아이가
잃어버린 아이에 대해 생각한다
분실물 센터, 거대한 팻말로 열리는 길
미로의 보폭이 짧아진다
보이지 않는 눈 속의 눈이 흘러내린다
아이는 어제만 살다 사라졌으므로
아이의 동선을 공유하는 사이트에 헤살이 넘친다
길 없는 곳에 비명처럼 세워진 Dead End
화살표 방향으로 좀비들이 달려든다
아이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