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250
어제:
8,931
전체:
5,870,257

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13

아기 감옥

조회 수 3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기 감옥 / 이월란

                                                         -감옥을 감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감옥이 아니다-

 

 

울음소리가 끊어지면 이상해지는데요

조용하다는 건 숨이 끊어졌다는 것이니까요

작은 창조물 속으로 들어온 여자들은 탄생을 반복합니다

걸음걸이는 양수를 헤엄치는 태동의 슬로우모션을 닮아가요

앙증맞은 손가락에 감긴 탯줄이 뫼비우스 띠처럼 안팎을 허물었구요

뒤집지 않아도 서로의 속이 맞닿아 허기를 공유해요

스스로 들어온 감방에서 죗물을 빨아먹는 아기는 녹슨 눈물을 흘리죠

무저갱의 바닥을 들여다본 두 마리의 짐승이에요

낳자마자 벌떡 일어서는 짐승보다 못한 울음

우울에 걸리면 뱃속으로 도망칠까 봐 까꿍 까꿍 쉴 새 없이 행복해지네요

엄마의 취향에서 벗어날수록 크게 웃는 아기

그리곤 갑자기 별을 삼킨 듯 자지러지죠

지난 오류들이 환생하는 시시각각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처럼 입을 맞춰도 봐요

젖먹이는 아기 악마와 아기 천사의 혼혈종이 틀림없어요

귀신처럼 잼잼거리다 잠들면 천사로 둔갑하지요

엄마의 국경에서 잡혀 온 포로들은 서로의 생식기를 킁킁거리며

정상체온을 유지하구요

황금변과 통잠을 향한 신앙도 깊어져요

원더윅스를 보채는 울음소리가 과자 먹는 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옹알거리는 백색소음에 시달리는 귀여운 죄수들은

결코 탈옥을 꿈꾸지 않아요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은 천국의 또 다른 주소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신기한 절망감

그늘의 정글에선 어떤 짐승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요

문이 없는 곳에서의 탈출은 가능한가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7 제4시집 우유베개 이월란 2025.05.17 480
1676 제4시집 그것 이월란 2025.05.17 451
1675 제4시집 다크 투어리즘 이월란 2025.05.17 470
1674 제4시집 미로아 이월란 2025.05.17 397
1673 제4시집 차오르는 방 이월란 2025.05.17 457
1672 제4시집 두 개의 공원 이월란 2025.05.17 458
1671 제4시집 조우 이월란 2025.05.17 450
1670 제4시집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25.05.17 464
1669 제4시집 그루밍 이월란 2025.05.17 478
1668 제4시집 물의 도시 이월란 2025.05.17 378
1667 제4시집 딱정벌레 도시 이월란 2025.05.17 470
1666 제4시집 멀고 먼 가방 이월란 2025.05.17 463
1665 제4시집 Don’t Judge Me 이월란 2025.05.17 452
» 제4시집 아기 감옥 이월란 2025.05.17 395
1663 제4시집 피오르드를 건너는 시간 이월란 2025.05.17 453
1662 제4시집 악마학 개론 이월란 2025.05.17 414
1661 제4시집 혼자 수영하지 마시오 이월란 2025.05.17 470
1660 제4시집 클래스 바 이월란 2025.05.17 496
1659 제4시집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5.05.17 486
1658 제4시집 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이월란 2025.05.17 4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