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감옥 / 이월란
-감옥을 감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감옥이 아니다-
울음소리가 끊어지면 이상해지는데요
조용하다는 건 숨이 끊어졌다는 것이니까요
작은 창조물 속으로 들어온 여자들은 탄생을 반복합니다
걸음걸이는 양수를 헤엄치는 태동의 슬로우모션을 닮아가요
앙증맞은 손가락에 감긴 탯줄이 뫼비우스 띠처럼 안팎을 허물었구요
뒤집지 않아도 서로의 속이 맞닿아 허기를 공유해요
스스로 들어온 감방에서 죗물을 빨아먹는 아기는 녹슨 눈물을 흘리죠
무저갱의 바닥을 들여다본 두 마리의 짐승이에요
낳자마자 벌떡 일어서는 짐승보다 못한 울음
우울에 걸리면 뱃속으로 도망칠까 봐 까꿍 까꿍 쉴 새 없이 행복해지네요
엄마의 취향에서 벗어날수록 크게 웃는 아기
그리곤 갑자기 별을 삼킨 듯 자지러지죠
지난 오류들이 환생하는 시시각각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처럼 입을 맞춰도 봐요
젖먹이는 아기 악마와 아기 천사의 혼혈종이 틀림없어요
귀신처럼 잼잼거리다 잠들면 천사로 둔갑하지요
엄마의 국경에서 잡혀 온 포로들은 서로의 생식기를 킁킁거리며
정상체온을 유지하구요
황금변과 통잠을 향한 신앙도 깊어져요
원더윅스를 보채는 울음소리가 과자 먹는 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옹알거리는 백색소음에 시달리는 귀여운 죄수들은
결코 탈옥을 꿈꾸지 않아요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은 천국의 또 다른 주소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신기한 절망감
그늘의 정글에선 어떤 짐승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요
문이 없는 곳에서의 탈출은 가능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