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도시 / 이월란
열 시간을 달려온 바다 위에 차를 세우고 물 위를 걷듯 도착한 에어비앤비 담벼락에 딱정벌레 한 마리 붙어 있었다. 해변의 생각을 따라 지중해의 절벽 같은 베란다로 기어오르는 집착을 떼어내느라 혼신의 여백을 적셨다.
나비나 벌보다 먼저 지구에 도착했다는, 바람 대신 가장 먼저 가루받이를 시작했다는 단단한 날개가 무연고의 땅을 무덤처럼 파헤치고 다녔을까.
머리를 방패처럼 흔들며 쇼핑몰을 활보하던 검은 날개와 눈이 마주쳤다. 바비큐 한 점을 입에 넣다 담벼락에 붙은 두 눈을 먹고 말았다. 금식기도 중인 듯 하얗게 체념한 동공이 세상은 나의 집이야, 당신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 화면처럼 노려만 보았다.
노을이 피자처럼 익어가던 리틀 이태리 광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온 암컷 한 마리 한 발로 시선을 밟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능숙하게 집어 들고 달린다. 콧노래를 부르며 이방인들의 햇살을 길게 뽑으며 지나간 가슴팍에 자전거 바퀴 무늬가 선명했다.
미션 비치 야외 샤워장에서 마징가Z의 발처럼 퉁퉁 부은 다리로 죄를 씻어내고 있던 외계의 골격, 빈손을 대면 흉몽이 쏟아져 나올 법한 무인 키오스크처럼 서 있다. 웃고 떠드는 파도에게 겹눈과 더듬이를 하나씩 떼어준다. 곁 없는 뱃속에서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딱딱한 배가 이승과 저승의 가림막을 새 옷처럼 갈아입고 있었다. 의인화되고 있었다.
홈리스적인 염증으로 여러 번 길을 잃었어도 딱정벌레를 보기 위해 샌디에이고로 온 건 아니었는데 갈매기 발자국을 따라 변신을 시작한 딱정벌레들이 자신의 바다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