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Judge Me / 이월란
변기 확인을 안 했네, Don’t judge me!
단호한 한 마디에 배심원의 자리마저 빼앗겨 버렸다
잠시 판단했음을 들키는 순간 몹쓸 어미가 되는 건 시간문제
금발의 나라에선 판단 당할 짓 뻔해도, 돈 저지 미
스스로에게 서슴없이 면죄부를 발부한다
화장실은 어김없이 재판장이 되었다
옳고 그름은 변기에 말라붙은 오물 같은 것
민사로 갈까 형사로 갈까
판결이나 명령에 따라
배심원 A: 화장실만큼 사적인 공간이 어디 있나요?
배심원 B: 손님용 화장실은 미리 체크하는 것이 예의죠
배심원 C: Don’t judge me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충분합니다
배심원 D: 인생은 습관이죠 돌아보는 습관이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배심원 E: 판단하지 말라면 더 판단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죠
당신의 선택이 나의 선택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다른 선택을 해도 좋아요
당신이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당신이 나보다 낫다는 편견에서 비롯되죠
회부된 피고인은 피붙이의 다른 이름
너는 무죄야
무죄가 뭐야?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깊은 강물의 다른 이름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