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249
어제:
8,931
전체:
5,870,256

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06

야경 찍는 법

조회 수 4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야경 찍는 법 / 이월란

 

 

어두워지기 전 어둠에 당도할 것

복사지 같은 어둠을 섣불리 밟지 말 것

어둠 앞에서 공평히 어두워질 것

목젖에 걸린 밤마저 토해낼 것

어둠의 살아 있는 날을 세울 것

안치된 밝음 앞에 투명한 삼각대를 세울 것

어둠의 틈을 타지 말 것

지면에 드리운 나무들을 일으켜 세울 것

째깍째깍 죽어버린 시간의 시체를 환히 해부할 것

숨은 그림자엔 밝은 귀를 달아놓을 것

무성해지는 빛의 밀도에 귀 기울일 것

빛의 교미로 총총대는 아기별을 받아낼 것

별은 별 뜻 없이 빛나는 하루치의 변명

빛의 부스러기처럼 사라지는 차들의 꼬리를 밟을 것

그리하여 달아난 길들은 잘 걷어와 말릴 것

한 발의 총탄이 날아가듯

팔딱이는 밤의 심장을 겨눌 것

미끌미끌한 밤이끼에 미끄러지지 말 것

날짜변경선에 가까이 가지 말 것

체구를 버린 작은 화소로 물을 것

마지막 질문은 아직 남겨둘 것

밤과 낮 사이 또 하나의 계절에 체온을 맞출 것

당신 앞에 한 번쯤 당신을 세워도 볼 것

셔터를 누를 땐 숨을 멈출 것

그렇게 저승의 찰나를 잠시 빌려올 것

단지 보이지 않아 그리워진 것들에 속지 말 것

오늘의 바탕화면을 켜두고 인사불성으로

어둠을 밴 사람들이 빛을 낳으러 간 사이

찰칵, 내일을 인화할 것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7 제4시집 우유베개 이월란 2025.05.17 480
1676 제4시집 그것 이월란 2025.05.17 451
1675 제4시집 다크 투어리즘 이월란 2025.05.17 470
1674 제4시집 미로아 이월란 2025.05.17 397
1673 제4시집 차오르는 방 이월란 2025.05.17 457
1672 제4시집 두 개의 공원 이월란 2025.05.17 458
1671 제4시집 조우 이월란 2025.05.17 450
1670 제4시집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25.05.17 464
1669 제4시집 그루밍 이월란 2025.05.17 478
1668 제4시집 물의 도시 이월란 2025.05.17 378
1667 제4시집 딱정벌레 도시 이월란 2025.05.17 470
1666 제4시집 멀고 먼 가방 이월란 2025.05.17 463
1665 제4시집 Don’t Judge Me 이월란 2025.05.17 452
1664 제4시집 아기 감옥 이월란 2025.05.17 395
1663 제4시집 피오르드를 건너는 시간 이월란 2025.05.17 453
1662 제4시집 악마학 개론 이월란 2025.05.17 414
1661 제4시집 혼자 수영하지 마시오 이월란 2025.05.17 470
1660 제4시집 클래스 바 이월란 2025.05.17 496
» 제4시집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5.05.17 486
1658 제4시집 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이월란 2025.05.17 4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