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 이월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대로인데
서로에게 바이러스가 되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워지다 폭발하는 생화학 무기
서로를 방역한다
어둠을 여행 중인 지구는 통째로 그라운드 제로
보이지 않는 손은 소리 없이 생체실험 중이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숫자를 물고 비말처럼 흩어지는 햇살 아래
살처분하던 방호복들이 시신을 궤도 밖으로 옮기고 있다
독재자에 맞선 쿠데타가 일어난 듯 냉동트럭이 실어 나른 시신들이
축구장에 쌓인다는 가짜 같은 뉴스가 속보로 뜬다
마스크 쓴 도시의 얼굴로 사재기 당한 텅 빈 진열대를 보며
오래된 신발이 산더미처럼 쌓인 잘린 머리카락이 산더미처럼 쌓인
아우슈비츠를 떠올린다면
달 표면을 닮은 텅 빈 유령도시 체르노빌을 떠올린다면
마른기침이 목에 걸렸다
빛에 눈멀어 날개를 삼킨 죄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않는 활주로 같은 길을 따라 걷는다
킁킁 앞세운 강아지가 무증상의 길을 탐색한다
단지 비눗물에 씻겨 내려갈 뿐인 허망한 적들은
감염경로마다 성곽을 쌓는데
봉쇄된 국경 너머
자가격리를 마친 꽃들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