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레시피 / 이월란
마음먹기 달렸다기에
냉동실에 넣어둔 오래된 마음을 꺼낸다
마음은 급해도 금세 녹지 않는다
새 마음은 새 신발 같아서 맘이 놓이지 않는다
오래된 것에서 믿음이 자란다
난데없이 허기지는 변심에
차가운 물에 풍덩 뛰어든다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면 더 빨리 먹을 수 있단다
바빌로니아의 얼음 물고기를 잡는 황금 레시피는
금고 속에 숨겨둔 금덩이를 꺼내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어딘가 반짝이는 이들은 어떻게 먹었는지 결코 발설하지 않는다
무성한 소문처럼 달착지근 삼켜지는 것일 리 없다
육회를 즐겨 먹던 엄마는 육회처럼 땅속에 누워 있고
순두부같이 문적 문적 떨어지는 시간
섬세한 손끝에 칼끝을 대면
순두부와 시간이 철퍼덕 눈이 맞아 성큼 태어나는 코끼리 한 마리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불 위에 얹어둔 마음은 고추기름처럼 금세 타버린다
마음을 다치지 않고 요리하는 방법은 없다
마음을 헤치지 않고 먹는 방법은 없다
다잡아야 한다
모질게 먹어야 한다
굴뚝같은 마음이 길게 늘어진 원통형 코를 들썩인다
모질게 자라나는 코끼리 한 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