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압* 가는 길 / 이월란
멀리서 보면
백지 위에 커서처럼 떠 있었지만 분명 우린 달리고 있었다
몇 개의 불모지를 지나왔을까
구원의 약속으로 갈 것인지 관광지로 갈 것인지
아담과 이브인지 카인과 아벨인지
아무래도 죄를 싣고 가는 길
달의 후면에서 가져온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길을 지우며 가는 기분
영영 돌아가지 않을 듯
구약의 페이지처럼 넘어가는 협곡 사이로
마운틴 바이커들이 줄지어 오늘의 말씀처럼 멀어진다
사막 너머로 배밀이하듯 옮겨 다닌 집들이 죄인처럼 엎드린다
죄의 마을을 떠나 벌의 마을로 가고 있나요
여기가 어디였지, 모래알처럼 버성긴 목소리로 마주 보면
서로를 디디고 올라야 길이 보였다
길 잃은 새들이 묻혀 있을 태초의 땅
사이드미러에는 작은 종말이 담겨 있다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다는 경고문과 함께
달릴 때마다 보이지 않던 당신의 왼쪽이 그립도록
우린 분명 같은 곳을 가고 있었다
서로의 혀를 잡아당길 때마다 사해의 바람이 불어
화산재 아래 석고처럼 영혼을 부으면
아이 꺼내듯 최후의 순간을 꺼내기도 했는데
기묘한 아치 밑을 달리며 바다로 향하는 문이 있다고
나는 아비를 범한 딸이 되고
타락의 바닥을 딛고 차오른 물거품이 되고
최후의 몸이 벌떡 일어선 것 같은 붉은 모래탑을 달리면
오데온에 꽉 찬 함성이 패인 돌길을 달리는 마차 안에 차오르고
인간화석처럼 핸들 위에 정지된 당신은
11유로로 들어갈 수 있는 폼페이 최후의 날을 닮았다
서로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첼라 앞에 엎드려 파묻은 마지막 모습
여전히 발굴 중인데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착각이 일생이 되다니
낯선 지명 하나 다시 꺼내 들면 서로의 대답이 가까워진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떠도는 비밀입니다
*유타주 동부의 도시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