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43
어제:
8,931
전체:
5,866,450

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39

나는 로봇이 아닙니까

조회 수 6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로봇이 아닙니까 / 이월란

 

 

스피릿*을 사려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었다

그럼에도

당신이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시오

뜨악한 세상

계단 사진을 고르기만 해도 신호등 사진을 고르기만 해도 스쿨버스 사진을 고르기만 해도

로봇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단다

 

인공지능이 챠르락챠르락 기억세포를 두드린다 누군가 나의 아버지가 차페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유니메이트***처럼 일한 적이 있다 나는 공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나는 설정된 순서대로 밤낮을 먹고 잔다 나는 디스플레이 된 길 위에서 자율주행하는 세월을 타고 달린다 사람과 인간 사이에서 자주 작동을 멈춘다

 

시퀀스 로봇으로 태어나 플레이백 로봇으로 살면서 지능형 로봇처럼 생각한다

 

로봇의 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로봇은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하지 않는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한다

로봇은 이 모든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한다

 

로봇이 아닌

나는 인간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다

나는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한 적이 있다

나는 인간의 명령에 불복종한 적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지 않은 적이 있다

 

난 결코 로봇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계단 사진을 고르지 못한다면 신호등 사진을 고르지 못한다면 스쿨버스 사진을 고르지 못한다면

 

나는 로봇이다 

 

 

* 화성탐사 로봇

** ‘로봇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체코슬로바키아 소설가

*** 최초의 산업용 로봇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7 제4시집 시집 해설_김학중 시인 file 이월란 2025.05.17 582
1696 제4시집 걸어가는 새 이월란 2025.05.17 707
1695 제4시집 모래와 안개의 집 이월란 2025.05.17 595
1694 제4시집 모압 가는 길 이월란 2025.05.17 656
1693 제4시집 시간을 베끼다 이월란 2025.05.17 556
1692 제4시집 안개와 아버지 이월란 2025.05.17 708
1691 제4시집 경계 이월란 2025.05.17 641
1690 제4시집 바늘을 잃어버렸다 이월란 2025.05.17 562
1689 제4시집 파자마 데이 이월란 2025.05.17 667
1688 제4시집 섬머 타임 이월란 2025.05.17 560
» 제4시집 나는 로봇이 아닙니까 이월란 2025.05.17 665
1686 제4시집 엔터로프 아일랜드 이월란 2025.05.17 699
1685 제4시집 Re: 꿈 이월란 2025.05.17 693
1684 제4시집 번개탄 이월란 2025.05.17 536
1683 제4시집 사슴이 온다 이월란 2025.05.17 562
1682 제4시집 사라진 여자 이월란 2025.05.17 613
1681 제4시집 시크릿 가든 이월란 2025.05.17 566
1680 제4시집 무선시대 이월란 2025.05.17 528
1679 제4시집 마음 레시피 이월란 2025.05.17 655
1678 제4시집 생각의 최고속도 이월란 2025.05.17 5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