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이월란
땅속에 숨기는 씨앗 같았지 잊어주면 싹트는 법도 잊어버리는
분명 숨겼는데 뿌린 거였나 봐
끝이 없어지는 이야기가 시작된 거야
혀 묻은 땅에서 싹이 나면 가책 받은 꽃잎이 먼저 떨어지길 기다려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데 왜 말해줘야만 할 것 같을까
꽃들은 흔들리며 자술서를 쓰기 시작했어
두 눈을 뜨고 있었을 뿐인데 비밀이라는 거야
두 눈을 맞추었을 뿐인데 비밀을 지키라는 거야
한국말로 해, 속삭이곤 한국말은 비밀로 가는 통로가 되었지
퍼뜨리는 입을 가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어
나를 갉아먹는 작은 이빨들, 차라리 출생의 비밀이 나을 거야 죽은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들 무슨 상관이겠어 발설을 다그치는 계절엔 더 많은 낙엽이 쌓여 헐벗은 겨울은 뼈나 음부에 새긴 언어처럼 꽁꽁 얼어붙지
내 몸에 꼭 맞는 감옥이야, 완벽한 진공상태
매일 자백을 강요받아
신빙성 없는 하루를 그만 고백하고 싶어져
길을 걷다 보면 길을 걷는 사람이 되고 말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이 되고 밥 먹다 보면 밥 먹는 사람이 되고 비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비밀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거야
치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숙여야 해
양의 심장을 꺼내어 양심을 어루만져
줄기 끝에는 가없이 가로젓는 홍채들이 피어나고

